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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로 변신한 아르헨티나, MAGA 이뤄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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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손영식(아르헨티나)
운명적 동반자관계에서 서로 피하는 관계로
남미 좌파 진영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그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연임한 뒤, 2022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하며 브라질 최초로 3선 대통령에 올랐다. 2023년 1월 취임한 그는 어느덧 3차 임기의 절반을 소화한 셈이다.
롱런 중인 룰라 대통령은 최근,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년 10월 대선에도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다시 연임에 성공한다면 브라질 역사상 첫 4선 대통령이 된다.
지난달 룰라 대통령은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Mercosur)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다. 브라질은 이 자리에서 아르헨티나로부터 메르코수르 하반기 순번 의장국(임기 6개월)을 넘겨받았다. 또한 정상회의에 앞서 메르코수르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마무리하고 체결에 합의했으며, 연내 유럽연합(EU)과의 FTA 서명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언론의 관심은 남미 경제의 양대 축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냉랭한 관계에 집중됐다.
아르헨티나의 현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보수 우파 하비에르 밀레이다. 2023년 12월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룰라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무려 20개월 만이다. 브라질 대통령이 정권 교체 이후 이처럼 장기간 아르헨티나를 찾지 않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1차 집권 시기 남미의 결속을 강조하며 아르헨티나를 특별히 중시했던 룰라 대통령의 행보로서는 더욱 이례적이다.
양국 정상은 메르코수르 정상회의가 끝난 후, 단독회담도 갖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과 마주 앉는 대신, 비리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찾아갔다. 고령을 이유로 실형 대신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그는 피선거권도 영구 박탈된 인물이다. 이쯤 되면 룰라 대통령이 밀레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의심도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달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가택연금 중인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찾아가 포옹하고 있다. (출처: 라폴리티카)
밀레이 대통령 역시 룰라 대통령을 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밀레이 대통령은 2024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했으나, 룰라 대통령과는 일절 만나지 않았다.
이념적 대척점에 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빈번히 상호 방문하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관계가 왜 이렇게 냉랭해졌을까. 그 이유는 두 정권이 이념과 외교 노선에서 정반대에 서 있기 때문이다. 룰라 다시우바 정부가 반미 노선을 고수하는 좌파 정권이라면, 밀레이 정부는 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반중ㆍ친미 우파 정권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공산주의 국가와는 거래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인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 취임 직후 내린 첫 주요 결정 가운데 하나는 전임 좌파 정부가 추진했던 브릭스(BRICS) 가입 신청을 철회한 것이었다. 중국·러시아·브라질 등이 회원국인 브릭스는 이미 아르헨티나의 가입을 승인했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백지화했다.
브릭스에서 등을 돌린 그는 곧바로 미국과의 밀착을 강화했다. 2023년 12월 취임 이후 20개월 동안 무려 10차례나 미국을 방문했으니, 평균 두 달에 한 번꼴이다. 아직 백악관에서 공식 정상회담은 없었지만, CPAC 등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과 여러 차례 만났다.
밀레이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만나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아르헨티나는 또 중국의 압박 속에 ‘조건부 무비자’ 정책을 시행했다. 중국은 6월부터 브라질·칠레·페루·우루과이·아르헨티나 등 남미 5개국 국민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으며, 이에 상호주의를 내세워 압박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7월부터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으나, 단서가 붙었다. 미국이나 EU의 비자를 이미 취득한 중국인에 한해서만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공포한 시행령에도 “일부 국가(미국과 EU)의 비자를 취득했다면 아르헨티나의 비자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사실상 미국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여주는 정책으로 해석된다.
친중ㆍ반미를 앞세우는 룰라 대통령에게 이런 밀레이 대통령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밀레이 대통령 역시 룰라 대통령을 가급적 피하고 싶은 이웃일 것이다
친미로 실익 챙기는 아르헨티나
친미 노선으로 방향을 튼 아르헨티나는 과연 실익을 챙기고 있을까. 평범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재가입이다. 지난 7월 27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밀레이 대통령을 예방하며 VWP 재가입 절차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2025년 현재 남미에서 VWP에 가입한 국가는 칠레가 유일하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약 1년 뒤부터 아르헨티나 국민은 관광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할 때 비자 없이 최장 90일간 체류할 수 있게 된다.
2023년 개장한 아르헨티나 에세이사 국제공항의 새 출국장. (출처: 라나시온)
아르헨티나는 원래 남미 최초의 VWP 가입국이었다. 1996년 가입했으나 2001년 말 경제위기 여파로 미국에 무비자 입국해 불법체류로 전락하는 국민이 급증하자, 2002년 프로그램에서 제외됐다. 재가입을 위해선 △여권의 안전성 △비이민 비자 거부율 3% 이하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2024년 아르헨티나의 미국 비자 거부율은 8%로 기준을 크게 상회했다. 그러나 놈 장관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대신 “1~4월 미국을 찾은 관광객 증가율에서 아르헨티나는 상위 20개국 중 1위를 기록했고, 불법체류율은 남미에서 최저 수준”이라며 재가입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정치적 판단이 기준을 상쇄한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는 무역전쟁 속에서 얻은 상대적 이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폭탄을 쏘아 올리며 무역전쟁을 시작했을 때, 아르헨티나에 부과된 관세는 10%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에서 아르헨티나가 수혜를 입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브라질은 무려 50%의 관세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기소와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규정하며 보복한 결과였다. 미국은 브라질의 대법관과 재판 관계자들에게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아르헨티나에 20억 달러의 지원 집행을 승인했다. 밀레이 정부가 긴축재정을 고수하며 재정적자 축소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지만, 막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자금을 지원한 것은 아니나, IMF 등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아르헨티나를 밀어주고 있는 셈이다.
주 아르헨티나 미국대사관은 최근 성명을 통해 “밀레이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아르헨티나가 미국의 더욱 강력한 동맹국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해, 밀레이 대통령에게 “당신도 MAGA, 곧 Make Argentina Great Again을 하라”고 공개적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밀레이 정부 출범 이후 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친미 국가로 자리 잡은 아르헨티나가 과연 ‘MAGA’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