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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금지’ 중국, ‘학습 장애 클리닉’이 뭐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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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임지연(중국)
2021년 7월, 중국은 일명 ‘솽젠(雙減)’ 정책을 공개하며 사실상의 모든 사교육을 엄격히 금지했다. 솽젠 정책이 공표된 이후 지난 3년 사이에 중국 전역에서 성행했던 초·중고등학생을 겨냥했던 사교육 업체들은 대부분 강제로 문을 닫은 형편인 것이다. 동시에 어림잡아도 최소 2조 위안(한화 약 380조 원) 이상일 것으로 예측됐던 현지 사교육 시장은 사실상 모두 해체된 것으로 보고됐다. 중국이 전에 없던 사교육 시장 해체에 집중했던 것은 과도한 사교육 부담이 교육의 양극화와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자체 분석이 있었기 때문인데, 부모들이 자식의 성공을 위해 사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교육열이 이상적으로 과열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고, 결국 사교육이 공교육을 위협했다는 논리다.
실제로 솽젠 정책 후 중국에서 사교육 시장은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그동안 각 지역 초중고교 앞에서 늦은 밤까지 불야성으로 영업했던 학원들이 사라졌고, 중국 당국 역시 사교육 업체의 난립 문제가 국가 주도의 강력한 교육 개혁을 통해 성공적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최근 그동안 외관상으로는 모두 사라진 듯 보였던 사교육에 대한 각 가정의 관심이 외부에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해 많은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학습 장애 아동의 치료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병원 진료 프로그램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렸다. (출처: 바이두(百度), 소후뉴스.)
지난 중국의 한 병원이 물리 및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의학적으로 치료해 수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일명 ‘학습 장애 클리닉’ 프로그램을 공고했다. 지난 10월 8일, 상하이 교육대학 의과대학 부설 상하이 아동의학센터 심리위생부서와 상하이 교통대학 심리학과가 공동으로 설립한 ‘공간 및 수학 학습 장애 클리닉’이 정식으로 첫 진료를 시작했는데 명칭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 클리닉이 주요하게 집중한 분야는 ‘공간 및 수학 학습’ 부문이다. 이 때문에 평소 자녀의 수학 성적 향상에 관심을 두었던 다수의 중국 학부모들의 문의로 해당 병원 홈페이지 예약은 이미 3주간의 진료 프로그램이 모두 마감되었을 정도로 이목이 쏠렸다. 예약과 문의가 일찍이 병원이 예상했던 것보다 급격히 증가해 현재는 예약 환자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다고 해당 병원 측이 밝히기도 했다.
상하이 TV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 전문 클리닉은 상하이 자오퉁 대학교의 심리학 및 행동 과학 연구소(Institute of Psychology and Behavioural Science)와 협력하며 병원의 정신건강팀이 관리한다. 클리닉의 목표는 물리학의 자기장 및 전기장, 화학의 분자 구조 및 화학 반응과 같은 복잡한 개념뿐만 아니라 수학의 기하학 및 공간 문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기하학과 공간 벡터와 관련된 지식, 그래픽 공간 관계와 추상 기호에 대한 이해 등을 포함해 학습자가 평소에 겪는 학습 장애 및 곤란 상황을 상정해 진단을 내리게 되는데, 해당 의료진들은 철저한 검사와 평가를 통해 학습 장애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진은 프로그램 중 학습자가 경험하는 심리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중재를 지도하거나 심각할 경우 부모 교육과 약물 관리 등의 추가적인 치료를 한다.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상하이 아동의학센터 발달행동소아과 부주임 마시취안 박사는 이날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학부모와 아동 1명당 약 20~30분의 상담 시간을 보냈으며, 상담 후 전문 심리치료사가 1~2시간 동안의 추가 평가 프로그램을 실시해 해당 아동에 대한 최종적인 상담 내용, 평가가 진단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출처: 소후뉴스.)
환자 한 명당 316위안(한화 약 6만 원)의 비용이 요구되며 매주 화요일 오전에만 한정적으로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해 운영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중국 전역에서 몰린 학부모들의 관심으로 이 프로그램 참여자에 대한 추가 예약은 이미 조기 마감됐다. 프로그램 예약을 문의한 학부모 중에는 자녀가 단 2살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만큼 ‘공간 및 수학 학습 장애 클리닉’에 쏠린 학부모들의 관심이 지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시행 첫날 총 6명의 아동과 학부모가 참여했으며, 참여 아동의 연령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다양했다.
