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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도서출판시장과 ‘찾아가는 도서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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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배동선(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도서출판 시장의 생태계를 언급할 때,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하는 정부 부처, 콘텐츠를 창작하는 작가들, 그 콘텐츠를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엮어 출판하는 출판사들, 그 책들을 유통하는 온·오프라인 서점들, 최종적으로 책을 구매해 읽는 독자들, ISBN을 발급하는 국립중앙도서관, 외국 서적을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도서 수입상, 그리고 도서출판 관련 단체와 협회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물론 그 외에도 종이를 공급하는 제지업계, 전자책 리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온라인 서점 구축을 지원하는 IT 업계, 종이책을 다른 지역으로 운송하는 물류업계 등 다양한 산업과도 맞닿아 있다.
인도네시아 찾아가는 도서전 행사장 입구 (출처: 배동선)
인도네시아에서는 과거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당선 초기, 대통령 직속 창조경제위원회(Bekraf)가 출판을 포함한 16개 창의문화 부문에 대한 정책을 수립했지만, 재선 임기 시작과 함께 이 기능이 관광부로 흡수되었고, 이후 도서출판 정책은 사실상 교육문화연구기술부(Kemendikbudristek)로 이관되었다. 그래서인지 도서출판 정책을 검색하면 대부분 교과서 정책이 주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라메디아, 미잔그룹, 아그로메디아 등 인도네시아에서 손꼽히는 대형 출판사 그룹에 교과서를 독점적으로 출판해 온 에를랑가 출판사(Penerbit Erlangga)가 포함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은 결과다. 그러나 현지 출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일한 단체인 인도네시아출판협회(IKAPI)의 회원사는 2023년 말 기준 2,506개였으며, 비회원사를 포함한 전국의 출판사는 5,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위 20~30개 정도의 출판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영세한 출판사들이다.
이러한 상황은 도서 유통 산업에서도 두드러진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과 코로나 팬데믹이 겹친 지난 몇 년 사이, 악사라(Aksara), 카리즈마(Kharisma), 구눙아궁(Gunung Agung)과 같은 주요 오프라인 서점 체인들이 잇따라 무너졌고, 오프라인 도서시장은 일부 독립 서점을 제외하고는 언론 재벌 꼼빠스-그라메디아 그룹의 그라메디아 서점 체인이 150개 아울렛으로 거의 독점하는 상황이 되었다. 자체적으로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출판사들과 기존의 온라인 도서 유통업체들만이 인터넷 시대에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도서출판 산업은 2020~2022년 코로나 팬데믹 동안 정부 지원을 가장 적게 받은 부문 중 하나에 속하지만, 이러한 격변하는 시대에도 영세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책 자체의 강력한 생명력 덕분일 것이다.
인도네시아 독서 인구를 전체 인구의 0.1%로 평가한 유네스코 조사 결과도 있지만, 2억 7,000만 명 중 30만 명만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나치게 낮은 평가일 수 있다. 한국처럼 수백만 권씩 팔리는 메가 베스트셀러는 드물지만, 유명 작가의 도서들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몇 년 사이 수십만 권이 팔리기도 하며, 앞서 언급한 5,000여 개의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지금도 꾸준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현지 메가 베스트셀러 중에는 오수향 작가의 '1등의 대화습관',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같은 한국 원작 번역 도서들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 원작 인도네시아 스테디셀러. 왼쪽부터 오수향 작가의 ‘1등의 대화습관’, 혜민스님의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현지 한국도서들의 약진
한국에 소개된 인도네시아 도서들은 에까 꾸르니아완(Eka Kurniawan) 작가의 『호랑이 남자』,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인도네시아 현대문학 태동기에 이슬람 학자 함카가 쓴 로맨스 소설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등으로, 그 수가 많지 않다. 반면, 인도네시아에 소개된 한국 작품들은 소설과 에세이만 해도 300권이 넘는다. 앞서 언급한 오수향 작가와 혜민 스님 외에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이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교육 만화 분야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교육 만화 시장은 한때 한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현재는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Why’ 시리즈(예림당)는 백 권 가까이 번역되어 인도네시아에서만 백만 권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류수영 작가의 『빈대가족』도 아동용 교육 만화 서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팬데믹을 전후해 아동용 도서가 크게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한국 원작 번역 도서를 출간하던 현지 출판사들이 한국 아동용 콘텐츠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아동도서 시장에서는 액티비티북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다음으로 아동용 백과사전, 그림책, 영어로 된 직수입 외국 아동도서들이 뒤를 잇는다. 한국 IP로는 베베핀(Bebefinn)과 핑크퐁 아기상어(Pinkfong Baby Shark) 등이 인기를 모았다.
그라메디아 계열 M&C 출판사의 편집부장 페비 이스미야티(Febby Ismiyati)는 해외 아동도서 IP를 선택할 때 도서의 내용, 삽화, 표지가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라이선스 가격과 인쇄비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위해 책을 선택하는 엄마들은 너무 비싼 책을 구매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선인세가 높은 IP나 인쇄비용이 많이 드는 아동도서는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도서들의 경우, 선인세 요구가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높다는 점을 많은 현지 편집자들이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도서 시장에서 아동도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7월 11일(수)~12일(목) 양일간 자카르타 시내 르 메르디앙 호텔(Hotel Le Méridien Jakarta)에서 ‘찾아가는 도서전’을 주최하며, 핵심 테마로 아동도서를 선정한 것은 현지 트렌드를 잘 반영한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
2015년에 처음 시작된 ‘찾아가는 도서전’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것은 올해로 다섯 번째이며, 이번 도서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찾아가는 도서전 연혁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
‘찾아가는 도서전’
찾아가는 도서전 둘째 날 현장 (출처: 배동선)
창작과비평, 민음사 같은 한국의 대형 출판사들은 이번 인도네시아 '찾아가는 도서전'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웅진씽크빅, 도서출판 북극곰, 길벗출판사 등 잘 알려진 19개 출판사가 자카르타를 찾아 현지 출판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별도로 모집된 위탁 도서들은 국내 도서 에이전시인 캐롯코리아에이전시가 부스를 꾸며 전시했다.
