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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산업 육성이 인도 정부의 중요 경제 정책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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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맹현철(인도) 

 

 

최근 인도에서 육류 섭취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닭고기를 제외한 다른 육류를 인도 식탁에서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육식을 반기지 않는 문화가 인도에 자리 잡고 있고, 인도 인구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힌두교도는 소고기를, 15%가량을 차지하는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금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도인들의 해산물 섭취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웨스트 벵골, 케랄라 등 일부 주를 제외하면, 해안가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해산물을 잘 먹지 않는다. 심지어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생선을 먹는 사람’이 타인을 모욕할 때 쓰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인들이 그나마 많이 먹는 해산물은 새우이다. 인도 육류 소비 증가와 소비 고급화의 물결을 잘 타서 2021년에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 리시우스(Licious)의 주력 품목에는 새우가 포함되어 있다. 잘 손질된 새우를 진공 팩에 포장해서 주문 후 2시간 안에 오토바이로 각 가정에 배달해 준다. 

 

 

 

리시우스(Licious)에서 판매 중인 인도 새우

(출처: 리시우스 홈페이지)

 

 

새우와 카레 그리고 인도

 

채식식당을 제외하면 인도 식당에서 새우 요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인도하면 떠오르는 ‘카레’와 ‘새우’는 매우 잘 어우러진다. 해산물 요리가 발달한 웨스트 벵골과 케랄라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새우 카레가 있다. 

 

웨스트 벵골의 대표 새우 요리는 칭그리 말라이(Chingri Malai)이다. 벵골어로 칭그리는 새우를, 말라이는 크림을 의미한다. 코코넛 밀크 베이스에 생강, 마늘, 양파에 여러 향신료를 곁들인 양념에 새우를 넣고 만든 카레다. 

 

들어가는 주재료만 놓고 보면 비슷한 음식이 케랄라에도 있다. 케랄라를 대표하는 새우 요리는 쳄민 모일리(Chemmeen Moilee)로, 쳄민은 케랄라의 언어인 말라야람으로 새우를 뜻하고 모일리는 우리가 아는 카레와 같은 음식의 이름이다. 남인도의 카레에는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모일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쳄민 모일리는 생강, 마늘, 양파, 토마토에 여러 향신료가 들어간 케랄라식 새우 카레다. 

 

이 두 음식의 주재료는 유사하나 향신료와 요리법에 따라서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인도 음식이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은 둘을 직접 비교해서 먹어보지 않으면 차이를 모를 수도 있다. 

 

카레 형태가 아닌 새우 요리도 인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최근 인도에도 중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가 아는 중식과는 사뭇 다른 현지화된 중식이 대부분이다. 여러 중국식 볶음 요리에도 새우를 많이 사용한다. 포르투갈의 지배를 오래 받은 서부 해안 지역인 고아에는 새우 피클이 있다. 피클이라는 이름 때문에 익히지 않은 새우가 들어간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고추가 가득 들어간 향신료를 우리나라의 고추장과 같이 만든 후에 기름을 넘치도록 두른 팬에서 새우와 함께 볶아내서 유리병에 담아 보관하여 먹는 음식이다. 

 

 

인도의 대표 새우 커리 

(좌: 칭그리 말라이, 출처: 힌두스탄 타임스/ 우: 쳄민 모일리, 출처: 케랄라 투어리즘)

 

 

인도 예산안에도 영향을 끼치는 새우

 

인도 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경제 정책 방향을 국민들에게 소개한다. 예산안이 발표될 때마다 언론은 이를 분석하는 기사를 며칠에 걸쳐서 쏟아 낸다. 올해 인도 예산안에는 꽤 재미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올해 예산안의 아홉 가지 중요 분야 중 첫 번째가 농업 생산성과 회복력 강화, 그중에 ‘새우 산업 육성’이 명시되어 있다. 인도 재무부가 발행한 짧은 예산안 설명서에 새우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농업 정책 중 다른 내용은 채소 공급망 확보, 식용유 자급을 위한 농업 분야 지원, 기후 저항성과 수확률이 높은 신규 작물 보급 등과 같이 포괄적으로 기술된 반면, 유독 새우만이 ‘새우 생산 및 수출 지원’으로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14억이 넘는 사람이 사는 복잡하고 다양한 나라인 인도의 경제 정책에 새우라는 단일 품목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가? 

