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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경제전문가 대통령 탄생한 아르헨티나, 얼마나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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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손영식(아르헨티나)

 

 

25%에서 3%대로 뚝 떨어진 인플레이션

 

12월 10일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출범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밀레이는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초의 경제전문가 출신 대통령으로, 자유지상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배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헨티나가 만성적 인플레이션과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밀레이가 어떤 해법으로 위기를 극복할지 전 세계가 주목해 왔다.

 

특히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고물가를 잡는 것과 페소-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 일이었다. 이는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문제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집권 1년을 앞둔 현재, 밀레이 정부는 어떤 성과를 냈을까?

 

밀레이가 취임한 2022년 12월로 돌아가 보자. 아르헨티나의 통계청에 해당하는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25.5%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인 11월(12.8%)보다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로, 월간 기준으로는 32년 만에 최고치였다.

 

그러나 2024년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를 기록하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2021년 11월(2.5%)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어렵다고 전망했지만, 이러한 예상을 밀레이 정부가 뒤집은 것이다.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가 집계한 월별 소비자물가상승률 그래프.

(출처: 체케아도)

 

연율로 보아도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는 분명하다. 2023년 1~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상승했다. 이는 여전히 높은 수치이지만, 2023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211.4%)의 절반 수준으로, 향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아르헨티나처럼 만성적 인플레이션을 겪는 국가에서는 이 같은 물가 안정이 사실상 "기적"으로 평가받는다.

 

밀레이 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에서 올해 인플레이션이 104.4%로 마감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8.3%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물가 안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물론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성과로 볼 때, 밀레이 정부는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가장 큰 과제에서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어떻게 잡았을까

 

밀레이는 취임 전부터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구조적으로 복잡하지 않으며, 해결책도 간단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경제 브레인인 미겔 보자노는 “역대 정부는 퍼주기식 정책으로 적자 재정을 운영해 왔다”며,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과도하게 화폐를 찍어내면서 통화량이 수요를 초과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밀레이가 지난해 대선 당시 전기톱을 들고 퍼포먼스를 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무를 자르듯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히 삭감해 적자 재정을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밀레이가 취임한 2022년 12월,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4.6%에 달했다. 중앙은행은 과도한 채권 발행으로 심각한 부채 상황에 처해 있었고, 화폐를 무분별하게 찍어내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국가 재정은 엉망이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밀레이는 정부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공무원을 해고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실행하며, 취임 한 달 만인 1월부터 재정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재정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8월 이후 12년 만의 일이었다.

 

2023년 10월에도 정부는 5,234억 페소(약 5억 2,485만 달러)의 재정흑자를 기록하며 10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중앙은행은 이제 국고를 지원하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던 근본 원인이 제거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밀레이는 최근 한 기업인 포럼에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해냈다. 불과 6개월도 걸리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중장기적으로 재정흑자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경제 구조적 문제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긴축 기조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당시 내걸었던 공약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안정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밀레이 대통령.

(출처: 라라손)

 

예상 깨고 오히려 내려간 페소-달러 환율 

 

페소-달러 환율도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밀레이 정부가 거둔 또 다른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관리하던 공식 환율과 달리, 수급에 따라 시세가 변동되는 암달러 환율을 살펴보자.

 

밀레이가 대통령에 취임했던 지난해 12월, 암달러 환율은 1,005페소였다. 하지만 취임 1개월 만인 올해 1월에는 1,250페소로 급등했다. 암환율의 급등은 당시 시장에서 밀레이의 외환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10월 현재 암환율은 1,135페소로, 연초보다 낮아진 상태다. 달러 사재기가 만연한 아르헨티나에서 이런 현상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밀레이 정부는 최근 미신고 달러재산 신고제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세무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달러를 자진 신고할 경우, 10만 달러까지는 부동산 구매 등 합법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한도 내에서는 탈세나 탈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며, 벌금이나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10만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5~15%의 세금을 부과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아르헨티나 국민이 신고한 지하 달러재산은 약 225억 달러에 달한다. 이로 인해 달러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외환시장에서 공급이 넉넉해졌다. 아르헨티나 한인사회에서도 "합법화된 자금으로 부동산을 사볼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풀려난 달러는 낙수효과를 일으켜 암환율 안정에도 기여했다.

 

페소화를 발권해 달러를 사재던 중앙은행도 7월부터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페소화 발권을 전면 중단했다. 민간으로 흘러들어간 달러는 암시장에 하방 압력을 가했고, 이는 암환율 안정에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밀레이 정부의 외환정책은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달러 환율 안정은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중요한 신호로, 향후 경제 회복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마트에서 여성소비자가 채소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 비보사노)

 

최악의 경기, 이제 끝났다?

 

인플레이션이 가시적으로 꺾이고 페소-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밀레이의 대선 경제공약은 현재까지는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여전히 혹독한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밀레이의 지지율이 급락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성과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지난해 대선 결선에서 56%의 득표율로 당선된 밀레이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약 40%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집권 초반보다 10% 낮아진 수치지만, 경제 침체를 고려하면 선방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경제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르헨티나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3분기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반전을 기대하는 경제전문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경제가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경우, 2024년 아르헨티나는 중남미에서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예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2023년 2분기 기준,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55%에 달했다. 민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빈곤율은 43%, 절대빈곤율은 131% 증가했다. 특히 어린이 10명 중 7명이 빈곤 상태에 처해 있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노동계는 경제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며 또다시 파업을 준비 중이다. 이미 지난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총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직장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 통계에 따르면, 소비가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회복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르헨티나 상업회의소(CAC)가 지난 8일 창립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포럼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이제 경기침체는 끝났다. 플러스 성장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그가 이 발언의 근거로 무엇을 들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만약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제금융기구의 전망은 적중하게 된다.

 

IMF와 세계은행은 2025년 아르헨티나 경제가 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2024년 아르헨티나가 중남미에서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지만, 2025년에는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가 바뀌며 아르헨티나 경제가 성장 엔진에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