행사의 영문 제목은 ‘Visiting Korean Book Fair in Indonesia 2024’였으나, 실제로는 일반 대중이나 무작위로 초청된 출판사를 대상으로 한 '도서전'이 아니라, 사전 상담이 잡힌 현지 출판사들과의 IP 수출 상담을 중심으로 한 비공개 행사였다. 이로 인해 교민 사회에는 행사 공지가 전혀 나가지 않았고, 개막일 아침에 참석한 한국인들은 한국문화원, 코트라 등 유관 기관 직원들이 전부였다. B2B 전문 용역회사인 피알액트가 행사 전반을 관리했다.
참가 업체와 위탁 도서의 테마는 대부분 아동 도서였지만, 지난 3월에 나온 관련 참가사 및 위탁 도서와 위탁도서 모집공고를 보면 특별히 장르를 제한하지 않았다. 그래서 참가사 중에는 '리스컴'처럼 음식 레시피 등 라이프스타일 전문 출판사와 '건축세계' 같은 건축 도서 출판사도 포함되었으며, 위탁 도서 중에도 일반 에세이, 인문서 등이 일부 눈에 띄었다.
참가 업체와 위탁 도서들은 주로 시장 적합성과 콘텐츠 우수성에 방점을 둔 선정 기준에 따라 선택되었고, 참가사들에게는 전용 상담 및 전시 공간, 전담 통역사 1명, 현지 출판사와의 1대1 미팅, 선정 도서 10종의 소개 자료 번역 및 제작, 항공료, 홍보물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최대 70만 원의 지원금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었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세 번의 인도네시아 '찾아가는 도서전'의 참석 업체와 상담 건수 통계는 다음과 같다.
2020-2024년 인도네시아 ‘찾아가는 도서전’ 참석업체와 상담 건수 (출처: KPIPA 케이북수출지원팀)
20번 카운터를 지킨 캐롯코리아에이전시의 백은영 대표는 "늘 봤던 업체들이 또 오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 도서 번역 출판에 관심을 가진 현지 출판사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그날 로비에서 대기 중이던 현지 출판사 팀들에게 필자가 무작위로 말을 걸어본 결과, 공교롭게도 그라메디아 소속 출판사 4곳과 미잔 출판사 소속 2곳이었다. 이 두 출판사 그룹이 현지에서 가장 큰 출판사들임을 고려할 때, 한국 도서 번역 출판에 참여하는 현지 출판사들의 풀이 그리 크지 않음을 실감했다.
그라메디아, 미잔그룹, 아그로메디아 등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출판사들은 거의 모든 부문을 총동원해 이번 행사에 참석했으며, 이들은 현지 출판사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로도 한국 원작 번역 도서를 출판하거나 출판한 경험이 있는 현지 출판사들은 20개가 채 되지 않으며, 그 대부분이 이들 대형 출판사의 계열사들이다.
상담 출판사들의 명단을 살펴보니, 나머지 독립 출판사들 중 실제로 한국 도서 출판 경험이 있는 곳은 하루 출판사(Penerbit Haru), 아낙 헤밧 인도네시아(Anak Hebat Indonesia, PT), 바짜 출판사(Penerbit Baca)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석한 현지 출판사들 중 몇 곳이 더 한국 도서 번역 출판사 목록에 추가될지 주목된다.
전국 5,000여 개 출판사 중 한국 도서를 취급해 본 곳이 20여 개뿐이라는 사실은 매우 적은 비율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영세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들이 한국 도서를 다루지 않는 것은 실망할 일이 아니다. 물론 대규모 출판사 못지않게 한국 도서를 많이 번역 출판한 하루 출판사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은 애당초 한국과 일본의 라이트노벨(Light Novel) 번역 출판에 특화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하루 출판사의 전문 분야다. 따라서 현지 주요 출판사들이 대부분 참석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찾아가는 도서전' 둘째 날 오후에도 행사장 로비는 대기하는 현지 출판사 사람들로 꽤 붐비고 있어, 한국 도서 IP에 대한 인도네시아 시장의 관심이 상당히 높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2024년 3월에서 5월 사이 잠시 한국 도서들의 신간 출간이 주춤한 사이, 중국과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6월 들어 손원평, 정유정 등 유명 작가들의 신간이 많이 출간되었다.
아직까지는 소설과 에세이, 자기계발 장르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에는 정선용 작가의 『아들아, 돈공부 해야 한다』, 박소연 작가의 『딸아, 돈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 등 경제·금융 장르로 분류될 만한 책들의 번역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추공 작가의 『나 혼자만 레벨업』, 플아다 작가의 『반드시 해피엔딩』 같은 웹소설들도 각광받고 있어, 현지에 소개되는 한국 도서들의 스펙트럼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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