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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농업 산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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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최지윤(스페인)

 

 

스페인의 농업 산업은 유럽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페인 통계청(INE)이 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의 농업 경작지 면적은 약 2,390만 헥타르에 이르며, 이는 유럽연합에서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농업용지다. 또한, 스페인은 EU 전체 농업 생산 가치의 11.4%를 차지하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농업은 스페인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농업이 스페인 GDP의 2.3%를 차지하지만, 농식품 산업, 제품 수출, 그리고 고용 창출 등 간접적인 영향을 포함하면 스페인 경제에 더욱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고용 측면에서도 농업 부문은 스페인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4.5%를 고용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 대안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페인의 농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1982년부터 2009년까지는 농업의 구조적 전환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시기이다. 스페인 농림부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이 EU에 가입하고 공통농업정책(PAC)을 시행한 이후, 농업은 가족 단위의 소규모 모델에서 산업화한 대규모 모델로 전환되었다. 1982년 약 180만 가구에 달했던 농가는 2009년에는 100만 가구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는 소규모 가족 농가들이 대규모 산업 중심의 농업 모델과의 경쟁에서 점차 도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농업 경지 면적은 증가했으며, 특정 작물에 대한 전문화도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올리브 농장과 과수원이 확대되었고, 온실 면적의 증가 역시 두드러졌다. 이러한 변화는 스페인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산업화를 가속하는 데 기여한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온실이 밀집되어 있는 스페인 알메리아 지역의 위성 사진 (NASA) 

(출처: rtve.es)

 

2009년 이후 스페인의 온실 면적은 과거에 비해 42% 증가했으며, 알메리아 지역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스페인 전체 온실 면적은 65,000헥타르에 달하며, 이 중 약 30,000헥타르가 알메리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온실 재배는 비수기에도 농작물 재배가 가능해 유럽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점차 확대되고 있다. 

 

스페인의 온실 면적 변화 추이 그래프

(출처: statista)

 

2021년 스페인에서 생산된 채소는 총 1,640만 톤에 이르며, 이 중 570만 톤이 온실에서 재배되었다. 온실에서 주로 재배되는 작물은 토마토, 피망, 오이, 딸기 등이다. 그뿐만 아니라, 스페인은 유럽 연합을 넘어 전 세계 농업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상위 5대 생산국에 속하는 농작물이 다수 있으며, 이를 통해 농업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다음은 스페인에서 주로 생산되는 주요 농작물이다.

 

1) 올리브, 올리브유

스페인에서는 전 세계 생산량의 40%에 달하는 올리브를 생산하며, 2023년 기준 약 120만 톤의 올리브유가 생산되었다. 스페인 남쪽의 안달루시아 지역에 올리브 생산지가 밀집되어 있으며, 100개국 이상 수출되어 명실공히 스페인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 가뭄과 홍수 등으로 올리브 생산량이 전 세계적으로 줄었으나, 스페인은 여전히 올리브 생산 선두 국가로 자리하고 있다. 

 

2) 아몬드

스페인은 연간 34만 톤의 아몬드를 생산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탈루냐, 발렌시아 지역이 주요 생산지이다. 

 

3) 포도, 와인

스페인은 연간 약 630만 톤의 포도를 생산하며, 이는 세계 3위 수준이다. 포도를 직접 소비하기도 하지만, 생산된 포도를 활용해 와인을 만들어 기하급수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다. 2022년 스페인의 와인 수출액은 31억 유로에 달했고, 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스페인 지방은 ‘리베라 델 두에로’, ‘리오하’이다. 

 

4) 오렌지, 딸기, 감

스페인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오렌지를 수확하는 나라이다. 연간 320만 톤의 오렌지를 생산하며, 가장 유명한 지역은 발렌시아이다. 딸기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가장 많이 생산되며, 스페인 남쪽 우엘바(Huelva)의 딸기가 가장 품질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감의 경우, 연간 45만 톤이 생산되며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감을 생산하는 나라다. 

 

5) 아티초크

한국에서 보기 힘든 식재료인 아티초크는 스페인 전역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은 연간 20만 5천 톤의 아티초크를 생산하며, 이는 세계 3위 수준이다. 

