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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에 대한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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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맹현철(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계가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국의 전함 건조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며, 선박 수출,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한국 조선업계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 조선업의 우수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실,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한국 조선업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24년 9월 15일, 인도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인도가 조선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여러 기사의 제목과 내용은 대동소이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비즈니스 스탠다드(Business Standard)의 기사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인도 고위 공무원에 따르면 인도는 내수 조선 공급 사슬 발전을 위한 선박 건설 및 수리/정비 클러스터 건설을 위해서 한국과 일본의 투자 및 기술 이전이 필요하다. 이미 인도 측 대표단은 한국 관계자들과 접촉했으며, 일본 관계자들도 접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해당 공무원은 인도가 관심을 가진 기업 후보군으로 한국의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 미츠이 E&S를 언급했다.

 

 

 Business Standard 9월 15일 온라인 기사

(출처: 비즈니스 스탠다드 온라인)

 

널리 알려진 대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고질적인 고실업률과 낮은 세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제조업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정책이 바로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Production Linked Incentive) 제도다. PLI 제도는 인도 정부가 지정한 산업군에 속하는 제품을 인도에서 제조할 경우, 약속한 생산량에 따라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PLI 제도 수혜 대상 산업을 보면 인도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2021년 9월, 드론 및 드론 부품 산업 지정 이후 PLI 제도는 자동차, 가전, 이동통신 장비, 제약, 직물, 특수 철강 등 14개 산업을 선정했으나, 조선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인도 사회에서는 PLI 대상 산업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었고, 올해 1월 총선을 앞두고도 PLI 제도 개편 필요성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이 확정된 총선 직후에는 PLI 제도 대상 산업을 확대하고 중소기업도 지원금 대상에 포함하며, 예산 또한 늘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비록 아직 PLI 제도 수혜 대상 변경에 대한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도 정부가 조선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 7월부터 관계자들을 통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9월 중순, 인도 정부가 조선업 육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과 협력하고자 한다는 기사가 여러 주요 언론에 보도되었다. 필자도 7월 말 인도 재무부 고위 공무원과의 만남에서 조선업 육성 의지와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관심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인도에서 조선업이 중요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조선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인도 정부가 제조업 육성에 관심을 가지는 중요한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한 세수 증가다. IT 중심의 서비스업 성장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었지만, 한국, 일본, 중국처럼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는 제조업 육성 경험은 부족하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도 높은 실업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인도 성인 인구 중 소득세를 내는 비율이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양질의 일자리는 대부분 IT와 같은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제조업과 농업 분야의 일자리는 급여와 안정성 측면에서 열악한 편이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산업,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도 정부가 주목하는 반도체, 배터리 산업은 다른 제조업보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아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은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인도 정부가 기대하는 고용 효과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기술 발전을 통한 산업 고도화도 가능하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업은 인도 정부의 정책 목표와 매우 부합하는 산업이다.

 

두 번째로, 인도는 해상 물류에 적합한 지리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양 운송과 연안 운송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인도는 인도양 해상 운송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동쪽으로는 말라카 해협을 지나 동남아시아와 연결되며, 벵골만을 통해 미얀마로 이어지는 바닷길도 존재한다. 미얀마에서 육로로 동남아시아와 연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미얀마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인도에서 바닷길을 통해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국까지 연결되는 경로의 중요성이 더 크다. 서쪽으로는 아프리카 동해안과 마다가스카르로 이어지는 해양 운송로와 홍해를 거쳐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지중해에 이르는 해양 운송로가 있다.

 

인도양 해상 운송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인도 아대륙(Indian subcontinent)은 경제적으로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된 주요 이익은 스리랑카가 가져가고 있다. 중국은 이 점을 일찌감치 파악해 스리랑카 동남부 해안에 위치한 함반토타 항구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인도 역시 인도양을 통한 해상 운송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박 보수, 수리, 정비 등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인도는 연안 운송을 통한 교통 및 물류 인프라 발전 잠재력도 크다. 인도는 약 7,500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토 중앙에 데칸 고원이 자리 잡고 있어 국토를 관통하는 육상 운송에 어려움이 있다. 연안 운송은 부족한 해안 도로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갠지스강 등 다양한 내륙 수로와 연결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연안 운송 발전과 함께 소형 선박 제조 및 수리, 정비, 보수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도양 무역 경로 

