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김도연(베트남)

게임 산업은 종종 블록버스터 영화 산업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개발된 게임은 탄탄한 스토리라인은 물론, 고품질의 그래픽과 사운드, 매력적인 주인공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게임 업계에서도 자본력이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우, 대형 게임사나 유니콘 기업이 아니라면 자국 내에서 게임을 개발해 성공시키기보다는,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우수 게임을 구매해 현지화 및 마케팅을 통해 성공을 도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는 영화 수입 및 배급 구조와도 유사하다. 물론, 고가의 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현지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해외 게임의 현지화를 위한 퍼블리싱 사업

게임 퍼블리싱은 앞서 언급한 영화 산업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해외 영화가 할리우드 등 제작사를 통해 정식 수입된 후, 자막 제작, 온·오프라인 홍보, 상영관 선정 등의 현지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게임도 수입 이후 다양한 절차를 밟게 된다. 영화는 상영이 끝나면 IPTV나 OTT 플랫폼으로 이동되며, 인기가 식기 전에 유료 상영으로 빠르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게임 산업 또한 해외에서 수입한 게임에 대해 언어와 이미지, 게임 로직을 현지에 맞게 조정하는 현지화 작업을 시작으로, 라이선스 계약, 마케팅, 결제 시스템 구축, 지속적인 서비스 모니터링 및 테스트, 게이머 커뮤니티 관리, 고객 지원 등 다양한 단계를 거치게 된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전반적인 과정을 ‘퍼블리싱’이라고 부른다.

Funtap의 게임 현지화 

(출처: Funtap 내부자료)

베트남 Forbes에 따르면, 베트남의 게임 퍼블리싱 시장 규모는 모바일 및 PC 게임을 포함해 약 7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시장에는 VNG, Funtap, VTC Online 등 주요 베트남 기업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으며, 일부 해외 퍼블리셔들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 주요 게임 퍼블리셔 

(출처: TechValley 제작)

베트남의 주요 퍼블리셔는 대부분 투자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투자자가 제작한 게임의 베트남 내 배급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VNG 게임사는 자사의 최대 주주인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게임을 베트남 시장에 독점적으로 퍼블리싱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개발된 자국산 게임은 아직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 퍼블리싱되는 게임의 약 85%는 해외에서 수입된 게임이며, 그중에서도 중국산 게임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 중국 게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라이선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둘째, 저사양 모바일 기기에서도 원활히 구동된다는 점이다. 셋째, 중국과 유사한 게임 문화를 공유하며, 액션과 역사 기반의 전쟁 소재 게임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퍼블리싱에 들어가는 금액은?

게임 퍼블리셔 Funtap에 따르면, 하나의 게임을 출시하기까지는 약 3~6개월 간의 현지화 작업이 선행되며, 이후 2개월간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이 진행된다. 이 과정은 마치 영화 산업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준비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게임 출시 행사는 마치 영화 상영 전 프리미어와 유사하다 

(출처: Funtap 내부 자료)

Funtap의 자료에 따르면, 게임 하나를 퍼블리싱하는 데 약 1억~5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은 보통 최소 1년으로 잡으며,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광고와 커뮤니티 운영 등 추가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베트남 게임 사업의 수익성은?

현재까지 베트남 게임 퍼블리셔의 수익성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게이머 1인당 월평균 매출(ARPU, Average Revenue Per User)은 약 4.7달러로 추산되며, 대부분의 수익은 게임 내 광고(IAA, In-App Advertisement)와 게임 아이템 구매(IAP, In-App Payment)를 통해 발생한다. 주요 퍼블리셔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5~10% 수준이며, 일부 히트작이 성공할 경우 최대 15%까지 상승하기도 한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베트남은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 8위(12억 건 이상)를 기록했지만, 게임 아이템 구매(IAP) 매출 기준으로는 약 1억 4,740만 달러로 30위에 머물렀다. 이는 베트남 이용자들이 게임은 활발히 즐기지만, 실제 유료 결제에는 소극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퍼블리싱 준비 기간은?

Funtap은 일반적으로 게임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사전 제작 작업을 준비하는 데 약 3~6개월의 현지화 준비를 한다.

이 기간동안 베트남 정부의 게임 허가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고, 현지화(언어, 현지 VND 결제 등), 게임 추가 개발, 결제 제휴, 테스트 등의 작업을 진행한다. 정식 출시 전후 약 2개월 간은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투자하며, 이는 온·오프라인 홍보, SNS 캠페인, 커뮤니티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출시 이후 퍼블리셔는 이탈률, 플레이어가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비용, 일일/월간 플레이어 수, 플레이어가 30일, 60일, 90일 동안 지출하는 평균 지출액과 같은 중요한 지표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게임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

베트남에서 해외 게임을 퍼블리싱하더라도, 높은 라이선스 비용과 이에 따른 퍼블리싱 비용 부담으로 인해, 게임의 수익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베트남 퍼블리셔들은 자체 투자 또는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자체 오리지널 게임 제작에 나서고 있으며, 이를 자사의 퍼블리싱 네트워크를 활용해 배급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는 마치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 제작비 부담이 따르긴 하지만, 특히 소규모 캐주얼 게임의 경우 제작과 유통 사이클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Funtap은 현재 베트남 내에 6개의 스튜디오(자체, 투자 및 기부 자본 포함)를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게임 커뮤니티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로 외부 스튜디오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도 추진 중이다.

Funtab의 주요 스튜디오 

(출처: Funtap 자체 자료)

마치며

베트남은 약 1억 명의 인구 중 7,400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7,300만 명이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 4,200만 명이 게임 유저로, 이는 전체 인구의 약 42%에 해당한다. 이처럼 베트남의 게임 산업은 단순히 게임 유저를 대상으로 한 산업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 미디어, 결제, AI, 메타버스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베트남 게임사들이 창의성 제고, 수익화 구조 확립,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현재 베트남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게임 이용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어, 게임 산업이 점차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게임사에 대한 의존도, 게임 저작권 문제, 인터넷 속도 및 인프라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 게임 플랫폼, 클라우드, CDN 기술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