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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F&B 트렌드, 말차·피스타치오가 이끄는 ‘녹색’ 열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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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최지윤(스페인)
단순했던 스페인 음료·디저트 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스페인에서는 식당에서 후식 개념으로 커피를 주문해 마시거나, 저렴한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리미엄 커피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 잡으며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커피뿐만 아니라, 디저트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마드리드 중심가의 카페를 둘러보면 초록빛 디저트가 눈길을 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말차 열풍’이 스페인에도 상륙한 것이다.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말차 음료를 손에 든 젊은 층이 거리를 오가고,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디저트도 점점 더 자주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이라 해도 스페인은 많은 기업들이 고배를 마시고 돌아갈 만큼 보수적인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변화는 현지인들조차 놀랄 만큼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가운데, 사람들은 음료와 디저트의 다각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보도된 기사 “말차, 요즘 뜨는 음료” (출처: El confidencial)
2025년 스페인 외식 시장은 ‘지출은 줄이고, 경험은 더 특별하게’라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가 바로 말차다. 마드리드의 트렌디한 카페에서는 스페셜티 커피 못지않게 인기를 얻고 있는 초록빛 말차 음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시작해 미국을 거쳐 스페인에 상륙한 말차는 이제 커피를 대체하는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카페인이 부드럽게 오래 지속된다는 점이 인기 요인 중 하나이며, 특유의 진한 맛에 우유나 귀리·아몬드 음료를 곁들여 부드럽게 즐기는 방식이 주류다. 일본에서는 본래 다도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대나무 거품기로 곱게 저어 도자기 잔에 담는 여유로운 준비 과정 자체가 매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말차는 전통적인 스페인 소비품이 아니라 일본·아시아 문화권에 뿌리를 둔 제품이다. 따라서 관광객, 특히 아시아권 방문객과 웰니스 트렌드에 관심 있는 소비층의 지지가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말차 전문 카페와 프리미엄 카페들은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보수적인 소비 성향을 지닌 스페인 사람들은 전반적인 지출에는 신중하지만, 외출 시에는 차별화된 경험을 추구한다. 물가 상승 속에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비가 유행하는 가운데, 말차는 시각적 만족과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아이템으로 SNS를 통한 확산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2025년 스페인 외식·디저트 산업은 인플레이션, 운영비 상승, 소비자 구매력 변화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요가 안정되고 물가 상승세가 억제된다면 긍정적인 흐름은 이어질 수 있으며, 관광객 유입 증가와 업계 전반의 대응력 강화가 부문별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스타벅스의 말차라떼 광고 (출처: Starbucks España)
주목할 만한 레스토랑 업계의 성장세도 이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페인 호스텔레리아 협회(Hostelería de España)가 발간한 2024 스페인 외식업 연감에 따르면, 레스토랑 생산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스페인 외식·숙박업 생산 규모는 1,573억 유로로, 2019년 대비 18.8% 증가했다. 특히 숙박업은 41.8% 성장하며 관광 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외식업 역시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 11.4% 늘었고, 그중 식당·카페 부문은 14.9%, 케이터링 부문은 19.4% 성장하며 소비 회복세를 입증했다. 같은 해 레스토랑 부문은 1,119억 유로 규모에 달해 업계 내 가장 높은 생산 기여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카페와 디저트 업계로도 확산될 수 있다. 식사 이후 즐기는 ‘애프터 다이닝’ 음료와 디저트로써 말차의 입지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 스페인 레스토랑의 96%가 직원 1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러한 구조는 말차 베이스 디저트 바, 테이크아웃 매장, 틈새 콘셉트 카페 창업이 활발히 늘어나는 배경이 된다. 2025년의 핵심 키워드는 경험 중심 소비, 디지털화, 지속 가능성이다. 이미 많은 말차 브랜드가 SNS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친환경 포장재 도입, 비건·글루텐프리 메뉴 확대 등 최신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스페인 말차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스페인 외식·숙박업 생산 규모 변화(2013~2023) (출처: Hostelería de España, Anuario de la Hostelería de España 2024, Madrid, 2024)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스페인 말차 시장 규모는 약 3,630만 달러(USD)로 집계되었으며, 2030년에는 5,53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7.5%로, 건강과 기능성 음료에 대한 관심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제품별로는 파우더 형태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프리믹스 제품군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 말차(녹차 가루) 시장 규모 추이와 전망(2018~2030년) (출처: grandviewresearch.com)