(출처: Ulowetz, 2015)

 

인도는 오랜 조선업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대 인도의 조선업은 주로 공공 부문 주도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규모와 기술 면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생산 용량 기준으로 인도에서 가장 큰 조선소는 1972년에 설립된 코친의 코친 조선소(Cochin Shipyard)로, 연간 생산 용량은 11만 DWT(재화 용적 톤)이다. 두 번째로 큰 조선소는 1941년에 설립된 힌두스탄 조선소(Hindustan Shipyard)로, 연간 생산 용량은 8만 DWT에 불과하다. 이 두 조선소를 제외하면, 인도 내 조선소는 대부분 연간 생산 용량이 1만 DWT 이하에 그치는 소규모 조선소들이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2022-23 회계연도 동안 인도 조선소에서 수행된 선박 수리는 총 439건에 달했으며, 대부분 자국 선박 수리에 집중되었다. 공공 부문 조선소들은 상대적으로 큰 선박을 수리하면서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인도 정부는 코친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 조선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 또한 민간 조선산업의 육성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코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출처: 코친조선소 홈페이지)

 

인도아대륙에서 조선업의 강자는 인도보다는 방글라데시다. 한 경제사학자에 따르면, 16세기와 17세기 벵골 지역의 선박 제조 용량은 223,250톤에 달했으며, 이는 1770년대 미국 선박 생산량의 10배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 벵골 지역은 현재 인도의 웨스트벵골주와 방글라데시로 나뉘어 있다.

 

방글라데시는 700여 개의 강과 24,000km에 달하는 내륙 수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인도아대륙을 연결하는 벵골만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해안 운송에서도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1922년에 이미 현대식 조선소를 보유했으며, 현재 100개가 넘는 조선소를 운영 중이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조선업 발전을 위해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방글라데시 투자청 자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조선업의 시장 가치는 연간 10억 달러에 이르며, 연평균 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선박 제조 중심의 조선 클러스터를 조성해 조선 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선박 제조업보다 선박 재활용 산업으로 더 유명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철의 50%와 소비재에 사용되는 철의 25%가 선박 해체를 통해 공급된다. 선박 재활용 산업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기존의 안정적인 선박 재활용 산업 기반 위에 오랜 역사를 가진 선박 제조업을 발전시켜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선박 해체업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박 해체 산업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방글라데시의 수출 중 약 90%가 기성복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방글라데시 정부는 조선업 등 다른 산업을 육성하여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방글라데시 선박 해체 작업

(출처: Gudmestad, 2019)

 

조선업을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지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해외 투자와 기술을 유치하려는 정책은 방글라데시가 먼저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야 인도가 조선업 육성 의지와 계획을 본격적으로 밝히고 있다. 특히 두 나라 모두 중소형 선박 제조와 재활용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해외 투자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이 두 나라의 조선업 클러스터 육성 정책은 경쟁 관계에 놓여 있으면서도, 일부 상호 보완적일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웨스트벵골과 방글라데시가 국경 근처에 조선업 클러스터를 공동으로 조성한다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중소형 조선 산업 내부에서 분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거나, 두 나라의 조선업 클러스터를 연결해 남아시아의 대형 클러스터로 발전시키는 장점을 가질 수도 있다. 앞으로 두 나라가 조선업 클러스터 육성을 두고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모두 조선업 클러스터 육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한민국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조선업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형 선박과 특수 선박 위주의 고부가가치 조선 산업에 집중하고, 중소형 조선 산업은 인도와 방글라데시 같은 남아시아 국가와 협력하여 발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조선업은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반면, 방글라데시와 인도는 풍부한 젊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두 나라 모두 직업 교육과 훈련이 부족해 조선업 발전을 위해서는 인력 개발이 필수적이다. 방글라데시는 한국의 최대 개발협력 수원국으로, 오랜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방글라데시에서 조선업 인력을 성공적으로 교육하고 훈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역시 한국의 주요 협력 대상국으로, 한국의 장점을 살린 개발 협력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두 나라의 조선업 인력 개발을 통해 조선업 육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자국 조선업의 인력난을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협력은 세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