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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규를 넘어서는 한우가 되기 위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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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조상우(필리핀)
한우는 1998년, 일본으로 공식 수출된 기록이 있다. 이후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이후 수출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이 흘러 2015년 12월, 홍콩으로 한우가 수출됐으며, 2016년 9월 12일에 마카오에도 공식적으로 수출됐다. 작년 기준 한우는 홍콩, 마카오,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수출되고 있다. 2023년 한우 수출량은 62.2톤으로 이 가운데 68.49%인 42.6톤이 홍콩으로 수출됐다. 2022년 한우 수출량 44.6톤과 비교할 때 39.46%나 증가했지만, 한우 수출 물량 대부분은 홍콩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로 편중된 상태이다.
한우의 세계시장 도전
홍콩 중심으로 형성된 제한적인 한우 수출 시장에 희소식도 있었다. 2023년 5월, 축산물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으며 말레이시아로 수출이 시작됐다. 2016년 10월, 말레이시아와 소고기 검역 협상을 시작하고 7년 만인 2023년에 최종 수입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슬람 국가 중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한우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냉장육만 가능했던 한우 수출이 냉동육으로 확대되면서 홍콩으로 수출 물량도 늘었다. 작년 10월부터 11월까지 럼피스킨병이 확산하면서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다행히 안정을 되찾았다.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시장 다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 대중 문화 인기가 많은 지역을 눈여겨보는 것도 필요하다.
2021년 기준 필리핀 국민의 소고기 소비량은 1인당 3.6kg으로 전년 대비 5.88%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는 닭고기를 포함한 가금류(14.05kg)이며, 다음으로는 돼지고기(10.66kg)이다. 소고기는 닭고기 및 돼지고기와 달리 상대적으로 값비싼 고급육(Superior Meat)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소비되지는 않지만, 이를 찾는 소비자는 존재한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필리핀 젊은 세대 가운데 일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값비싼 한식당이나 일식당에서 소고기를 주문한 사진을 자랑하듯 올리고는 한다.
필리핀에서도 일본산 소인 와규(和牛)는 소고기 중에서도 더욱 비싼 소고기라는 인식이 있다. 이러한 와규 소비가 늘어나면서 필리핀 수도권인 메트로 마닐라에 와규 전문 식당이 증가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와규 스톤그릴(House of Wagyu Stonegrill)은 2010년대부터 와규를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는 마닐라 일대에서 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와규 전문점에 앞서 멜로 스테이크 하우스(Melo's Steakhouse)라는 스테이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필리핀 수도권에서 고급 소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으로 이름이 높다. 또한 지난 2015년 12월 12일, 문을 연 와규 비프 BGC(Wagyu Beef BGC) 역시 일본 소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이다.
2020년 10월 31일에 문을 연 와규 스튜디오(Wagyu Studio) 역시 일본산 소고기를 주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와규 스튜디오는 구이만이 아니라 일본식 소고기덮밥인 규동을 비롯한 스테이크 산도, 햄버거 등 단품도 판매하고 있다. 또한 ‘Yukke’로 표기된 육회도 판매하고 있으며, 여기에 캐비아와 성게 소 등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반적인 필리핀 소비자가 접근하기에 식당에서 선보이는 재료와 가격이 꽤 높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미식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식당을 줄지어 찾고 있다. 특히, 와규 스튜디오는 일본인 요리사가 직접 고급인 고베규를 조리한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식당을 홍보하고 있다.
일본 와규의 세계 제패
1976년부터 소고기 수출에 나선 일본은 소고기 수출량에 있어서 한우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일본산 소고기인 와규는 미국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2011년 570톤, 2013년 909톤이던 일본산 소고기 수출은, 2020년에 2,845톤 그리고 불과 1년 후인 2021년에는 약 2.77배 증가한 7,879톤을 기록했다. 또한 다음 해인 2022년 와규 수출 물량은 7,847톤으로 동년 한우 수출량 44.6톤과 비교할 때 약 176배나 많다. 일본 와규 수출 역사가 한우보다 길다고 하지만 수출 물량이 급증한 것은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 사이 수출 물량이 급등한 것을 볼 때 일본 와규 업계가 수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한 것으로 추론된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일본 농림수산성과 일본무역진흥기구를 포함한 15개 유관기관이 모여 일본 식료품 홍보 및 판매 촉진을 위해 사무소 설립을 논의했다. 그 결과 2017년 일본식품해외홍보관(The Japan Food Product Overseas Promotion Center, JFOODO)이 개설됐다. 일본 식품 해외홍보관은 수출 대상국 실정을 파악하여 각국에 맞춤형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산 과일과 채소를 비롯하여 소고기, 횟감, 녹차, 쌀, 술 등 다양한 식품을 수출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맛은 좋지만 비싸다는 인식이던 와규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노출될 수 있었고, 유통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공급가 역시 낮출 수 있었다. 와규는 북미만이 아니라 유럽으로도 수출이 증가했으며, 지난 5년 사이 아세안 지역에서도 와규 전문점 및 와규를 유통하는 업체들 모두 증가했다. 필리핀 내 와규 전문점 증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스테이크 업체에서도 와규를 판매하거나 전문점을 내는 등 시장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일부 가게는 일본인 요리사가 직접 와규를 조리하면서 기존 스테이크 전문점과는 다른 와규 요리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우 수출 형태 다양화 필요
