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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줄어도 인구감소 걱정 없는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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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손영식(아르헨티나) 

 

국토는 세계 8위, 인구는 4,600만 명뿐

 

아르헨티나는 광활한 국토를 가진 국가다. 국토 면적은 278만 ㎢에 달해, 약 10만 ㎢인 우리나라보다 28배 가까이 크다. 국토면적 랭킹에서 아르헨티나는 세계 8위에 올라 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진 국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인구는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적다. 지난해 말 공식 발표된 2022년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총인구는 4,623만 4,830명으로 5,000만 명에 채 미치지 못한다. 인구수에서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콜롬비아에 이어 남미 3위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빙하로 널리 알려져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있는 산타크루스는 석유 등 자원도 풍부한 주(州) 중 하나지만, 인구는 고작 34만여 명에 불과하다. 주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인구수다. 남미의 파리로 불리는 연방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인구도 312만 명을 살짝 웃돌 뿐이다. 국토에 비해 인구가 턱없이 적다 보니 언제부턴가 아르헨티나는 인구 변화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날로 줄고 있는 출산율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 젊지만 늙어가는 아르헨티나

 

중위연령을 보면 아르헨티나는 아직 젊지만 늙어가는 국가다. 중위연령이란 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을 말한다. 2022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중위연령은 32세였다. 중위연령은 1895년부터 줄곧 20대를 유지하다가 2010년 처음으로 30대로 바뀌었고, 12년 만에 다시 2세가 높아졌다. 중위연령이 1869년 19세에서 1895년 20세가 되기까지 1세 증가하는 데 26년이 걸렸고, 이후 2010년 30세가 되기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것을 감안하면, 중위연령 상승 속도가 매우 빨라진 것이다.

 

중위연령이 46세를 넘어선 우리나라 입장에선 “아르헨티나는 아직 젊은 국가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르헨티나는 이러한 통계를 꽤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가가 늙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 중위연령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의 중위연령도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1960년 아르헨티나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를 보면 0~14세가 30.8%, 15~64세가 63.6%, 65세 이상이 5.6%였지만, 2022년에는 0~14세가 22%, 15~64세가 66.1%, 65세 이상이 11.9%로 변했다. 노인층은 크게 늘어난 반면 어린이 수는 크게 줄어든 것이다. 장수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반갑지만, 어린이 수가 줄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꾸준히 하락하는 출산율, 오히려 반가운 일?

 

통계청(INDEC)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신생아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22년 태어난 신생아는 49만 5,295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2014년 77만 7,012명과 비교하면 신생아 수는 무려 36% 감소했다. 2014년 이후 9년째 계속되는 하락세다.

 

이러한 감소의 원인은 낮아지는 출산율에 있다. 가장 최근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15~49세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01년 1.7명, 2010년 1.5명, 2022년 1.4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인구학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글라디스 마세는 “수치에는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출산율 저하는 글로벌 현상으로 아르헨티나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한 정책을 고민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역설적이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출산율 저하가 반갑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산모의 학업 포기, 빈곤의 대물림 등 각종 사회적 부작용이 많은 10대 출산율이 유난히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인구조사 직전까지 15~19세 여자 중 1명 이상의 자녀를 두고 있는 비율은 2001년 12.4%, 2010년 13.1% 등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2022년 인구조사에서는 6.5%로 크게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성교육을 강화해 임신을 피한 청소년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출산율이 줄면 학령 인구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초등학교 입학생이 앞으로 수년 내 최대 33%까지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오히려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입학하기 쉬워지고, 초등학교에서 교사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줄어 교육 예산을 확대하지 않고도 교육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교육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6% 이상으로 책정하도록 법률까지 제정했지만, 실제 교육 예산은 이 비율을 밑돈다. 이는 재정난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에도 인구는 오히려 증가

 

출산율이 낮아지면 인구 감소를 걱정하게 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오히려 인구가 늘고 있다. 2022년 인구조사 결과를 2010년과 비교하면 아르헨티나의 총인구는 4,011만 7,096명에서 4,623만 4,830명으로 15.24% 증가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기대수명이 늘면서 인구가 증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르헨티나 가톨릭대학의 에두아르도 돈사 사회학교수는 “예전에는 80대 노인을 보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주변에 적지 않다”며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이 인구 증가의 한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2019년 77세까지 늘어난 아르헨티나의 기대수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후 상승 곡선이 꺾였지만, 현재 남녀 평균 75세로 여전히 남미에서는 높은 편이다.

 

인구가 불어난 데는 이민 증가의 영향도 컸다.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 연방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곳으로, 도시 전체 인구의 13.5%가 외국인이다. 아르헨티나 전국 평균 4.2%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전통적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최대 이민자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이민자는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출신이었지만,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에서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2022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는 8만4,834명으로 최대 이민자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2위는 파라과이 이민자(6만4,934명), 3위는 볼리비아 이민자(6만108명)이다. 아르헨티나 국립과학기술연구소(CONICET)의 기예르모 벨라스케스 교수는 “이민은 워낙 복잡한 문제라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늘어난 것이 인구 증가에 기여한 측면을 부인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러시아도 아르헨티나 인구를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민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원정 출산을 위해 아르헨티나에 입국한 러시아 임신부는 1만여 명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자, 자녀에게 아르헨티나 시민권을 주려는 러시아 임신부의 입국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결과다. 아르헨티나는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자국 영토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여권은 169개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어 남미에서 여권 파워 지수가 가장 높은 편이다. 원정 출산을 위해 아르헨티나에 입국한 러시아 임신부들은 아르헨티나 여권을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벨상 수상자 4명을 배출한 남미 최고의 명문 대학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의 전면적인 무상 교육, 공립 의료 시스템 무상 이용 등 복지도 다양해 아르헨티나 시민권 수요는 인접국에서도 꾸준하다고 한다. 출산율이 떨어져도 아르헨티나가 당장 인구감소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는 설명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 은행에 다니다 정년퇴직한 필자의 지인은 “건국 초기부터 아르헨티나는 이민으로 세운 나라”라며 “아르헨티나는 예나 지금이나 이민을 환영하고 있어 인구감소를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사진1=아르헨티나의 연령별 인구 분포. 10~40대 허리가 튼튼해 보인다. (출처=아르헨티나 통계청) 

 

 


사진2=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는 국적별 외국인 수. 파랑은 여자, 검정은 남자를 나타낸다. (출처=아르헨티나 통계청)

 

 


사진3=아르헨티나로 원정출산을 온 러시아 임신부들이 한 병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일간 클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