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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로 경제 현안 풀어가는 아르헨, 성과는 언제쯤 나올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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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손영식(아르헨티나)
익숙해진 마이너스 행진
언제부턴가 아르헨티나에서 마이너스 경제지표를 보는 것이 익숙한 일이 되었다. 국가기관이나 민간기관이 내놓는 통계나 조사 결과에는 마이너스 부호가 마치 단짝처럼 붙어 있다.
통계청(INDEC)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5.1%였다. 민간소비 -6.7%, 정부지출 -5%, 투자 -23.4%, 수입 -20.1% 등으로 주요 지표들이 모두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마이너스 부호를 달지 않은 유일한 항목은 26.1% 증가한 수출뿐이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1분기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투자와 수입의 감소폭은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경제활동월간추정지수(EMAE)를 보면 하강 곡선이 반전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활동월간추정지수는 분기 단위로 발표되는 경제성장률을 예고하는 지표로 통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경제활동월간추정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 감소했다. 1~6월 경제활동월간추정지수를 기준으로 상반기 아르헨티나의 경제활동은 -3.2%를 기록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볼 때, 추후 발표될 경제성장률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기간 민간이 조사해 발표한 경제 지표들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중소기업 이익단체인 중기업총동맹(CAME)에 따르면, 6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1.9% 감소했다. 이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소매판매는 17.2% 줄었다. 중기업총동맹은 "가격이 이전보다 비교적 안정된 것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매출은 기업들에게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하반기에 접어들어도 이러한 추세는 반전되지 않고 있다. 중기업총동맹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는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10.5% 감소했으며, 1~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6.2% 줄었다. 이 단체가 주요 품목별로 조사한 중소기업의 판매 현황을 보면, 향수는 -32.1%, 의약품은 -27.8%로,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한 품목들이 많았다.
중기업총동맹이 발표한 소매판매 현황 보고서의 그래프. (출처: 중기업총동맹)
올해 경제 성적 중남미 꼴찌 전망
이러한 마이너스 행진은 이미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었다. 주요 국제기구나 금융기관들이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올해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할 국가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라틴아메리카경제위원회(CEPAL), 스페인의 대형 금융사 BBVA가 제시한 올해 아르헨티나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평균은 -3.2%였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이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치는 아르헨티나 통계청이 발표한 1~6월 경제활동월간추정지수(-3.2%)와 정확히 일치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중에 유엔 라틴아메리카경제위원회는 경제 파노라마 보고서를 수정했다. 위원회는 올해 중남미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국가로 아르헨티나와 아이티를 지목하며, 아르헨티나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3.6%로 더 낮췄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에서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대변되는 국난급 경제위기를 겪은 후 아직도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베네수엘라조차 5%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상당히 민망하고 씁쓸한 전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꺼내든 감세 카드
경제가 이 정도로 고전한다면, 정부는 당연히 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는 경기 부양에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찾아봐도 경기를 살리기 위해 즉각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발표는 보이지 않는다. 과거 아르헨티나 정부였다면, 막대한 현금을 풀어 경기 부양을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경기 부양을 이유로 멀쩡한 보도블록을 다시 깔고 또다시 교체하는 공사가 무한 반복되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무대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정부의 강력한 긴축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식 연설에서 “국가에 돈이 없다. 긴축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여정이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르헨티나 정부가 유독 신경 쓰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감세다. 아르헨티나에는 2019년에 도입된 'PAIS 세금'이라는 것이 있다. 이 세금의 정식 명칭은 '포용적이고 연대하는 아르헨티나를 위하여(Para una Argentina Inclusiva y Solidaria)'라는 문장에서 따온 이니셜(PAIS)이다. 공교롭게도 스페인어로 'PAIS'는 '국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19년 당시 페론당 정부가 신설한 이 세금은 원래 달러-페소 환전에 붙는 세금이었다. 이후 과세 대상이 확대되어 수입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이 세금의 세율은, 정권 교체 전인 지난해 7.5%에서 17.5%로 크게 인상되었다. 그러나 밀레이 정부는 최근 이 세율을 다시 7.5%로 10% 내렸다. 필자가 아르헨티나에서 세율이 낮아지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수입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감세의 효과는 아직 전반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동차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면, 감세가 전체 수입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가 감세 정책을 꾸준히 밀어붙인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아르헨티나는 세금 부담이 매우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옷값의 절반은 세금
아르헨티나는 옷값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은 국가다. 통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국민의 의류 소비량은 중남미 평균보다 22% 적다. 현지 언론은 "통계자료를 보면 아르헨티나 국민의 구매력은 중남미 상위권에 속하지만, 유독 의류 소비가 적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의류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우루과이 등 7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의류 33종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아르헨티나의 의류 가격은 나머지 6개국 평균보다 무려 35% 비쌌다. 국경을 넘는 것이 이웃 동네에 가는 것처럼 쉬운 중남미 특성상, 비싼 국산 옷을 사느니 이웃 국가에서 옷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아르헨티나의 옷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 이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의류업계 이익단체인 프로테헤르 재단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옷값의 절반 이상이 각종 세금이다. 프로테헤르 재단은 "소비자들은 의류업계가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세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프로테헤르 재단의 보고서 일부. 옷값의 50.3%가 세금이다. (출처: 프로테헤르 재단)
경제부, “세금 90% 내리겠다”
지난 6월의 일이다. 루이스 카푸토 재무장관은 아르헨티나 건설협회가 개최한 연차회의에 참석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 분야다. 밀레이 정부는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3,500여 건의 공공부문 건설공사를 한꺼번에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밀레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12월 이후 건설업계에서 실업자 10만 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연차회의에서 건설업계는 긴축의 강도를 완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건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긴축의 고삐를 다소 느슨하게 풀어야 한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부 측의 답변은 단호했다. 카푸토 장관은 “긴축을 완화하면 재정 적자의 악순환이 반복되던 과거로 되돌아갈 뿐”이라며 업계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는 이어 “고통스럽지만 긴축을 견뎌내면 대통령의 임기 말에는 세금의 90%에 대해 세율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그동안 아르헨티나에서는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페소화 평가절하만을 떠올렸지만, 부가세와 영업세 등의 세율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 제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서 카푸토 장관은 35분 연설 중 유일하게 큰 박수를 받았다.
밀레이 정부 출범 이후, 아르헨티나는 공급 확대를 통한 인플레이션 대응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율 인하 등 경제 현안에서 전례 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 페론당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고정시키거나,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자주 페소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이러한 정책의 성과가 점진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카푸토 재무장관이 건설협회 연차회의에서 감세 의지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아르헨티나 재무부)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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