상담 전문가로 참여한 의료진은 총 5명으로 구성됐는데, 마시취안 박사는 “실제로 진료에 참여했던 6명의 아동 중 2명만 수학 부문에 사소한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는 예비 평가 진단이 있었고, 나머지 아동 중 2명은 주의력 결핍, 1명은 수면 장애로 인한 단순한 집중력 감소 현상으로 의심된다. 또 1명의 아동은 공간적 상상력과 관련된 주의력 결핍이라는 진단이 예상되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2살 아이를 대동하고 프로그램 참여를 문의한 부모가 있었는데, 2살 아이는 아직 학교에 진학할 나이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학부모들은 이런 식으로 아이에 대한 학습을 몰아붙이고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상하이교통대 심리학과 자오빙레이 박사 역시 마시취안 박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자오빙레이 박사는 “프로그램 시작 소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직후 수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수학 성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 참여를 문의했다”면서 “하지만 이 클리닉은 아이들의 공간 감각과 수학적 계산 등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지, 정상적인 학생들의 수학 성적 향상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학습 장애 확진 비율은 환자 수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인데, 공간 및 수학 학습 장애 클리닉에서 ‘학습 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시각 공간 훈련, 수학 및 공간 기능 결합 훈련, AI 기반 게임 신체 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한 장기간의 치료가 진행된다. 다만 환자가 ‘확진’을 받은 후 증상 개선을 위한 추가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 오히려 학부모가 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목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다수 학부모의 관심과 다르게, 실제로 전문 의료진에 의해 아동의 학습 장애가 확진이 결정될 경우, 돌연 해당 부모들은 아동의 장애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다수 목격돼 우려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동의 학습장애 확진 후 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장애 진료에 대한 기록이 남을 것을 우려, 자녀가 미래에 직장을 구하거나 배우자를 만나게 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지 의료진들은 “실제 아동의 장애 확진 여부는 어떤 형태의 기록으로도 남지 않으며, 호적등본에도 당연히 기록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불식했다.
20년 전부터 운영됐던 간판만 바꾼 ‘클리닉’
‘공간 및 수학’에 집중해 개설된 학습 장애 클리닉은 사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중국 병원에서 개설해 운영해 온 장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기존의 일반적인 ‘학습장애 클리닉’ 프로그램에 ‘공간 및 수학’이라는 추가 명칭을 붙여 마치 새로운 프로그램인 양 소개됐지만, 사실은 학습 곤란 상태에 있는 학습자의 학습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 개설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운영돼 왔다.
장이원 상하이 아동의학센터 발달행동소아과 교수는 “병원이 설립됐던 초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병원에서는 학습 곤란 상태의 아동을 진료하는 데 힘써왔다”면서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단순히 참여했다고만 해서 학습 곤란 아동이 갑자기 ‘공붓벌레’로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참여자는 진단 후 총 36개월에 걸쳐 장기간 치료받게 되며 그 후에나 차츰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화동사범대학교와 원저우 의과대학이 공동으로 조사한 중국 공중보건 상황과 관련한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중국 청소년의 약 8%가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공간 및 수학 학습 장애 유병률은 전체 중국 어린이 인구 중 약 3.3~6%에 달한다. 특히 저학년 아동일수록 학습 장애 경험 비율이 높으나, 이후 성장하면서 점차 자연스럽게 학습 장애가 자가 치료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사 결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학 학습에서 장애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학생 둥 약 11.57%에 달했던 반면,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의 경우 각각 10.07%, 4.76%만 이 분야 학습에 장애를 느낀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의료진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지역에서 온 학부모들을 만났다”면서 “일부 부모는 자녀가 모든 과목에서 100점 만점을 받지 못하고, 96~97점에 그치는 것을 아쉬워하며 학습 장애 클리닉을 찾아왔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결코 학습 장애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학습 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는 비약물 치료와 약물 치료 두 가지 방식이 병행돼 진료를 돕는다”면서 “부모가 아이를 다그치고 폭력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학습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의학적인 방법을 동원해 환자의 학습 장애 원인을 찾아내고 행동 개선 전략을 세워 접근해야 한다. 무조건 공부하도록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 분야 전문의를 찾아와 학습 장애 원인을 확인해야만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솽젠 정책 후 자녀의 방과후 활동으로 인근 박물관 체험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박물관 체험 활동을 안내하는 현지 지역 뉴스. (출처: 신화사)
