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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커피 소비 트렌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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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최지윤(스페인) 

 

 

현재 스페인에서 유망한 산업 중의 하나는 바로 ‘커피 산업’이다. 스페인 커피 협회(AE café)의 2021~2022년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은 1인당 연간 3.81kg의 원두를 소비하며, 500잔의 커피를 마신다. 즉, 하루에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보아 한국 못지않게 커피를 즐기는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페인의 커피 소비는 그들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오랜 시간 앉아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에 진심인 스페인 사람들에게 커피 타임은 필수나 마찬가지다. 

 

 

  

스페인 유명 베이커리의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 

(출처: tripadvisor.uk)

 

 

커피를 사랑하는 스페인 사람들이지만, 스페인에는 스타벅스를 제외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스페인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떤 커피를 사 먹는 것일까? 스페인의 면적은 남한의 다섯 배이고, 인구는 4,800만으로 한국과 거의 같다. 그런데 지난 3월에 발간된 포브스(Forbes)의 기사에 따르면, 한국과 달리 스페인에는 이제야 200번째 스타벅스 매장이 생겼다. 서울에만 600개가 넘는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것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이다. 현지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스타벅스, 팀홀튼, 던킨도너츠 정도이다. 스페인에서는 커피 전문점이 아닌 베이커리, 소위 빵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있다. 빵, 디저트가 주가 되는 곳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바리스타는 없으며, 따라서 좋은 커피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지에서 커피만을 취급하는 커피 전문점이 없는 이유는 스페인 식문화와 관련 있다. 점심, 저녁을 먹고 나면 같은 식당에서 디저트와 커피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입가심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에 의의를 두기 때문에 커피의 맛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간단한 음식을 파는 바(bar)에서도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음식에 초점을 맞춘 곳이기 때문에 맛있는 커피를 찾기 어렵다.

 

왜 스페인에는 맛있는 커피가 없을까? 그 이유는 스페인에서 통상적으로 소비되는 커피 원두의 종류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스페인에서는 ‘토레팍토(torrefacto)’라는 원두가 보편적으로 소비되었다. 원두를 로스팅하는 중에 설탕을 넣는 것을 ‘토레팍토’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설탕 막이 씌워진 원두는 더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설탕을 첨가함으로써 로스팅 양이 늘어나 원두를 적게 사용할 수 있었고, 품질이 낮은 원두를 사용해도 설탕을 통해 숨길 수 있었다. 토레팍토는 품질이 좋지 않고, 탄 맛이 나는 원두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그 맛에 익숙해졌다. 따라서 오히려 비싼 프리미엄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면 어딘가 밋밋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일반 커피 원두(왼쪽)와 토레팍토 원두(오른쪽).

(출처: coffice madrid)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맛있는 커피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마드리드에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전문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란 특정한 기후에서 자라나 독특한 풍미와 품질을 지닌 프리미엄 커피 원두를 일컫는 말이다. 스페셜티 커피의 유행은 다양하고 차별화된 고급 커피 맛에 눈을 뜬 스페인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 데에 있다. 비싼 와인을 비롯한 주류를 살 때는 지갑을 쉽게 열었지만, 5,000원 남짓한 커피를 사 먹는 것은 돈 낭비라고 생각했던 스페인 사람들의 마인드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한국에서 2000년대 초반,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커피 문화가 서서히 바뀐 것처럼 스페인의 커피 소비와 커피 문화 역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라마르조코 커피 머신을 사용 중인 마드리드의 ‘Natif’

(출처: 최지윤)

 

 

마드리드에서 가장 트렌디한 지역인 츄에카(Chueca), 말라사냐(Malasaña)에 가면 전문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가 많다. 프리미엄 커피 머신으로 꼽히는 빅토리아 아르두이노(victoria arduino), 라마르조코(La marzocco)를 사용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커피를 맛보고 싶은 소비자들이 SNS와 입소문을 타고 하나둘씩 찾아온다. 일반 로컬 카페에서는 좋지 않은 원두, 멸균 우유를 사용하고, 일방적으로 뜨겁게 데운 우유를 사용한다. 그러나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커피 전문점은 신선 우유와 엄선된 원두, 올바른 방법으로 스팀 된 우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커피 맛이 아무래도 더 섬세할 수밖에 없다. 고급 프리미엄 커피를 찾는 고객층은 주로 20~40대이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인 Syra Coffee. 

(출처: Sevilla Secreta)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에서는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다. 커피 전문점과 일반 카페의 커피는 무엇이 다를까? 우선, 스페인 로컬 카페에 가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면, 뜨거운 커피 한 잔과 얼음컵이 따로 나온다. 손님들은 테이블에 쏟지 않도록 커피를 잽싸게 얼음컵에 옮겨 담아 아이스 커피를 마셔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마시는 커피의 사이즈에도 차이가 있다. 스페인에서 통상적으로 소비되는 커피의 양은 적은 편이다. 일반적인 커피 한 잔은 스타벅스 톨 사이즈의 반 정도이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에서는 커피를 쉽게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커피는 매장 안에서 잔에 마시는 게 보통이었는데, 최근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에 쉽게 포장해서 마시는 경우도 많아졌다. 

 

커피 전문점에서는 로컬 카페와 달리 녹차 파우더를 이용한 그린티 라떼도 판매한다. 버블티, 그린티 라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스페인 커피 전문점에서 자주 보이는 음료 메뉴가 되었다. 질 좋은 커피와 함께 브런치와 디저트를 함께 파는 곳도 증가했다. 차별화된 경험, 건강, 웰빙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증가하여 이에 따라 토스트, 에그 베네딕트 등과 같은 전형적인 브런치 메뉴를 비롯해 요거트볼, 비건 메뉴 등을 선보이고 있다. 

 

 

 

마드리드 커피 전문점의 브런치 메뉴.

(출처: 최지윤)

 

 

여전히 프리미엄 커피 붐은 마드리드를 비롯한 몇몇 대도시에 한정된 게 사실이다. 스페인 소도시에 가면 여전히 일반 커피를 파는 로컬 음식점과 베이커리만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생겼을 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커피 문화가 바뀌기 시작하며 서서히 프리미엄 커피가 일상화되었다. 현지에서는 1유로 남짓한 커피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지만, 맛있는 커피와 음료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의 유행은 조만간 스페인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스페인 시장 조사 업체(Informes de experto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의 커피 시장은 2023년에 1,184만 달러 규모에 도달했다. 커피 시장은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5.7%로 성장하여 2032년에는 1,950만 달러(한화 약 271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본다. Innova Market Insights은 유럽 커피 카테고리 분석(2023)을 통해 따뜻한 음료 중 커피 신제품 출시 비율을 확인했다. 스페인의 새로운 커피 제품 출시 비율은 51%로, 프랑스(48%), 영국(46%), 네덜란드(43%), 독일(39%)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고, 이를 통해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커피 산업이 당분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