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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은 순조롭게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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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배동선(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79주년 독립기념일 로고 

 

 

한때 왜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이 8월 17일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태평양 전쟁 말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일본이 8월 15일에 무조건 항복했는데, 그 소식이 인도네시아에 이틀 정도 후에 전해진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패망 소식을 라디오로 들은 인도네시아의 청년들은, 당시 일본의 지원을 받아 독립을 준비하던 주류 민족주의 지도자 수카르노와 모하마드 하타가 즉시 독립을 선언하지 않고, 독립준비위원회(PPKI)에 이를 상정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수카르노의 자택으로 달려갔다. 일본은 네덜란드의 오랜 지배를 받아온 인도네시아에 독립을 약속하며 여러 준비를 도왔는데, PPKI도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일본의 도움을 받아 독립을 선언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청년들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수카르노는 일본과의 사전 조율대로 독립 프로세스를 진행하려 했지만, 청년들은 이에 반발해 수카르노와 하타를 납치해 모처에 감금했다. 이 사건으로 8월 15일은 지나갔다. 다음 날, 우여곡절 끝에 자카르타로 돌아온 수카르노와 하타는 일본 해군 장성 마에다 타다시의 집에서 밤새 독립선언서를 준비했다. 당시 도로 상황이 열악해 그들이 납치된 렝아스뎅끌록에서 자카르타까지 이동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결국 8월 16일도 그렇게 지나갔다.

 

8월 17일 아침, 수카르노는 자택 마당에 사람들을 모아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그 자리는 현재 쁘로클라마시 거리(Jl. Proklamasi)의 ‘선언자의 공원(Taman Proklamator)’이 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8월 15일 일본의 항복과 상관없이 8월 17일을 진정한 독립기념일로 여긴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의 패망 후에도 네덜란드와 1945년부터 1949년까지 독립전쟁을 치렀다. 결국 네덜란드는 국제 여론에 밀려 인도네시아의 독립을 인정했고, 1949년 12월 27일 주권을 이양했다.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12월 27일을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로 주장했지만, 2023년에야 8월 17일을 공식 독립기념일로 인정했다.

 

인도네시아는 300년 넘는 네덜란드의 압제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을 뿐 아니라, 독립기념일도 지켜냈다. 올해 79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와 신수도 누산타라(Nusantara)에서 동시에 기념식을 진행한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쁘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자는 누산타라에서, 마루프 아민 부통령과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부통령 당선자는 자카르타에서 각각 행사를 주관한다. 이번 독립기념식은 누산타라의 공식 수도 제정식을 겸하며, 2024년 8월 17일 이후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국가 수도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반둥 누아트(Nu Art) 미술관에 전시된 신수도 대통령궁 디자인

(출처: 필자)

 

 

신수도 이전 사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재선 임기가 시작된 2019년부터였다. 신수도인 누산타라는 동깔리만탄의 뻐나잠 빠서르 우타라(Penajam Paser Utara)군과 꾸타이 꺼르타느가라(Kutai Kartanegara)군에 걸쳐 있는 25만 6,142헥타르의 부지에 건설되고 있다. 이는 자카르타의 네 배 면적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 신수도의 시가지는 전체 부지의 약 20%에 해당하며, 정부청사가 들어서는 곳은 그 중 9분의 1인 약 6,600헥타르 정도다.

 

신수도 부지에서 한 두 시간 거리에 발릭빠빤(Balikpapan)과 사마린다(Samarinda) 같은 비교적 큰 도시들이 있지만, 누산타라 자체는 오지의 정글을 개척하여 새로 건설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일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토지 수용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아직도 91가구를 이주시켜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신수도 이전 및 건설은 총 4단계로 계획되어 있으며, 2045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1단계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 중이다. 목표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합법적인 수도 이전을 위한 법령 제정, 주거, 전력, 수도, 도로 등의 주요 인프라 구축, 공무원 20만 명의 도시 진입과 업무 개시, 그리고 독립기념일 이전 대통령궁 완공이 목표로 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수도의 멋진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발리 소재 가루다 위스누 끈짜나(GWK)의 가루다 신조(神鳥)를 탄 위스누 신의 초대형 동상 등을 만든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이 뇨만 누아르타(I Nyoman Nuarta)가 가루다 신조를 모티브로 한 대통령궁 설계에 참여했다.

 

 

 

누산타라 대통령궁 실제 건축상황 (2024년 4월)

(출처: 꼼빠스닷컴, 공공사업주택부 배포 자료)

 

 

조코위 대통령은 오는 7월부터 신수도에서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수도 건설의 첫 단계를 자신의 임기 내에 마무리해야만, 차기 정부가 아닌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퇴임을 앞둔 지금 하루하루가 긴장될 수밖에 없다.

