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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중국서 ‘뜨는’ 노인 전용 서비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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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임지연(중국)
과거 중국의 노인들은 낮에는 손주를 돌보고, 밤에는 광장에 모여 광장무를 추거나 마작장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경제적 여유를 갖춘 상태에서 은퇴한 리우링허우(1960년대 이후 출생자)의 은퇴 후 모습은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 비교해 자신을 위한 소비에 망설임이 없으며, 외식이나 오락 등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위 '가치 소비'에 적극적이다. 특히 최신 스마트폰과 PC를 활용해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이용하고, SNS에 유통되는 실시간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주체이자 네트워킹 세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리우링허우 세대가 지난 한 해 동안 소비한 피부 노화 방지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시장 분석 회사 차이나스키니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안티에이징 시장의 매출 규모는 이전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중국에서 노화 방지를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는 이 노령층을 겨냥한 실버산업이 미래 경제를 이끌 중요한 분야로 주목받는 이유다.
중국 베이징 시청취에 소재한 한 노인 전용 요양시설에서 식사 중인 노인의 모습. (출처: 웨이보)
고령화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빠른 노령화 추세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은 최근 전국고령공작위원회 소속 중국 고령과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미래 노령화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 9,697만 명에 달해, 미국 전체 인구(약 3억 4,000만 명)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더불어, 중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미국인보다 2년 더 길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와 각 지역 정부는 노령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 전용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제1기 전문가위원회 위원인 당준우 중국 고령과학연구센터 부주임은 자신의 저서 *고령경제: 장수 시대의 새로운 경제산업 발전 모델*에서 "장수 사회의 전면적인 실현은 이 사회가 새로운 경제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며, 미래 경제에서 가장 혁명적인 동력의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계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령 경제는 더 이상 고령자만을 위한 낡은 노후 경제가 아니며, 오히려 미래 경제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모든 국민이 장수하는 사회에서 노년층의 유효 수요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경제를 ‘실버 경제’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소비 주체로서 사회 전면에 나선 노령층을 위한 서비스 시스템을 ‘미래 경제’로 지칭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유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국 노인들의 모습. (출처: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이미지DB)
지갑 여는 노인들...정부 당국도 주목
현재 중국은 빠르게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14%를 넘었다. 이미 중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8세에 도달했으며, 앞으로 이 기대수명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최소 20%를 차지하며, 중국인 5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2060년에는 이 비중이 37.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23년 12월 기준으로 중국 노인요양산업의 규모는 전체 GDP의 약 7%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미국, 일본, 유럽 각국의 노인요양산업은 선진국 평균 약 25%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이 분야 시장은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 미래 경제 이끌 ‘블루오션’
워줴원 베이징은행 회장은 "고령자 돌봄을 부담으로 여기거나, 고령화 사회의 도래가 경제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고령자 서비스 산업이 미래 경제를 이끌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현재 중국을 "중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단계"라고 진단하며, "앞으로 10년마다 노인 인구가 최소 1천만 명씩 증가할 것이다. 이는 실버 경제가 중국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뜨는 경제'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로 꼽히는 ABC 생명보험 당 부위원회 비서 겸 총책임자인 메이 리 역시 노령화 사회가 창출할 경제적 기회에 주목했다. 그는 "실버 경제의 일환으로 연금 금융이 각계각층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현재 중국의 36개 도시에서 다양한 개인연금 제도가 도입되고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각 지역의 금융 기관에서는 총 6천만 개 이상의 개인연금 계좌가 개설되어 운영 중이며, 500개 이상의 저축 예금, 은행 재무 관리, 연금 상품들이 출시되었다. 상업 연금 보험에 적립된 연금 규모는 최소 6조 위안(약 1,125조 3천억 원)에 달한다.
노인 전용 실버 시설에 설치된 첨단 운동 기기. (출처: 기기 전문 개발업체 ‘GALICFIT’ 홈페이지 캡쳐)
쉬운 사용법이 성공 요건, 가정용 의료기기
실버 경제에서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는 가정용 의료기기다. 혈압 측정기, 산소포화도 측정기, 혈당 측정기 외에도 체온계, 가정용 안마기 등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다. 이러한 소형 의료기기는 병원용 전문 의료기기와 달리,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버 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급격히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시장조사 업체 아이미디어 리서치(iiMedia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정용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981억 위안(약 37조 1,536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22년 대비 12.37% 성장한 수치로, 2019년의 1,189억 위안(약 22조 2,996억 원)과 비교해도 큰 폭의 성장이다. 특히 2025년에는 이 시장 규모가 2,400억 위안(약 45조 2,148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 5년 만에 2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것이다.
2022년 5월 기준, 중국 내 실버산업 관련 기업 수는 약 36만 7,000곳에 달하며,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최근 1~5년 사이에 설립된 스타트업들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중국 실버 세대의 문화, 시장, 그리고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불과 2년 전인 2020년 12월에 미국, 일본, 독일 등 11개국의 40여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실버 시장을 주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가사도우미 서비스 업계다. 인구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가사도우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방문 청소와 노인 요양 홈케어 서비스의 이용률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이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가사도우미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1년 1조 149억 위안(약 190조 3,444억 원)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조 1,641억 위안(약 218조 3,269억 원)으로 성장했다. 이 시장은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국민 소득 수준 향상, 그리고 육아 및 노인 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야다인터내셔널홀딩스는 파나소닉과 공동으로 장쑤성 이싱시에 총 1,170세대 규모의 노인 복지 시설 개발에 나섰다. 이 노인 전용 거주 시설에는 간단한 소변 검사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AI 화장실과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이 내장된 침대 등 각종 첨단 기술이 도입될 계획이다.
