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김도연(베트남)

베트남 제2의 도이머이(Đổi mới)의 배경

1986년, 사회주의 국가들이 겪던 전반적 위기와 베트남 내부의 경제·사회적 침체 속에서, 베트남 당과 국가는 “도이머이(Đổi mới,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했다. 이는 폐쇄적이고 경직된 체제에서 벗어나 세계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지식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역사적 선택이었다. 배급제의 폐지와 함께 국민들의 생산 역량은 해방되었고, 기업들은 새로운 신뢰를 얻었으며, 사회 전반의 잠재력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도이머이의 성과는 경제 성장 수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베트남인은 더욱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고, 과거 ‘세계의 주변부’에 머물던 베트남은 이제 국제 사회의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베트남은 “제2의 도이머이(Đổi mới 2.0)”라는 새로운 비전 아래 더욱 발전된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1986년의 도이머이가 위기 극복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면, 제2의 도이머이는 사고방식의 도약이자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전면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제2의 도이머이, 베트남 전역 개혁 

(출처: Tạp chí Tài chính)

이를 위한 기반으로 베트남 정부는 국가 행정 조직의 구조 재편과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처 및 부처 급 기관의 수는 22개에서 17개로, 성·시급 행정 단위는 63개에서 34개로, 지방정부는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된다. 행정 단위 재편, 중간 계층의 기관 축소, 공무원 감축, 권한 분산 강화는 모두 효율적이고 유연한 정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광범위한 개혁의 일환이다.

행정 조직 구조 재현 후 베트남의 지도 

(출처: tuổi trẻ news)

제2의 도이머이의 4대 지주

2024년 말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국회는 2021~2023년에 비해 훨씬 많은 법률을 통과시켰고, 새로운 정책들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러한 개혁의 초점은 다음과 같은 ‘4대 전략적 지주’에 맞춰져 있다.

(출처: VinaCapital 자료 번역)

• 결의안 57호: 기술 발전, 특히 우선 산업 분야에서의 혁신을 강조한다. 베트남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출 확대, 해외 전문가 유치, 베트남 기술 수출 확대, 2030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기술 기업 5개 육성을 목표로 한다.

• 결의안 59호: 베트남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 확대와 함께 국제 금융기관 및 전문가들의 국내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한다. 

• 결의안 66호: 법 체계 전면 개혁을 추진하며, 중복·충돌·비일관적인 규정을 제거해 공공·민간 부문의 운영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한다.

• 결의안 68호: 창업 정신을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고, 기업인을 “경제 전선의 선봉 전사”에 비유한다. 민간 부문을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격상하고, 이를 중심으로 베트남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결의안 68호는 시장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결의안의 발표 이후 관련 기업 주가가 상승했고, 건설 자재 생산업체와 국내 건설사들이 주요 수혜 산업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부가 민간 경제 부문 성장을 위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한다.

민간 부문 육성 전략은 두 갈래로 전개된다. 하나는 ‘20개의 핵심 국가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고, 하나는 중소기업의 폭발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약 100만 개 수준인 중소기업 수를 2030년까지 200만 개, 2045년까지 300만 개로 확대하고, GDP 기여율을 각각 58%, 6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간 기업은 경제 성장의 한 축이면서 동시에 혁신, 고부가가치 생산, 지속가능한 내수 구조 형성의 핵심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출처: nguoiquansat 자료 번역)

한편, 20개의 핵심 대기업은 재벌형 기업집단으로 육성되어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될 예정이다. 이는 1970년대 한국의 중화학공업 발전 정책과 유사한 모델이다. 현재 베트남 기업 상당수가 외국인 투자기업(FDI)의 하청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정부는 이들 주도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 산업 클러스터 조성, FDI 프로젝트 내 국산화율 제고와 같은 지원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책에서 실천으로

2017년부터 행정 조직의 통합과 개편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최근 개혁은 시급성, 범위, 실행 의지 측면에서 한층 강화되고 있다. 2025년 초 이러한 방향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전환되었으며, 정책 입안자들의 사고 방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첫 번째 성과들도 가시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말에는 수년간 지연되었던 호치민시 메트로 노선이 공식 운행을 시작했다. 2025년에는 공공 투자 지출이 40% 이상 확대되었으며, 국가 행정 조직 간소화 법안(6월 12일 공포, 7월 1일 발효)은 정부 개혁 속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된다.

호치민시 메트로 노선

(출처: Maison office)

총 670억 달러 규모의 남북고속철도 프로젝트는 2027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2025년 7월부터는 정부 주도로 약 2,900건의 중단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재가동이 본격화되었다. 아울러 전국 수천 개 정부 기관 데이터를 통합한 국가데이터센터와 통합 행정 서비스 포털 구축을 통해 전자서명·전자인증을 도입, 종이 기반 행정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연구개발 세제 혜택과 디지털 자산 활용을 촉진하는 법률이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제2의 도이머이의 영향으로 정책을 실천하는 베트남 

(출처: VnExpress International, VMware Blogs, Thanh Nien)

결론

제2의 도이머이는 베트남이 지향하는 새로운 국가 발전 모델이다. 통제 중심의 국가 운영에서 생산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체제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 생존 중심 개발을 넘어, 미래를 능동적으로 이끄는 주도형 성장의 시대로 나아가고자 한다. 기술과 시장,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주도하겠다는 사고 방식이 베트남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베트남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는 분야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으며, 동시에 급속한 제도 변화와 행정 절차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도 함께 주어지고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