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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주도하는 일본 후쿠오카현의 저출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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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정민욱(일본)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전쟁의 종결에 따른 제1차 베이비붐(1947~1949년)과 이들이 자녀를 낳은 제2차 베이비붐(1971~1974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감소세를 이어왔다. 감소세를 이어온 원인을 꼽자면 제1차 베이비붐 당시 일본 정부가 시행한 산아제한 정책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경제 불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1·2차 석유파동, 1980년대의 거품경제와 거품의 붕괴로 인하여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30년까지 모두 일본의 출산율에 직격탄이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에 엔(円)저 현상까지 더하여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등 물가의 상승과 이와는 대조적으로 젊은 노동자 특히 젊은 여성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장기 경기 침체와 비정규직의 증가로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서방국가들과 달리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고 있는 원인으로는 일본 국내외의 학자들도 지적하듯이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유교 문화를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혼외 출산을 금기시하는 가족제도, 허례허식의 문화로 인한 과도한 혼인비용,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하여 무너진 성비, 엄격한 성 역할의 구분으로 인하여 여성에 집중되는 육아의 부담 등이 있다. 이에 더하여, 과거(科擧)제도의 전통에 따라 높은 교육열에 따른 높은 교육비 부담과 선망되는 소수 일자리로의 쏠림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인구 추이. 빨간색 선이 합계출산율. 2070년까지 출산율의 반등은 없을 것으로 예측. (출처=일본 후생노동성)

 

 

◇ 일본 정부의 그동안의 저출산 정책

 

 일본 정부는 1990년대에 들어서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1994년 ‘엔젤 플랜’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저출산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저출산 문제도 해결하고자 하였으며, 그 중심에는 항상 여성의 일과 육아 병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2002년에 시행된 ‘저출산 대책 플러스 1’에서는 남성을 포함한 노동 환경 전반의 개선이, 2003년에 제정된 ‘차세대 육성 지원 대책 추진법’에서는 중앙부처의 저출산 정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사기업의 적극적인 협조 의무가 강조되었다. 또한, 2012년에 제정된 아동·육아 관련 3법(‘아동·육아 지원법’, ‘취학 전 자녀에 관한 교육, 보육 등의 종합적 제공 추진에 관한 법률 일부를 개정한 법률’, ‘아동·육아 지원법 및 취학 전 자녀에 관한 교육, 보육 등의 종합적 제공 추진에 관한 법률 일부를 개정한 법률 시행과 관련된 법률 정비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연애·결혼·임신·출산·육아·보육·교육 등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그 자녀가 성인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양적 확충과 질적 향상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2017년에는 보육의 무상화 방침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의 저출산 정책의 핵심은 일과 육아의 병행에 있다. 일본에서는 현재 성별을 불문하고 육아휴직을 자녀가 2세가 될 때까지 최대 2년 사용할 수 있다. 휴직 급여는 휴직 후 180일간 휴직 전 급여액의 67%가 지급되고 그 이후로는 50%가 지급된다. 지급 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이다. 지급액의 상·하한액은 휴직 전 급여액의 67%가 지급되는 동안은 30일마다 31만143엔(약 270만 원)과 5만5194엔(약 48만 원)이고, 50%가 지급되는 동안은 30일마다 23만1450엔(약 202만 원)과 4만1190엔(약 36만 원)이다. 육아휴직 중에는 사회보험료의 납부가 면제된다. 지급 대상자가 되려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하고, 육아휴직을 시작하기 직전 2년 동안의 근무 일수가 11일 이상인 달이 12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1.26명으로 여전히 저출산 기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 오카야만현 나기초가 기적의 마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1.26명이었는데, 2019년 기준 합계출산율 2.95명을 기록하여 일본 국내외에서 ‘기적의 마을’로 불리게 된 오카야마현 나기초는 지난해 2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직접 방문하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나기초의 합계출산율에는 문제가 있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적하듯이, 나기초의 높은 합계출산율은 출생아 수의 증가가 아닌 가임여성 수의 감소로 인한 것이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합계출산율을 계산할 때 가임여성(15~49세) 인구의 연령별 출산율을 이용하게 되는데, 여기서 출산율의 분모는 가임여성 수이고 분자는 출생아 수이다. 따라서 가임여성 수가 감소하면 합계출산율이 올라갈 수 있고, 출생아 수가 증가해도 합계출산율이 올라갈 수 있다. 일본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나기초의 합계출산율은 2005년 1.41명에서 2014년 2.81명으로 대폭 상승한 데 이어 2019년 2.95명으로 상승했으나, 출생아 수는 2005년 43명, 2014년 60명, 2019년 55명으로 대체로 현상 유지했다. 나기초의 합계출산율 상승은 가임여성 수의 감소에 따른 것이다.

