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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과 꼴찌가 없는 독일 학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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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이유리(독일)
나는 6년째 독일의 베를린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독일은 주마다 지방자치권이 있기 때문에 교육제도도 주마다 다르지만, 큰 맥락은 비슷하다(이 글은 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인 베를린을 기준으로 서술하였다). 독일로 이사를 오고부터 아이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거쳐 가며 느낀 점은 유치원부터 초등 저학년까지는 자립성과 규칙을 지키는 것의 밸런스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물론 자립성과 규칙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가르치지만, 유치원 때부터 학습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유치원 반도 나이별로 나누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독일에서는 2~3세, 4~6세 혼합반이 더 흔하다.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돌보고, 작은 아이들은 큰 아이들에게 배우는 등 나이 차이가 있는 아이들의 상호작용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보는 것이다. 유치원에서는 놀이 위주로 규칙 지키기, 스스로 해내기 등을 배우는데,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이렇게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니, 너무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만큼 아이들은 스스로 해낼 기회를 얻는다.
출처 https://www.kita-zweckverband.de/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학습보다는 규칙을 몸에 배게 하는 게 우선순위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아이들도 부모도 큰 변화를 겪는데,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입학은 친척들이 모여 파티를 열고, 이웃을 초대하는 등 독일에서 아주 큰 가족 행사로 여겨진다. 초등학교 1학년은 그동안 유치원에서 놀이로 배워왔던 생활 규범이나 규칙들을 보다 엄격한 틀 안에 적용하는 변화를 겪는다.
학교의 경우 수업 시작은 대게 초등학교 1학년부터 8:00 정각에 시작한다. 지각은 금물이요, 수업시간은 45분으로 꽤 긴 편이다. 유치원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1시간 가까이 책상에 앉아 수업받는 것은 갑작스러운 변화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만큼 초등학교 1학년은 교과 과정을 나가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정해진 규칙과 규율에 익숙해지는 과정으로 보인다.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 독일 아이들. 출처 : anwaltauskunft.de
선행학습은 금물! 놀랍게도 독일에서는 유치원 과정에서 문자 교육을 하지 않는다. 유치원에서 낱말 카드놀이 정도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쓰고 읽기를 배우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기에 정말 ABC도 모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우리 아이들도 문맹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미 글을 읽을 줄 알거나 셈을 하는 아이들이 입학하면, 수업 내용이 지루할 수밖에 없고(거의 1학년 내내 알파벳과 아주 쉬운 산수만 배운다), 지루한 수업 내용에 흥미를 느낄 수가 없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초등학교의 수업은 모든 아이가 수업 내용을 다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는 속도와 수준으로 가르치는 것 같다. 실제로 수학 교과목의 경우 한국의 교육과정에 비하면 약 1~2년은 느리다. 처음엔 그렇다면 전체적인 교육 수준이 하향평준화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아이들이 해당년의 학습 내용을 어려워하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지루해하는 경우 독일은 선생님의 권유에 의해 월반과 강등이 좀 더 흔하다. 한국인인 나로서는 월반이면 모를까 강등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일 것 같은데, 사실 초등학교 시절 1년 다시 기초부터 다지고 간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 따로 선행학습을 공부방이나 학원에서 해 오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에서는 학습과 관련한 사교육은 별로 없고, 음악이나 스포츠 위주의 사교육이 주를 이룬다. 학교 수업 외에 따로 공부를 하는 경우는 학교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보충 수업반 같은 개념인 나흐 힐페(Nachhilfe)라는 학원, 과외를 통해 수업 내용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나머지 공부를 한다.
유연한 반편성 및 상급학교 진학제도 독일 초등학교 시스템(베를린의 경우)에서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모든 학급 편성이 나이로 나눠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는 한국처럼 한반에 모두 같은 나이의 아이들로 편성되어 있지만, 친구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1학년과 2학년이 합해져 하나의 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베를린의 몇몇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한 반으로 구성된 학교도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궁금했는데, 실제로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지인은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이런 학교는 그룹활동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높은 학년의 아이들이 저학년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 주기도 한다. 고학년 아이들 스스로 저학년 아이들을 도와주면서 책임감과 리더십을 키우고, 복습 효과도 갖게 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고학년 아이 중 배움이 더딘 아이들은 저학년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을 다시 복습하기도 하고, 반대로 저학년 아이 중 배움이 빠른 아이들은 고학년 수업 내용을 풀어 보기도 한다(학교 수업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활동이므로 이건 선행학습으로 구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도 학습 능력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학급 내에서 자유롭게 예, 복습을 할 수 있는 점은 상당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베를린의 경우는 초등학교가 6학년까지인데,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중,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상급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에 빨리 진학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학부모가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아이가 현재 반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만큼 지루해하거나, 학업 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별도의 시험 및 지원 과정을 통해 상급학교에 빨리 진학하기도 한다. 다른 주의 경우 초등학교가 4학년까지 있고, 5학년부터 상급학교로 진학하는데, 한 체제 안에서도 형편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점이 독특하다.
독일의 초등교육, 일등과 꼴찌 없는 절대평가 독일의 교육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평가 방법인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와 같이 정해진 시험 기간이 없이 학기 내내 간헐적으로 있는 쪽지 시험과 과제로 성적을 매긴다. 또한 시험도 객관식이 아닌 100% 주관식과 구술시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시험 기간이라는 것이 따로 없고 학기 중에 진행되는 크고 작은 퀴즈와 시험으로 성적이 매겨진다.
©dpa
성적은 최고점인 1점부터 최하점인 6점까지로 평가를 하는데, 반 석차는 매기지 않기 때문에 1등과 꼴찌가 없다. 상대방이 잘 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성적이 단독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반 석차 및 전교 석차를 올리기 위한 눈치 싸움은 찾아볼 수 없다. 상대평가에 대한 장점도 분명히 있겠지만, 결국 공부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에서 자신의 자리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지난번 받은 점수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노력에 집중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독일에서 생활하다 보니 당연히 익숙지 않고 다른 부분이 한둘은 아니겠지만, 교육에 대한 생각과 환경은 정말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한국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도 국제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모두가 위너가 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동기부여를 넘어선 평가, 과열 경쟁 등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독일의 교육 체제에도 하향 평준화 및 동기부여 부족 등 우리와는 다른 각도에서 나오는 우려들도 있지만, 경쟁에서 오는 압박은 확실히 적은 것 같다. 모두가 위너가 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하는 제도 및 분위기가 우리나라에도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 글을 마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