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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예산안으로 보는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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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맹현철(인도) 

 

 

지난 7월 23일, 인도 재무부는 2024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어 인도 재무부 니르말라 시따라만 총리가 의회와 국민을 대상으로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인도 주요 언론들은 텔레비전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재무부 장관의 연설과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으며, 다음날 종합 일간지들은 절반 이상의 지면을 할애해 예산안을 상세히 다루었다. 특히, 이코노믹 타임스와 같은 경제 일간지는 최소 이틀가량 예산안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인도 재무부는 매년 2월 1일에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장관이 연설을 통해서 이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다. 총선이 있는 해에는 2월 1일에 임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총선이 끝난 후 의회가 구성되면 첫 회기에 정식 예산안 제출이 이뤄진다. 올해는 총선이 있었던 해로, 2월 1일에 간략한 임시 예산안이 국민들에게 소개되었고, 선거 이후 7월 23일에 정식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예산안 연설을 위해 의회에 입장하는 니르말라 시따라만 인도 재무부 장관 

(출처: The India Express)

 

 

예산안에 대한 인도 국민들의 큰 관심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예산안을 정하고 이를 공개하지만, 장관이 국민들에게 연설을 통해 소개하는 행사를 하지는 않는다. 이는 인도 정치 체제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인도 언론과 국민은 왜 이리도 예산안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인도 예산안 발표는 단순히 예산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수단을 넘어서 국가 경제 발전 방향과 국민들에게 돌아갈 중요 보조금 그리고 중요 세율을 설명하는 행사이다. 인도 경제는 여전히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 부문이 이를 따라오는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또한 인도의 복지에서 정부 보조금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어느 계층이 얼마나 보조금을 받게 된 것인지가 예산안 발표를 통해서 개괄적으로 알려진다.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 발전 계획도 예산안을 통해서 발표되는데, 어느 주가 어떤 명목으로 얼마만큼의 예산을 중앙정부에게 받게 되는지 공포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은 예산안에 큰 관심이 있으며, 언론은 예산안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기사로 최소 하루 지면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여러 경제 연구소는 예산안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중요 고객들에게 배포한다. 

 

 

 

예산안 발표 익일인 7월 24일 자 이코노믹 타임스 제1면

(출처: The Economic Times)

 

 

유독 큰 관심 받은 2024 예산안

 

이번 예산안에는 전년보다 더 큰 관심이 쏠렸다. 다수의 전문가가 올해 예산안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을 예상하였지만, 이번 예산안이 총선이 치러진 직후에 발표된 예산안이기에 세간의 관심이 조금 더 몰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예상처럼 3연임에 성공했지만, 기대 및 예상과는 크게 달리 인도국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연정으로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연정으로 집권하게 된 인도 국민당이 지난 10년간 펼쳐 온 경제 정책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작게나마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이번 예산안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세 번째 임기 경제 정책 방향을 알려줄 나침반으로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이번 예산안은 큰 틀에서는 지난 몇 년간의 예산안과 대동소이하다. 인도 경제가 단기적으로 순조롭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기반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지출은 이전처럼 꾸준히 확보하였고,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 역시 예산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조금 달라진 점은 고용과 교육을 이전보다 더욱 강조하면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에 예산을 할당했다. 또한 인도 국민당의 두 연정 파트너의 지역 기반인 비하르와 안드라프라데시에 아주 넉넉한 예산을 할당했다. 연정 파트너를 위한 통 큰 보상인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 제1기부터 시작한 제조업 육성 정책은 제3기에도 여전히 국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기조이다. 기존 생산 연계 인센티브 (Production Linked Incentive) 제도를 위한 예산도 넉넉하게 배분했다. 이 제도의 대상 산업군에 큰 변화는 없으나, 올해는 녹색 에너지, 자동차, 직물 산업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조선업 육성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것이다. 인도 정부는 에너지 안보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외에 핵발전소, 소형 원자로, 고급 초임계열(Advanced Ultra Super Critical Thermal) 발전 등 기술을 육성하고자 한다. 

 

 

2024 예산안의 핵심 분야

 

인도 예산안의 9가지 핵심 분야는 농업 생산력 증대, 제조업 및 서비스업 육성, 사회기반시설 확충, 고용 및 직업 훈련, 혁신 및 연구개발, 포용적인 인적자원 개발 및 사회 정의, 에너지 안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개혁이다. 이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2024년 예산안 중점 9개 분야

(출처: News 18)

 

 

인도에서 농업은 총부가가치의 17~18%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50%에 육박한다. 가장 많은 인구가 종사하는 산업이지만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이 농업인 것이다. 그 결과 농업과 관련된 사람은 많고, 이들 중 상당수가 빈곤하다. 경제성장을 위해서 이들의 생산성을 향상하여 부가가치를 증대하고 이를 통해서 소득과 소비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자발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인도에서 농업에 종사한 인력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농업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 이유이다. 또한 많은 인구는 곧 민주주의에서 많은 유권자를 의미하기에 농업은 인도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인도 정당은 농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여러 정책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농업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있다. 국내외 다수의 전문가가 순탄한 인도 경제 성장에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꼽는다. 원유 가격,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금리, 국제 물류 비용 등 대외 요인을 제외하면 식품 가격이 인도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식품 가격은 농업 산출에 따라서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몇 년간 등락 폭이 커지면서 인도 식탁에 매우 중요한 감자, 토마토, 양파 등 필수 채소와 땅콩, 대두, 깨, 해바라기와 같은 식용유 재료가 인도 정부의 최대 관심사이다. 