실버 관광 서비스 각광
과거에는 특수 관광 상품으로 여겨졌던 노인 관광 상품이 이제는 관광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 대표 여행사 사이트인 취날왕(去哪儿网)에 따르면, 50세 이상 중국 관광객의 1회 평균 여행 기간은 6~7일로, 젊은 세대 관광객에 비해 3일 정도 더 길었다. 이 업체는 그 이유로 노인들이 회사원이나 학생들에 비해 여가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령층은 한 곳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머무르는 여행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 관광객 중 30% 이상이 배우자와 함께하는 여행을 선호했으며, 자녀와 함께한 여행 비율은 24%, 형제자매와 함께한 여행 비율은 20% 수준이었다.
특히 노인 관광객은 젊은 세대에 비해 관광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 투자 회수율 또한 여러 세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행사의 서비스를 이용한 후, 만족한 노인 관광객들이 동일한 서비스를 재이용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실버 관광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높은 시장성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이 공개한 '2024 중국 실버 경제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실버 관광 서비스 산업 규모는 1억 5,000만 위안(약 281억 3,250만 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중국 전체 관광 서비스 산업의 약 5분의 1에 달한다. 2023년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향후에도 실버 관광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예측됐다.
그러나 실버 관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 관광객들의 여행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인 관광객을 연령대별로 구분해 맞춤형 여행 상품을 개발하거나, 가족 동반 여행과 의료 관광을 구분하여 각 상품에 적합한 다채로운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베이징궁상대학 관광마케팅과 장윈라이 박사는 "최근 중국에서 60년대생 인구가 퇴직하면서 경제력을 가진 노인들이 관광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실버 관광은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전체 관광업계에서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노인 돌봄 기능 로봇의 등장
중국에서는 최근 물리치료 보조 로봇 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노인 의료 요양 서비스 시장에 시범 도입되는 등 이 분야 시장의 전면적인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22년,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인 유비테크 로보틱스(UBTech Robotics)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돕는 요양 보호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 대중에 공개했다. 또한 지난 6월, 일본 가켄홀딩스의 요양 서비스 사업부인 메디컬 케어 서비스와 제휴를 체결하여, AI와 로봇을 사용한 간병인의 생산성 증진에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다. 음성 인식 제공업체 신비정보(iFlytek)도 특수 음성 인식 리모컨을 통해 심박수와 혈중 산소 농도를 추적하며, 인공지능(AI) 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신비정보는 1999년에 설립되어 2008년 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음성 인식 분야 1위 업체로,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인공지능 음성 인식 시장에서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 샤오미(小米), 비보(VIVO) 등의 기술을 탑재하며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얻고 있다.
5~10년 내 ‘피크’ 스마트 노인 케어 시장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중국 전역에서 노인 돌봄 서비스가 천편일률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표준화된 산업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며, 불충분한 장비로 인해 지역별 서비스 연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각 지역별 산업 체인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별, 도시별로 상이하게 발전하고 있는 노인 돌봄 서비스의 수준과 자금 투입 규모는 지역 간 출혈 경쟁을 불러오고 있으며, 이는 중앙 당국이 국가적 규모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시도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 시장은 최소 5년에서 늦어도 10년 안에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자금 및 정책 지원, 기술 혁신, 가족 구조의 변화, 소비 개념의 빠른 변화 등에 힘입어 스마트 노인 케어 시장이 중국 미래 경제를 이끌 새로운 소비 성장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각종 기능식품, 꾸준한 성장세 기록
이외에도 중국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소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실버 세대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에 맞춰, 수면의 질 개선, 면역력 증진, 심혈관 건강 증진 등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능성 식품들이 시장에 등장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2년 대비 9.8% 성장한 3,282억 위안(약 61조 5,539억 원)의 시장 규모를 기록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오는 2025년에는 이 규모가 최소 3,775억 위안(약 70조 8,001억 원)을 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는 실버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국 산업을 내실 있게 키우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월, 실버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한 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로봇 공학 활용 프로젝트 등 26개 항목(‘노인 복지 향상을 위한 실버 경제 발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에는 외국인 투자 장벽을 낮추고, 민간 기업의 진입을 지원하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 항목에는 AI 스마트 제품 개발, 지능형 간호 로봇 등 각종 장비와 노인들의 실내 활동을 돕는 가상 현실 체험 기기 개발 및 지원 등 실버 경제 발전과 관련된 다양한 지원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베이징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스마트 노인 돌봄 서비스 시범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베이징의 중심가인 시청취(西城區)의 초고가 주택가에는 최근 IoT 스마트 단말기와 노인 돌봄 스테이션 서비스가 도입되었으며, 베이징 시 정부는 이를 중심으로 노인 전용 요양 거주 서비스를 시범 시행하고 있다. 상하이에서도 ‘실버 디지털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며, 산시성 정부는 ‘스마트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사회 노인 돌봄 서비스 센터를 성 정부 자금으로 건립하는 등, 지역별로 다르지만 매우 독립적인 지능형 노인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며 주목받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중국 실버산업 관련 기업의 주요 소재 지역은 장쑤(江苏), 산둥(山东), 광둥(广东)으로, 각각 3만 6,000곳, 3만 2,000곳, 3만 1,000곳이 위치해 있어 이들 지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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