 

6) 복숭아

스페인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복숭아를 많이 생산한다. 여러 종류의 복숭아가 생산되는데 그중에서 특히 ‘넥타리나(승도 복숭아)’는 당도가 높아 유럽 내에서 인기가 많다. 스페인에서는 일반적으로 연간 100만 톤 이상의 복숭아가 생산된다. 

 

스페인은 유럽 내 유기농업과 친환경 농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유럽연합에서 유기농 작물 경작 면적이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넓다. 현재 유기농 경작 면적은 스페인 전체 농업용지의 12.51%를 차지하며, 매년 그 면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2030년까지 농업 용지의 25%를 유기농 경작 면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유럽 그린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기농 포도밭 면적도 빠르게 확대되어 현재 총 142,100헥타르에 이르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유기농 포도밭 면적이다. 스페인의 유기농 포도밭은 국가 내 전체 포도밭의 15.3%를 차지하고 있어 유기농업 분야에서의 선두주자로 여겨지고 있다. 

 

스페인은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뜨겁고 건조한 여름, 비교적 온난한 겨울, 그리고 적절한 강수량이 어우러져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한, 고원과 해안을 포함한 다양한 지리적 특성이 조화를 이루어 여러 종류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다양한 농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 농부들은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적합한 기후를 바탕으로, 전통적으로 다양한 농작물을 어렵지 않게 생산해 왔다. 

 

그러나 최근 스페인을 포함한 남부 유럽 국가들은 ‘기후 변화’라는 문제에 직면하면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비는 폭우 형태로 내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간격이 길어지는 한편, 가뭄은 더 빈번해지고 강도가 강해져 더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AEMET)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 1일부터 2023년 7월 18일까지 강수량은 평년 대비 15% 감소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정상 수준의 7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스페인은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유지하는 동시에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변화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스페인 스타트업 그룹이 출시한 프로그램으로, 관개 시기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출처: Ikostech)

 

아그로테크(Agrotech)는 ‘농업’과 ‘기술’을 결합한 용어로, 농업에 기술을 도입하여 효율성과 수익성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스페인의 여러 기업과 연구소는 농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상용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정밀 농업 기술 기업인 Agerpix는 AI를 활용해 과일 수량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농산물의 품질을 개선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스페인의 R&D&I 기술 센터인 Ainia는 드론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최적의 방제 시기를 결정하여 발렌시아 지역 감귤류 병해충 방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 기업 Ikostech는 작물이 필요한 물의 양과 관개 시기를 정확히 계산하는 시스템을 제공하여 가뭄과 물 부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페인의 농업 태양광 패널

(출처: iberdrola.com)

 

아그로볼타익스(Agrovoltaics, 농업 태양광) 기술은 남부 스페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기술은 농업용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농업과 재생 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이미 올리브 농장에서는 농업 태양광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가뭄의 영향을 완화하는 성과를 보인다. 태양광 패널은 에너지를 흡수하면서도 식물 광합성에 필요한 가시광선을 투과시켜, 그늘진 곳에 있는 농작물도 균일하게 빛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농작물의 생장 환경이 개선된다. 그뿐만 아니라, 패널은 작물에 유해한 자외선을 필터링하고 토양의 수분을 유지함으로써 물 소비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결론적으로, 이 기술은 자원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 정부도 농업의 현대화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페인 생태전환부(MITECO)는 관개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위해 7,410만 유로를 지원하며, 약 100만 헥타르에 이르는 관개 농업 지역에 첨단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스페인의 경제 회복 및 변환 프로젝트(PERTE)와 물 순환 디지털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스페인의 여러 단체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스마트 그린 워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이 협력하여 진행 중이며, 지속 가능한 농업과 디지털 전환을 결합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페인 정부에서 주관하는 ‘물 순환 디지털화 사업’

(출처: miteco.gob.es)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관개 농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농업의 디지털화를 이끌어 내고,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특히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스페인 남부에서는 관개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분석한 후 각 농지에 적합한 방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자원 낭비를 줄이고자 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농부들이 물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농업 종사자들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교육 이후에는 현장에서 직접 기술을 시연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이 지역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페인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 내 농업 산업의 중요한 국가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기후 변화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스페인은 유럽에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속 가능한 정책과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스페인은 미래에도 농업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K-스마트팜은 농업 산업 규모가 큰 스페인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은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 또한 충분히 열려 있는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관련 기업들이 진출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