일본산 소고기를 구이류 이외에 여러 요리 형태로 소비되고 있는 것처럼 한국 역시 한우를 실력 있는 한식 요리사가 조리해서 고객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필리핀 국민은 한식당이라고 하면 삼겹살을 판매하는 구이 전문점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필리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제한 삼겹살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필리핀에는 한국 곰탕 또는 갈비탕과 유사한 ‘불랄로(Bulalo)’, 갈비찜과 유사한 ‘깔데레따(Caldereta)’, ‘따빠(Tapa)’ 그리고 ‘까레까레(Kare Kare)’등 소고기로 만드는 요리들도 있다. 따라서 필리핀 요리에 한우를 접목하는 방식, 혹은 한우에 고급 식재료를 더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한우 요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갈비찜과 유사한 깔데레따(왼쪽)와 따빠(오른쪽). (출처: 조상우)
여기에 더해 현재 인기가 많은 한국 대중 문화와 접목도 필요한 부분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콘텐츠 관련 트위팅이 많은 10개국 중 필리핀은 세 번째를 기록했으며, 방탄소년단 노래를 가장 많이 듣는 나라 순위에서도 두 번째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 대중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필리핀 편의점에서는 한식을 이용한 도시락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삼겹살 뷔페도 흔하다. 따라서 대중 문화 아이콘인 아이들과 협업하여 한우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 홍보도 필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미식 외교(Gastrodiplomacy) 개념에 입각하여 맛있는 소고기 요리를 직간접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필리핀 내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한 방법이 될 것이다.
와규에 관한 서양권 해외 요리사들의 의견을 보면 “지나치게 기름이 많다”, “부드러워 식감이 떨어진다”라고 한다. 관련하여 USA투데이는 “한우 지방 함량은 40~50% 선으로 와규(70%)보다 적고, 미국 소(20~30%)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한우는 와규보다는 씹는 맛이 있으며, 미국산 소고기보다는 부드럽다는 말이 된다. 그렇기에 한우는 와규처럼 부드럽지만 앵거스 소고기처럼 육질이 탄탄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유튜버 <영국남자>에 등장한 이탈리아 요리사는 한우에 대해 “식감이 더 살아있으면서도, 동시에 엄청 부드럽다. (중략) 너무 버터 같은 식감이면 안 된다. 고기를 씹는 즐거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미국산 소고기. (출처: 조상우)
한우 수출을 위한 전략
이처럼 일본산 및 미국산 소고기와 차별화되는 한우의 장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우는 양국 소고기가 가진 장점을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지만 일본과 비교할 때 수출 지원 체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급격한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인한 내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업 위주로 진행되던 수출 시장 개척을 정부 주도로 전환하면서 지난 몇 년 사이에 급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한국 역시 이러한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필리핀으로 한우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국이 수출 검역 협정을 맺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홍콩,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5개국과 검역 협정이 체결되어 있다. 반면에 일본은 미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호주 등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을 비롯하여 EU,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과도 검역 협정을 체결했다. 이처럼 검역 협정은 수출을 위한 초석이자 기본 단계로 특히, 농식품 수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4월 한-필 수교 70주년을 맞아 포괄적인 경제 협력을 위해 양국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합의했다. 이후 2019년 6월 협상을 개시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협상 진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작년 9월 7일 아세안 정상회의가 개최되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양국은 자유무역협정에 정식 서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수출하는 화물차와 승용차 등에 대한 관세가 즉각 철폐됐으며, 가공식품, 인삼, 고추, 배 등 농수산물에 대해서도 향후 15년 동안 관세가 폐지될 예정이다.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필리핀 내에서 한국 농수산물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29일, 제21대 국회에서 가결된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 지원법’ 시행이 무산되면서 국내 축산 농가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전국한우협회가 밝힌 것처럼 국내 축산 농가 중 80%는 한우농가로 관련 법안 통과 및 시행은 축산업계 농민들이 바라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현재처럼 한우 수출이 원활하지 않고 국내 소비도 감소하는 경우 솟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 피해는 피할 수 없는 결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육질 좋은 한우를 수출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이 조속히 필요하다. 또한 수입국에서 한우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소고기 육질에 대한 등급 관리도 시급하다. 관련하여 정부 차원 지원이 어렵다면 국내 최대 한우 농가가 있는 경상북도가 먼저 도내에 있는 한우 농가와 협업하여 전반적인 수출 체계 마련 및 해외 유통에 관한 기관 설립 등 선도적으로 움직일 필요도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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