 

신수도 이전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시간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파트 한두 동을 짓는 데에도 6-7년이 걸리는데,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가 2020년 3월 인도네시아에 상륙해 모든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수도 이전 사업도 중단되었다가 2022년 초에야 재개되었다. 이로 인해 조코위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2년을 허비하게 되었고, 5년에 걸쳐 이루려던 신수도 이전의 첫 단계를 3년 만에 완료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현지 영자지 자카르타포스트는 지난 6월 초, 신수도 상황을 고대 자바의 라라 종그랑(Rara Djonggrang) 전설에 비유한 기사를 실었다. 이 전설에 따르면, 반둥 본도워소 왕자는 쁘라보 보꼬의 아름다운 딸 라라 종그랑 공주에게 청혼했지만, 공주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주는 왕자에게 하룻밤 사이 천 개의 사원을 지으라는 불가능한 과업을 제시했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오는 8월 17일 독립기념일까지 1단계 프로젝트 완공을 목표로 하는 조코위 대통령을 밤새 수많은 탑을 쌓아 올리던 반둥 왕자에 비유했다.

 

이 전설의 결말처럼, 반둥 왕자가 불러낸 악마들은 공주의 술수에 속아 새벽이 아닌데도 해가 뜬 줄 알고 급히 땅속으로 돌아가 버려 마지막 사원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에 격분한 반둥 왕자는 공주를 저주해 석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허망한 전설은 중부 자바에 있는 '짠디 세우(Candi Sewu)'의 폐허 속에 지금도 남아 있다.

 

 

 

천 개의 신전 ‘짠디 세우’

(출처: 인도네시아 교육문화연구기술부 홈페이지)

 

 

팬데믹 동안 신수도 프로젝트를 뒤흔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신수도의 기본 인프라를 갖추는 데 466조 루피아(한화 약 40조 원)가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이 중 20%는 국가 재정으로, 나머지 80%는 민간, 특히 해외 투자자로부터 충당할 계획이었다. 당시 일본 소프트뱅크가 300-400억 달러(약 37조~50조 원) 규모의 투자의향을 밝히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낙관적이었다. 신수도 건설 감독을 위한 운영위원회에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아부다비의 모하마드 빈 자예드 알 나히앤 황태자,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참여하면서 해외 투자가 더 많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2022년 3월 11일 신수도 건설 전반을 감독할 신수도청(OIKN)을 설치하고, 밤방 수산토노(Bambang Susantono)와 도니 라하유(Dhony Rahajoe)를 각각 청장과 부청장으로 임명한 다음날, 소프트뱅크는 신수도 투자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매우 충격적이고 불길한 신호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큰 타격이 없는 척 했지만, 그 이후로 신수도에 대한 해외 투자는 한 건도 실현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의 철수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투자자들은 신수도 프로젝트에 중대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해외 기업들은 스마트시티와 녹색 개발에 대한 개념 제공, 지식 공유, 기술 지원 등의 참여만 이루어졌고, 실제 자금 유입은 없었다.

 

결국 당국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강요하게 되었고, 여러 차례 현장 시찰단을 조직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이 누산타라 현장을 자주 방문하며 신수도를 홍보했고, 조코위 대통령은 신수도의 공항, 주거용 콤플렉스, 각종 인프라 건설 착공식을 연이어 강행했다. 그러나 민간투자와 해외투자가 부족해 국가 예산을 대규모로 투입하게 되었고, 신수도 사업이 변경되거나 중단되면 막대한 매몰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다. 조코위 대통령은 성공적인 천도를 이끈 영웅으로 남고 싶지만, 국고를 파탄 낸 죄인이 될 수도 있는 기로에 섰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후임 대통령이나 차기 정부가 신수도 이전 프로젝트를 변경하거나 백지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금장치였다. 개정된 신수도법에는 이러한 의지가 담겼다. 신수도청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신수도 건설 자금을 독자적으로 유치하고 운용하도록 했으며, 상업용 토지의 관리와 필요한 공무원들의 고용 등 전권을 신수도청에 일임했다. 이는 누가 반대하더라도 신수도청만 장악하면 신수도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신수도 프로젝트의 변경이나 백지화가 공론화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조코위 대통령은 2024년 2월 대선을 앞두고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 야권 대선 후보인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신수도 프로젝트 번복 가능성을 언급하고, 대통령이 소속된 투쟁민주당(PDIP)의 대통령 후보인 간자르 쁘라노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마저 전임 대통령 정책의 승계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조코위 대통령은 과거 두 차례 대선에서 맞붙었던 정적인 쁘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쁘라보워는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며 조코위 대통령의 모든 정책을 승계하겠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코위 대통령은 투쟁민주당 소속이면서도 상대당인 그린드라당 후보인 쁘라보워를 지지하며, 오랜 후견인 메가와티 수카르노뿌트리를 배신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헌법재판소장인 처남 안와르 우스만을 움직여 대선 후보 연령 하한선을 40세에서 36세로 낮춰, 자신의 장남이자 솔로 시장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쁘라보워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내세웠다.