 

인도 새우 생산량은 연간 100만 톤에 달한다. 인도 해양상품수출개발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2023 회계연도 새우 생산량은 120만 톤을 기록했다, 양식업 분야 전문가들은 인도 새우 생산량이 2021년 93억 톤을 기록하고 이후에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2021년 73만 톤가량의 새우를 수출했으나 이후 새우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인도내 생산량 감소로 수출물량 역시 감소했다. 인도 생산량 중 대부분이 양식에 의존하는데, 양식 새우의 85-90%가 해외로 수출된다. 

 

새우는 주로 별다른 가공을 거치지 않고 냉동으로 수출되며, 2023-2024 회계연도 인도 냉동 새우 수출 물량은 71만 톤이나 된다. 인도 냉동 새우의 가장 큰 소비자는 미국으로, 전체 41%에 달하는 약 29만 7천 톤을 수입했으며, 중국(21%, 약 14만 8천 톤), 유럽(13%, 약 9만 톤), 동남아시아(7%, 약 5만 2천 톤), 일본(5%, 약 3만 6천 톤) 순으로 인도산 냉동 새우를 많이 수입했다. 같은 시기 인도 수산물 수출액은 역대 최고인 미화 73억 8,000만 달러(한화 약 9조 9,297억 원)를 기록했으며, 이 중 냉동 새우 수출액은 전체 수산물 수출액의 60%가 넘는 미화 48억 8,127만 달러(한화 약 6조 5,677억 원)에 달했다. 동기간 인도 수출액이 미화 7,767억 달러(한화 약 1,045조 498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새우 수출이 인도 전체 수출에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고용 창출 효과는 크다. 대부분의 작은 규모의 기업들로 구성된 인도 새우 산업은 100만 명 이상 고용하고 있다. 

 

 

 

인도 새우 생산량

(데이터 출처: 해양상품수출개발국, 이미지 출처: guide to the Indian Shrimp Industry)

 

 

새우 산업 육성과 인도 동부 개발

 

인도 정부의 새우 산업 육성 정책의 이면에서 인도 중앙정부의 동부 지역 개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새우 생산량과 관련이 있는데, 해양상품수출개발국의 자료에 따르면 안드라 프라데시에서 60-65%, 웨스트 벵골에서 10-15%, 오디샤에서 5-10%, 타밀 나두에서 5-7%, 구자라트에서 5-6%를 생산한다. 

 

인도 양식 전문가 협회가 양식 새우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안드라 프라데시가 78%로 가장 많은 양식 새우를 생산하며, 그 뒤를 오디샤(6%), 웨스트벵골(6%), 구자라트(4%), 타밀나두(3%) 순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안드라 프라데시, 웨스트벵골, 오디샤가 동부 해안에 자리 잡고 있고, 인도 최남단에 위치한 타밀나두의 절반 역시 동부 해안에 위치해 있다. 

 

인도 양식 전문가 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 양식 새우 중 91.5%가 동부 해안에서 생산이 된다. 인도는 동부와 서부 모두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인도 새우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동부 해안에 집중할 것인가, 새우 산업 미개척지인 서부 해안을 키울 것인가? 인도 정부는 매우 높은 확률로 동부 해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효율성에서 찾을 수 있다. 동부해안의 새우 양식이 포화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이미 양식을 하고 있는 지역에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경제성이 높다. 두 번째 이유는 올해 예산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는 큰 남북격차 문제를 안고 있다. 

 

부유한 남부와 가난한 북부의 격차는 경제뿐 아니라 보건, 교육 분야에서도 드러나며,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남북 격차보다 정도는 덜 하지만 인도는 동서 격차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인도에서 1인당 총생산이 매우 적은 비하르와 오디샤가 동부에 있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남부에서도 동쪽의 안드라 프라데시가 상대적으로 가난하다. 인도 중앙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동부 지역 발전을 중요 주제로 내세웠다. 