한편, 말차와 함께 스페인 디저트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은 피스타치오다. 전문가들은 이 열풍이 이탈리아 젤라토 가게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로 꼽히며, 이러한 열기가 곧 스페인으로 전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피스타치오는 크림이나 잘게 부순 토핑 형태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제과 업계에서는 피스타치오 크림을 넣은 크루아상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레스토랑에서는 소스나 토핑으로 활용되며 요리의 핵심 재료가 되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페인은 오랫동안 이란, 이탈리아 브론테, 터키 등에서 피스타치오를 수입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자체 생산도 본격화되며, 현재는 카스티야 라 만차(Castilla-La Mancha) 지역이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해 유럽 최대 생산지로 자리 잡았다. 불과 10년 전 900헥타르에 불과했던 재배 면적은 현재 약 8만 헥타르로 늘었으며, 올해는 8,900톤의 최대 수확이 기대된다. 가뭄에 강하고 토양 적응력이 높아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스페인은 머지않아 세계 5위권 생산국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탄탄한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카페와 베이커리들은 ‘스페인산’이라는 로컬 스토리텔링을 더해 피스타치오 메뉴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피스타치오 커피로 가장 유명한 Naji Specialty Coffee (출처: Naji Specialty Coffee 인스타그램 페이지)
이 흐름 속에서 마드리드의 Naji Specialty Coffee는 피스타치오 트렌드를 완벽히 구현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시그니처 메뉴인 피스타치오 라떼는 스페셜티 커피 못지않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진한 에스프레소와 고소한 피스타치오 크림이 어우러진 이 라떼를 맛본 단골손님들 중에는 “인생 최고의 라떼”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마드리드의 Obrar 카페는 다양한 크루아상으로 유명한데, 그중 피스타치오 크림이 듬뿍 들어간 제품이 특히 인기를 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크루아상 사이로 퍼지는 진한 풍미가 커피와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날의 작은 사치’로 소비된다. 이러한 메뉴들은 SNS 인증샷으로 활발히 공유되며, 피스타치오의 대중성과 트렌디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스페인 빵·패스트리 생산량 및 매출 변화(2023~2024년) (출처: ASEMAC)
이러한 흐름은 스페인 제빵 산업 전반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스페인 냉동 반죽 산업 협회(ASEMAC)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해 스페인의 냉동 반죽 생산량은 약 98만 7천 톤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고, 매출은 2.9% 늘었다. 그러나 성장을 견인한 주역은 ‘빵’이 아니라 ‘패스트리’였다. 냉동 반죽으로 만든 일반 식사용 빵의 생산량은 0.13% 감소했지만, 패스트리 부문은 6.99%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도 빵 부문(+0.31%)보다 패스트리 부문(+6.45%)이 훨씬 높았다. 지난 8년간의 추이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빵 생산량은 4.24% 줄어든 반면, 패스트리는 34.68% 늘어나며 산업의 무게 중심이 디저트로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과 일상 소비 패턴이 전통적인 식사용 빵에서 감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디저트형 패스트리로 옮겨가고 있다. 크루아상, 브리오슈, 도넛 등은 카페 문화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말차·피스타치오 같은 이색 재료와 만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디저트 열풍이 왜 지금 스페인에서 통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2024년 스페인 냉동 제빵 산업 보고서(Informe 2024 del sector de Masas Congeladas)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패스트리와 디저트 제품군은 이미 스페인 냉동 제빵 시장의 42%를 차지하며,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관광객 증가로 인한 외식 수요 확대와 판매 채널 다변화가 있다. 전통적인 베이커리 매장은 물론 슈퍼마켓·편의점 등 리테일 채널에서도 전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비자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 또한 대규모 투자, 새로운 기업 전략, 인수·합병(M&A)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 사례도 꾸준히 등장하면서 업계 전반의 성장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와 산업 분석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결론은 명확하다. 스페인 냉동 제빵 산업의 중심축이 전통적인 식사용 빵에서 감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디저트형 패스트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스타치오 크루아상으로 유명한 마드리드의 Obrar 카페 (출처: 최지윤)
스페인에서 확산 중인 말차와 피스타치오, 그리고 패스트리 열풍은 웰니스와 차별화된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스페인 소비자와 관광객 모두가 ‘작은 사치’로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디저트에 주목한 결과다. 이러한 흐름은 카페와 베이커리 시장의 빠른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경쟁력 있는 디저트 산업과 독창적인 메뉴 개발 역량을 갖춘 나라다. 말차 파우더, 피스타치오 페이스트, 냉동 페이스트리와 반조리 디저트 등은 스페인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제품군이다. 현지 입맛에 맞춘 조정과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이 뒷받침된다면, 수출은 물론 현지 카페·베이커리와의 협업을 통한 진출 가능성도 크다. 스페인 시장의 ‘녹색 트렌드’는 한국 디저트 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