 

이로 인해 안와르 우스만은 윤리 위반 판결을 받아 헌재 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기브란과 그의 처남인 메단 시장 보비 나수티온은 투쟁민주당에서 출당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여전히 투쟁민주당 당적을 유지하면서 당과 메가와티를 기만하는 모습이 되었다.

 

결국 쁘라보워-기브란 팀이 대선에서 승리해 오는 10월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조코위 대통령의 전략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아직도 자신에게 충성을 보이는 쁘라보워가 취임 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충분히 쁘라보워에게 은혜를 입혔고, 기브란 부통령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쁘라보워의 정책 승계 약속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

 

모든 문제는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앞서 언급한 신수도청장과 부청장이 지난 6월 3일 월요일에 사퇴했다. 신수도 제정식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은 두 사람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퇴했다고 발표했지만, 대통령의 최측근인 루훗 빈사르 빤자이탄 투자조정장관이 "능력이 없으면 그만둬야지"라고 발언하면서, 재임 기간 동안 해외 투자 유치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경질된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신수도 프로젝트로 인해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한다.

 

신수도 이전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되려면 첫째, 민간 및 해외 투자를 유치하여 비용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하고, 둘째, 차기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확실히 승계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쁘라보워는 원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로 특전사령관 등 군 요직을 거치며 막강한 권력을 누리다가 1998년 신질서 정권이 몰락하자 수하르토의 딸과 이혼하고 요르단으로 망명한 인물이다. 귀국 후 사업가로 변신하고 다시 정치에 뛰어들어 유도요노 정권과 조코위 정권의 반대편에 서 있다가 지금은 조코위 대통령의 후원자로서 대통령 당선자로 등극했다. 변신에 능하고 목표 지향적인 그가 비록 기브란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어도 대통령 취임 후에도 과연 2인자 시절의 약속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공직사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자카르타 등 대도시나 인프라가 충분한 지방에서 근무하던 공무원들이 연고도 없고 사회적 인프라도 부족한 신수도로 수천 명 단위로 이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군부대를 새로 편성하는 것도 복잡한 과정인데, 도시를 새로 만들고 그곳을 공무원과 민간인으로 채우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아직 학교나 쇼핑센터도 없는 신수도 근무를 기피하고, 띠토 까나르피안 내무장관은 진급하고 싶은 공무원들에게 신수도로 가라고 독려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7월부터 신수도에서 업무를 보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은 "이래도 너희들이 따라오지 않을 것이냐?"는 엄숙한 질문과 다름없다.

 

자카르타는 올해로 도읍 497주년을 맞아 매년 열리는 대규모 장터인 자카르타 페어를 6월 12일부터 7월 14일까지 한 달 넘게 북부 자카르타 끄마요란의 자카르타 국제 엑스포 전시장(JIEXPO)에서 개최한다. 누산타라는 8월 17일에 도읍 첫날을 맞이한다. 당일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 부통령과 부통령 당선자가 각각 누산타라와 자카르타에서 독립기념식을 개최하는 것은 자카르타의 부통령들이 누산타라의 대통령들에게 국가 수도의 위상을 이양하는 상징적인 행사가 준비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카르타는 극심한 교통 정체와 최악의 대기 환경, 그리고 매년 해수면 밑으로 침하하고 있는 지반 상황을 감안하면 수도 이전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노이로 수도를 옮긴 후에도 경제 중심지로 남은 베트남의 호치민처럼, 자카르타는 여전히 경제 중심지로 남을 것이다.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약 세 시간이 걸리는 누산타라로의 천도는 많은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과 공무원들이 자카르타와 누산타라 사이를 자주 오가야 하므로 공무여행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며, 학교, 병원, 복지, 효율성 측면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누산타라를 스마트시티, 녹색 도시로 만들어 전기차만 도로를 달리고 하늘에는 비행 택시가 날아다니는 미래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나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내년쯤 누산타라 공항에 내려 비행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미래를 꿈꾼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