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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일본까지: 필리핀 자동차 산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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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조상우(필리핀)
1900년, 조르주 리샤르(Georges Richard)가 제작한 차량이 필리핀에 도착했다. 프랑스에서 도입된 이 차량은 필리핀에 현대적 교통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 사건이 되었다. 이어서 1921년, 필리핀 최초의 자동차 조립 공장인 ‘필리핀 자동차 회사(Philippine Automobile Company)’가 설립됐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하여 자동차를 생산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3년에는 포드 필리핀이 퀘존시에서 차량 조립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에 돌입하게 됐다. 1960년대에는 토요타, 닛산, 미쓰비시와 같은 일본 자동차 기업들도 필리핀에 조립 공장을 세우면서 필리핀 자동차 산업이 점차 확대되었다.
(출처: 조상우)
필리핀 자동차 산업은 1980년대에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1990년대부터는 필리핀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가 증가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1963년에 미쓰비시가 가장 먼저 합작 투자를 통해 필리핀에 생산 공장을 세웠으며, 이후 1989년에는 토요타가 라구나 산타로사에, 닛산도 필리핀에 공장을 세워 자동차 생산을 이어갔다. 하지만 닛산은 2002년에, 혼다는 2020년에 필리핀에서의 생산을 중단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필리핀에서 판매된 차량은 369,941대로, 2018년 대비 3.5% 증가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223,793대로 전년 대비 39.5% 감소했고, 2021년에는 268,488대가 판매되며 2020년 대비 20.0% 증가했다. 이어서 2022년에는 352,596대, 2023년에는 전년 대비 21.9% 증가한 429,807대가 판매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을 받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20년대 들어 연평균 20% 이상의 판매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필리핀을 상징하는 교통수단 중 하나로 지프니(Jeepney)가 있으며, 수도권에서만 하루 약 900만 명이 이용한다. 지프니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이 남긴 지프를 개조한 차량으로, 2020년 기준 약 179,000대가 운행 중이다. 이 지프니의 90% 이상이 15년이 넘는 노후 차량이며, 부실한 정비로 인해 대기 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구형 지프니 (출처: 조상우)
필리핀 지프니 현대화 계획과 도전: 정책 연기와 논란 상황
이와 관련하여 필리핀 정부는 2017년 6월 19일 ‘대중교통 차량 현대화 계획(Public Utility Vehicle Modernization Program)’을 발표했다. 이후 이 계획은 ‘대중교통 현대화 계획(Public Transport Modernization Program)’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대중교통 현대화 계획’은 2020년까지 15년 이상 된 지프니와 버스를 우선 교체하여 더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정부는 지프니를 유로 4엔진 이상을 장착한 신형 경유 차량이나 전기 차량으로 교체하고 있으며, 새로 도입되는 차량에는 무선 인터넷, 보안 카메라, 냉방기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쾌적한 실내 공간과 신형 엔진을 갖춘 친환경 차량을 반길 운전자가 많겠지만, 지프니를 신형 차량으로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형 지프니의 가격은 당초 대당 140~160만 페소(약 3,500~4,000만 원)로 예상됐으나, 현재는 200~280만 페소(약 5,000~7,000만 원)에 이르렀다. 기존 지프니가 대당 15만~25만 페소(약 370~620만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10배 이상 나는 셈이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신형 차량 구매자를 위해 대출금 15억 페소(약 379억 원)를 배정하고, 구매 시 5%만 지불하면 나머지는 7년간 분할 상환(연 6% 이자)할 수 있도록 발표했다. 하지만 필리핀 내 대부분의 지프니 소유자와 운전자는 영세하여 신형 지프니를 구매할 여력이 부족하다. 지프니 기사들 대부분이 하루 일당이 600페소(약 1만 5,000원)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프니 노조는 생계 수단을 잃게 될 처지라며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지프니 노조는 현재 13페소인 기본 요금이 최소 20페소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며, 일부 기관에서는 시행 5년 안에 신형 지프니의 기본 요금이 25~50페소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필리핀 정부는 정책 시행을 2020년에서 2021년, 다시 2022년으로 연기했다. 이후 시행은 2023년 6월로 유예되었다가 12월로 또다시 연기되었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도 2023년 내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올해 4월 30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ABS CBN News》가 올해 8월 1일 작성한 기사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2024년에만 16억 페소(약 400억 원)를 ‘대중교통 현대화 계획’에 할당했으며,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예산 75억 페소(약 1,875억 원) 중 53%를 이미 지출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상원은 정보 부족과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대중교통 현대화 계획’ 중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교통부 장관 하이메 바우티스타는 사업이 중단되면 이미 투입된 예산 낭비와 이후 대중교통 현대화를 위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속을 강조했다. 그러나 8월 22일자 《ABS CBN News》에 따르면 필리핀 교통부는 ‘대중교통 현대화 계획’에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어, 신형 지프니 구입을 원하는 운수 업체에 대한 지원금 관련 예산도 당초 신청보다 적게 승인된 상황이다. 필리핀 교통부는 해당 계획보다는 공항, 항구,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월 23일자 《GMA Network》에 따르면 필리핀 대중교통 차량 중 83%가 ‘대중교통 현대화 계획’에 통합되었다. 《Business World》도 5월 당시 통합률이 81%였으나 두 달 후인 7월에는 83%로 2% 포인트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로 통합에 반대하는 회사들이 여전히 많으며, 이를 지지하는 파업도 이어지고 있다. 《Philstar》에 따르면, 마닐라 일대에서 운행하는 약 9만 명의 기사들이 ‘대중교통 현대화 계획’에 반대하며 운행을 중단했다. 교통부 장관 하이메 바우티스타는 파업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현대화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 계획에 참여하지 않은 차량 운행은 불법임을 강조했다. ‘대중교통 현대화 계획’에는 한국 자동차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 필리핀 법인은 2020년 9월에 제3형(Class 3) 지프니 인증 절차를 완료했다. 제3형 신형 지프니는 좌석 22개와 입석 10개가 있으며, 현금 자동 계수기, GPS 위치 추적기, 무선 인터넷, 냉방기 및 보안 카메라 등 다양한 설비가 탑재되어 있다.