 

인도 정부는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국가가 주도하는 협동조합 육성 및 지원 정책, 식용유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 생산성 향상 정책, 채소 공급 사슬 강화, 다양한 농작물 보급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부가가치가 높은 유기농 작물 재배 비율과 수확을 높이기 위해서 자연 농법 보급, 수산자원 (특히 새우) 생산 및 수출 증가 지원, 농가 공공 디지털 인프라 보급 등이 농업과 관련한 주요 정책이다. 

 

 

실업률 해소와 제조업 육성을 위한 예산안 편성

 

인도 경제의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업률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IT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인도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반면 고용이 많이 일어나는 제조업의 성장률은 GDP 성장률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 특히 높은 청년 실업률은 이번 총선에서도 중요 사안으로 부상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인도의 가장 큰 문제가 실업률이며, 여당인 인도국민당에게 표를 주지 않을 이유 1위 역시 실업문제였다. 이를 의식한 인도 정부는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 보조금과 교육 훈련 카드를 들고나왔다. 생애 첫 취업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 이와 관련하여 고용주에게 제공되는 혜택 등이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대표적인 고용 보조금이다. 또한 인도 제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낮은 교육 수준과 부족한 직업 훈련을 꼽고 있는데, 인도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 학자금 대출, 직업교육 기관 1,000개 건립, 산업 현장의 필요에 부합하는 기술 교육 제공 등을 이번 예산안 발표에 제시했다. 

 

제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은 이번 예산안에서도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을 늘렸다는 점이 올해 예산안이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이전 예산안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 경제 발전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에 크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야당은 고용을 늘리고 여러 계층이 골고루 잘 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성장이 중요한데, 모디 정부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번 예산안에는 중소기업 지원 보조금 그리고 에너지 지원 등 여러 지원 정책을 내세웠다. 사업 자금 대출 지원, 물류 및 에너지 지원, 2차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기숙사형 숙소 지원 등이 대표적인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다. 

 

이뿐 아니라 제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산업 회랑 건설, 인프라 건설, 제조업에 필수적인 광물 자원 확보 등을 통해서 제조업 도약을 꿈꾸고 있다. 임기 초반부터 ‘Make in India’를 내세우며 제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20년부터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올해 예산안에도 반영이 되어 있으며, 대상이 되는 핵심 산업은 대동소이하다. 올해는 녹색 에너지, 자동차, 직물 산업에 보조금을 늘렸다. 인도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반도체 인도 국내 생산에 대한 의지 역시 예산과 지원 정책으로 재확인되고 있으며, LCD 제조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배터리 산업도 꾸준히 지원할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올해부터 조선업 육성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며, 한국이 조선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히 눈여겨 볼 사안이다. 

 

인도 재무부는 GDP의 3.4%에 해당하는 11조 1,100억 루피(한화 약 180조 원)를 인프라 건설에 배정하였다. 부족한 인프라 문제는 오랜 기간 동안 인도 제조업 성장의 큰 걸림돌로 지적받아 왔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인프라 건설을 위해서 공공 지출을 늘려 왔으며 민간 투자를 유인해 왔다. 이번 예산안 발표를 통해서 향후 5년 동안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민간 분야의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계획이며,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기구와 일본 정부 등 개발 협력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특이점으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홍수 대비 시설과 관개 시설에 대한 투자 증가와 관광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건설을 들 수 있다. 기존에 거대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국가 산업 회랑 (National Industrial Corridor)과 아시아개발은행이 제안하여 진행 중인 동부 해안 경제 회랑 (East Coast Economic Corridor)이 건설되면 인도 경제에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산업 회랑 개발 프로그램

(출처: 해당 기관 홈페이지)

 

 

이상 간략하게 인도에서 예산안 발표가 가지는 중요성과 올해 예산안의 중요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봤다. 인도 경제 장기 성장을 위한 오랜 과제인 높은 실업률 해소와 낮은 수준의 교육훈련으로 인한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위한 인도 정부의 노력이 이번 예산안에서 잘 드러난다. 인프라 건설과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제조업 육성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여 인도 경제의 취약 분야에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인도 정부가 중점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산업 분야 중에서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배터리, 조선 등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더 많이 지기를 바란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