암암리에 성행하는 ‘불법’ 사교육
이번 ‘공간 및 수학 학습 장애 클리닉’에 전국 학부모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사례는 현재도 여전히 중국 학부모들의 자녀 사교육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외관상으로는 모두 사라진 듯 보이는 사교육 업체들은 중국 당국의 단속을 피해 각 가정 또는 오피스텔 등에서 암암리에 운영하는 일명 ‘보충수업’이라 불리는 소규모 불법 사교육 업체로 돌변한 분위기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대도시에 소재했던 대형 학원에서 근무했던 유명 강사들은 정부의 단속망을 피해 1대 1로 교과 과목을 가르치는 불법 과외에 참여하고, 일부 부유한 가정에서는 유명 강사들을 초청해 장기간 거주, 자녀의 가정 교사로 고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솽젠 정책’ 이후 단속망을 피해 자녀를 과외비용으로 오히려 사교육비가 이전보다 크게 올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중국 공교육 기관에 소속돼 있는 교사가 자신이 담당하는 반 학생의 과외교사가 되어 거액의 돈을 받거나,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 학생을 민간 사교육 업체와 불법으로 연결하며 암암리에 불법 중개 수수료를 업체로부터 받아 챙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한 솽젠 정책을 소개한 그림. (출처: 바이두(百度))
최근 산시성 윈청시 옌후구 교육국은 제보를 받고 이 지역 한 중학교를 불시에 조사했는데, 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 2명이 약 79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과 영어 등의 과목을 불법으로 과외를 하며 큰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사들은 정식 수업이 끝난 오후나 주말 시간대에 인근 호텔을 빌려 해당 교과 과목을 불법 과외 수업을 진행했으며 만일의 적발 등의 문제를 피하고자 과외 장소를 바꿔 가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해당 교사들은 일부 과외 수업은 호텔과 학교 내 강의실을 번갈아 대관해 수업하는 방식으로 장소와 시간을 여러 차례 변경해 진행하기도 했다.
또 일부 대도시에서는 학부모가 차로 학생들을 내려준 이후에야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당일 과외가 있을 장소를 통보하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마다 강의 장소가 변경되는 것인데, 물론 이런 불법 과외의 경우 그 비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상당수 학부모 사이에는 오히려 솽젠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시간당 100~150위안대(한화 약 1만 9,358원~2만 9,074원)에 불과했던 과외 비용이 솽젠 정책 이후 불법 과외로 변모한 직후부터는 최소 400~600위안(한화 약 7만 7,532원~11만 6,298원) 사이에 성행하고 있다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합법이었던 과외가 ‘불법’의 탈을 쓴 이후 오히려 각 가정이 부담해야 할 사교육 비용이 급증해 교육 비용 부담과 교육 불평등은 이전보다 더욱 심해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국의 솽젠 정책과 사교육 업체에 대한 철퇴라는 강력한 처분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도시에서는 공교육 기관에 재직 중인 교사 또는 행정 직원들이 학생들을 사교육 업체에 소개하고 돈을 받는 사례도 종종 목격되고 있다.
최근 쓰촨성 인근 대도시인 충칭에 불법 과외 업체를 설립한 익명의 40대 남성은 “가오카오(高考, 중국판 수능)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 시장은 절대로 사라질 수 없다”고 장담했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매년 6월 중 약 1천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응시하는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가 시행되는데, 학부모 다수가 고액의 불법 과외를 해서라도 자녀를 유명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실제 불법 과외 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한편, 중국 교육부는 당국 허가 없이 만 3세 이상 미취학 어린이와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용 웹사이트를 개설하거나 교육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 소득의 최대 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사교육 금지 정책인 ‘솽젠 정책’을 실시 중이다.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수학, 영어 등 교과목 과외를 하는 경우, 적발 시 최대 10만 위안(한화 약 1,9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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