 

안드라 프라데시, 오디샤, 비하르, 웨스트 벵골 등 동부 지역에 대도시를 만들어서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의 동부 지역 개발 전략은 새우 산업 육성 전략과 같은 지향점을 가진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올해 총선 결과로 탄생한 연정 때문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에 이어서 두 번째로 3연임에 성공한 총리가 되었다. 지난 두 번의 총선과 달리 모디 총리의 세 번째 총리직은 연정으로 탄생하였다. 연정의 핵심 파트너는 안드라 프라데시에 기반을 둔 텔루구데쌈당과 비하르에 기반을 둔 민중당(연합)이다. 모디 정부는 이 두 지역 발전에 힘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인도 중앙 정부의 새우 산업 육성은 안드라 프라데시와 비하르를 중심으로 동부지역 발전 전략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이다. 

 

 

 

2022년 인도 주별 새우 양식 현황

(출처: Aquaculture Asia Pacific)

 

 

인도의 새우 생산과 수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다가 2021년부터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 새우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하며 인도의 생산량 역시 줄어든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새우 수출국인 베트남과 달리 수출되는 대부분의 인도산 새우는 가공 과정을 덜 거친 냉동 새우 형태이다. 

 

가공 과정을 덜 거친 수산물의 부가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인도 새우는 품질 경쟁력보다는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수출되었다. 최근 국제 새우 시장에서 에콰도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에콰도르산 새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에콰도르 역시 가공 과정을 최소화한 냉동 새우를 주 상품으로 팔고 있으며, 그 결과 인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인도 새우는 가장 큰 수출처인 미국에서 에콰도르산 새우와 치열한 경쟁을 펴고 있다. 에콰도르는 미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에콰도르산 새우의 운송비가 인도 새우의 운송비보다 낮다.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장점인 인도 새우가 가격에 강점을 둔 에콰도르 새우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인도는 새우의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새로운 수요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도 새우 산업이 처한 위기의 해결책이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도는 전 세계 3위 이내에 들어가는 새우 수출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극소량에 불과하다. 인도 새우 공급 사슬의 여러 곳에 위치한 다양한 기업은 대부분 영세하여 대량으로 새로운 국가에 수출하는 위험 부담을 떠안기 어렵다. 그리고 국가마다 검역 기준이 상이한데, 한국의 검역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새롭게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 측에서 대량으로 구입하거나 한국의 검역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설비를 지원한다면 인도 새우의 한국 판로가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한국이 인도에서 새우를 대량으로 수입하기 위해서 투자를 하거나, 설비 시설을 지원할 때 얻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 봐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5년에 국제개발 협력에 6조 8,000억 원의 예산 투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인도를 대상으로 하는 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다른 개발 협력 수혜국과 달리 인도는 개발 협력을 받아들이는 데 호의적이지 않다. 자국의 필요에 확실히 부응하는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개발 협력 자금을 받아들인다. 

 

새우 산업 육성은 인도 중앙 정부가 선정한 핵심 경제 발전 정책이면서 동서 격차 감소 전략이며 여당인 인도국민당이 연정 파트너를 위해서 제공하는 중요한 정치적 보상이다. 이런 분야에서는 한-인도 개발 협력이 용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한국과 인도는 심각한 무역 불균형에 놓여 있다. 인도는 서비스 교역에서 흑자를 보고 상품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서비스 교역 중심인 대미 교역에서는 큰 흑자를 보지만, 상품 교역 비중이 큰 한국, 일본, 아세안 국가와 교역에서는 큰 적자를 보고 있다. 2022-23 회계연도에 한국은 인도에 미화 200억 달러 이상 수출한 반면 미화 66억 5,000달러(한화 약 8조 9,475억 원)를 수입했다. 

 

인도 정부는 한국과의 무역에서 큰 적자를 보는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를 한국을 압박하는 전술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은 오랜 기간 개정 작업을 거치고 있으며, 인도는 큰 적자를 이유로 개정에 적극적이지 않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인도 수입을 늘려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인도산 새우가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식탁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수산물인 새우, 인도 수산물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새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인도 정부가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우는 한-인도 교역의 큰 문제점인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새우에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