 

 캐나다 등 이주가 많은 국가를 제외하면, 국가 차원의 넓은 범위에서는 인구에서 이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하지만 한국의 시·도에 해당하는 일본의 도·도·부·현과 한국의 시·군·구에 해당하는 일본의 시·구·정·촌 차원의 좁은 범위에서는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인구에서 이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나기초는 도시로의 이주가 많아 가임여성 수가 감소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도·도·부·현과 시·구·정·촌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를 다룰 때는 합계출산율이 아닌 출생아 수를 봐야 한다.

 

 일본의 시·구·정·촌은 그 범위가 너무 좁아 해당 지역의 저출산 정책을 참고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따라서 일본 도·도·부·현의 출생아 수를 살펴보기로 하자. 일본 정부가 발표한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한 1995년과 2021년 사이 출생아 수의 감소율을 보면, 도쿄도가 1%로 가장 낮았고, 오키나와현과 후쿠오카현이 각각 13%와 20%로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낮았다.

 

 여기서 도쿄도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출생아 수가 증가했기 때문에 제외하도록 하고, 오키나와현도 섬들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수성과 이에 따른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제외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출생아 수의 감소를 가장 적게 경험한 후쿠오카현의 저출산 정책에 대해 알아보자.

 

 

◇ 후쿠오카현의 기업주도 저출산 정책

 

 후쿠오카현은 2015년부터 저출산 대책으로 '후쿠오카현 인구 비전과 지방 활성화 종합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총 4가지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매력적인 고용의 장을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희망을 이루어주는 것이며, 세 번째는 지방 활성화를 담당할 인재의 육성·정착과 수도권 등으로부터의 인재 환류를 추진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누구나 정이 든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활력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가 곧 저출산 대책이다. 첫 번째 목표는 물론이고 두 번째 목표 또한 지역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첫 번째 목표의 세부항목에는 건강 만들기와 가사 지원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산업의 육성과 구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에 맞는 세심한 취업 지원 등이 있다. 두 번째 목표의 세부항목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등 고용 안정뿐 아니라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고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등 결혼 응원도 포함된다. 후쿠오카현 저출산 대책의 중심에는 지역 기업이 있는 것이다.

 

 현재 후쿠오카현은 연애·결혼 응원 사업 '후쿠(福) 코이(恋)'를 통해 여러 가지 만남의 장을 주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도 지역 기업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 기업은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참가비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며, 미혼인 자사 직원에게 결혼 축하금과 결혼 휴가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역 기업의 직원들 간에도 만남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참여 기업은 후쿠오카현의 입찰 참가 자격 심사에서 지역 공헌 활동 평가에 따른 가산점과 후쿠오카현 정책 추진 지원 자금의 명목으로 저금리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지역 기업이 참여한 사례로 후쿠오카현 소재의 제일생명보험(주) 후쿠오카지사가 있다. 제일생명보험(주) 후쿠오카지사는 사원의 90%가 여성으로, 출산이 퇴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성 직원에 대한 복지를 개선한 결과, 출산 후 퇴직하는 사원이 현저히 줄어 현재 관리직의 4분의 1을 여성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제일생명보험(주) 후쿠오카지사는 2018년부터 후쿠오카현의 연애·결혼 응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제일생명보험(주) 후쿠오카지사는 매년 연애·결혼 응원 파티를 여러 번 개최하는데, 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참가자 모집과 지자체와 공동 개최하는 사실이 미혼 남녀에게 신뢰를 주어 매번 대기 인원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 약 70명의 미혼 남녀가 참여하는 큰 파티의 경우, 사내 사원들과 후쿠오카현에 소재한 다른 기업의 사원들은 물론 후쿠오카현 주변의 다른 현에 소재한 기업의 사원들도 참가한다. 후쿠오카현은 현재 규슈 지방의 나머지 6개 현과 주고쿠 지방의 야마구치현과 함께 서로의 연애·결혼 응원 사업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온라인 잡지를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후쿠오카현 또한 출생아 수의 감소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감소율을 기록 중인 후쿠오카현의 저출산 정책은 일본의 다른 지자체는 물론이고, 더욱 심한 저출산을 겪고 있는 한국의 지자체들이 본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후쿠 코이’ 홈페이지. (출처=‘후쿠 코이’ 홈페이지)

 

 

‘후쿠 코이’의 여러 가지 종류의 만남의 장. (출처=‘후쿠 코이’ 홈페이지)

 

 

 후쿠오카현 또한 출생아 수의 감소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감소율을 기록 중인 후쿠오카현의 저출산 정책은 일본의 다른 지자체는 물론이고, 더욱 심한 저출산을 겪고 있는 한국의 지자체들이 본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