신형 지프니 (출처: 조상우)
현대·기아차와 필리핀 전기차 시장
현대차 필리핀 법인은 신형 지프니 제1형과 제2형에 이어 제3형 인증까지 받으면서 필리핀 내 자동차 회사 중 최초로 모든 신형 지프니 차종에 대한 인증을 획득했다. 현대차는 2021년에 딸락에 신형 지프니 30대를 공급했으며, 수도권에 있는 퀘존에도 32대를 납품했다. 이 외에도 일로코스 노르테, 팡가시난, 카비테, 불라칸, 타클로반 등 여러 지역에서 현대차의 신형 지프니가 운행되고 있다. 2021년 한 해에만 신형 지프니 200대 이상을 공급하며, 전년 대비 715.8%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2023년에 필리핀에서 9,130대를 판매해 8위, 기아는 5,033대를 판매해 10위를 차지했다. 2023년 필리핀 차량 판매 1위는 198,188대를 판매한 토요타(Toyota), 2위는 78,371대를 판매한 미쓰비시(Mitsubishi)였다. 이들 두 회사는 필리핀 내 자동차 판매량의 62.65%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였다. 현대는 점유율 2.07%, 기아는 1.29%로, 3.77%의 점유율로 7위를 차지한 혼다(Honda)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에게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2023년에 필리핀에서 판매된 전기차(EV)는 10,602대로 전년 판매량(1,072대) 대비 888.99% 증가했다. 2023년에 판매된 전기차 중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는 9,293대, 배터리 전기차(BEV)는 462대, 플러그인 전기차(PHEV)는 106대를 기록했다. 2024년 7월까지 판매된 전기차는 9,775대로, 전년 대비 827대가 줄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8,638대, 배터리 전기차는 1,101대, 플러그인 전기차는 36대에 그쳤다. 2022년 말 기준 필리핀에 등록된 전기차는 8,593대에 불과했으며, 2022년 판매된 전기차 1,072대 중 602대가 전기 이륜차였다. 하지만 2023년 상반기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2,557대 중 전기 이륜차가 208대에 불과하여 전체 전기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는 가격 하락, 다양한 차종 출시, 낮은 계약금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필리핀 정부의 전기차 시장 활성화 정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정부는 2022년 4월 15일 ‘전기자동차산업개발법(Electric Vehicle Development Act, 공화국법 제11697호)’을 제정해 친환경적이고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으로의 전환을 국정 과제로 삼았다. 이 법에 따라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소비세를 0%로,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대한 소비세는 50%로 조정했다. 필리핀 정부는 또한 ‘전기자동차산업 종합대책(Comprehensive Roadmap for the Electric Vehicle Industry)’을 마련해, ‘전기자동차산업개발법’의 성공을 위해 달성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종합대책’은 3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1단계(2023~2028)에는 전기차 누적 판매량 311,700대와 7,300개의 충전소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2단계(2029~2034)에는 누적 판매량 580,600대와 충전소 14,000개, 마지막 3단계(2035~2040)에는 누적 판매량 852,100대와 20,400개 충전소 설치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와 같은 계획을 통해 전기차 기술력을 갖춘 현대차도 필리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 월드카 어워즈에서 기아 EV9은 ‘올해의 자동차’와 ‘올해의 전기차’에 선정되었고, 현대차 아이오닉5 N은 ‘올해의 고성능 차’로 뽑혔다. 2020년 기아 텔루라이드를 시작으로 2022년 현대차 아이오닉5, 2023년 아이오닉6, 그리고 2024년 기아 EV9까지 4차례 ‘올해의 자동차와 전기차’로 선정되며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아세안 전기차 시장은 2029년 47억 달러(약 6조 2,700억 원)로, 올해의 11억 4,000만 달러(약 1조 5,000억 원) 대비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작년 아세안 6개국(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전기차 시장에서 52.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 중이며, 비야디(BYD)는 테슬라보다 2/3 저렴한 가격으로 태국에서, 상하이GM우링은 현대차보다 1/3 가격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어떤 경쟁을 펼칠지 주목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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