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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독일의 설렘 가득한 4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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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이주영(독일)
Frohe Weihnachten! 프로허 와이나흐튼!
일 년에 한 번뿐인 크리스마스, 독일에서는 이런 인사말을 건넨다. 우리에게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훨씬 더 익숙한데, 같은 뜻, 같은 말의 독일어 버전이 위의 표현이다. 우리말로 다시 바꾸어 보면,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가 된다. 우리에게는 연인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로맨틱한 분위기에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하거나 관련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국한된 날로 여겨지지만,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4주 전부터 이곳저곳에서 크리스마스의 설렘이 넘실댄다.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에 건네는 선물,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 아기자기하게 수놓는 소소한 장식과 꼬마전구로 밝히는 곳곳의 불빛이 12월을 다채롭게 채운다.
크리스마스 마켓 풍경 (출처: Marek Ślusarczyk)
독일의 종교 인구는 약 57%가량이다. 그중 천주교인은 24.8%, 개신교인은 22.6%, 동방정교인은 2.2%를 차지한다. 한편, 전체인구의 43%는 비종교인이다. 도시의 중심에는 교회가 자리하고,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교회에서 주최하는 크고 작은 음악회에 종교 유무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독일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상관없이 부활절과 함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고 멀리 사는 부모님이나 조부모를 찾아뵙는 명절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12월 25일은 독일에서도 공휴일인데, 거기에 26일 하루가 연휴로 지정되어 있다. 가족이나 친지를 만나러 지방에 오가는 사람들의 차량 행렬이 이 시기에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는 크리스마스 휴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여겨진다. 24일은 지정된 공휴일은 아니지만 사실상 상점이나 쇼핑몰은 이날 오후 4시가 되면 일찍 문을 닫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두에게 크리스마스이브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야 하는 날이라는 것이 불문율로 통한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연휴인 것이다.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와 신정이 있는 주간 모두 2주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이라 문을 닫는다. 교육기관에만 이 기간은 명절인 크리스마스와 한 해의 마지막 날이자 새해의 첫날을 포함해서 쉬어 가는 주간으로 삼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크리스마스보다 훨씬 앞선 11월 말부터 시작한다. 각 도시의 시내에 다름 아닌 크리스마스 마켓(Weihnachtsmark)이 열리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보다 4주 앞선 금요일에 개설하는 이 시장에서는 먹거리, 마실 거리, 살 거리가 다양하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객은 12월에 독일을 찾는 이유로 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꼽기도 한다. 2023년 올해 베를린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만 100곳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크고 작은 도시에서는 11월 25일을 전후해서 12월 23일까지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할 수 있다. 물론 대도시일수록 더 많은 수의 시장이 열리고 시내 중앙에는 대규모의 상설 시장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퀼른 Weihnachtsmarkt am Dom이나 함부르크 Weihnachtsmarkt “Weißer Zauber” in Hamburg, 뉘른베르크 Nürnberger Christkindlesmarkt 등이 독일 내에서 유명한 곳이지만, 실제 크리스마스 마켓의 분위기는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대형 트리가 색색의 장식으로 꾸며져 우람하게 세워져 있고 전구로 불을 밝힌다. 그것을 중심으로 각각의 부스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이곳을 차분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갑이나 양털로 만든 양말, 전등갓, 자기 제품, 쥬얼리 등 선물할 만한 다양한 물건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먹거리
시장에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독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스톨른(Stollen)은 눈을 상징하는 하얀 설탕 가루가 보는 이의 구미를 자극한다. 당도가 높아서 따뜻한 차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드레스덴의 스톨른이 원조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12월에는 제과점이나 수퍼마켓,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도 어렵지 않게 맛있는 스톨른을 구할 수 있다.
빠뜨리지 말아야 할 또 다른 먹거리는 레프쿠헨(Lebkuchen)이다. 흔히 호니시쿠헌(Honigkuchen)이나 페퍼쿠헨(Pfefferkuchen)으로도 불리는 이것은 꿀을 비롯해 아니스, 고수풀, 정향, 생강, 카다몬, 올스파이스 그리고 아몬드, 헤이즐넛, 호두 등의 견과류와 설탕에 절인 과일을 넣어서 동글납작하게 만든다. 독특한 향신료 향이 처음에는 좀 낯설지만 독일에서는 겨울에 즐겨 먹는 간식이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먹거리이다. 레프쿠헨은 특히 뉘른베르크가 유명한데,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을 일부로 찾는 이유가 이 쿠키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끝으로, 다양한 쿠키 중에서도 크리스마스 즈음에 가정마다 소매를 걷어 부치고 삼삼오오 만드는 것이 플래첸(Plätzchen)이다. 밀가루, 버터와 설탕을 주재료로 하는 이것은 그 모양과 세부 레시피에 따라서 또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버터플래첸(Butterplätzchen), 바닐라키펠(Vanillekipferl), 짐트슈테르네(Zimtsterne), 스피쳐부벤(Spitzbuben 혹은 das Linzer Auge)이 그것이다. 진저브레드맨과 같은 한 조각 크기의 쿠키가 이 플래첸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강이나 계피로 맛과 향을 더한 것이 진저브레드맨이라면, 버터와 바닐라, 파우더슈거와 잼으로 조금씩 특징을 달리한 이 쿠키들은 작은 종이봉투에 담아 팔기도 하고, 집에서 만든 것을 선물용으로 내놓기도 한다. 오후 4시 티타임에 커피와 차와 함께 먹기 좋은 플래첸은 한 겨울 쿠키 굽는 냄새가 집집마다 채워지는 이유가 된다.
레프쿠헨 (출처: Cnbrb)
드레스덴 스톨른 (출처: Gürgi)
이렇게 달콤한 쿠키 구경을 한 다음에는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마실 거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겨울에 일찍 해가 지는 독일에서 영하의 추위에도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잔을 부딪치는 모습이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흔하다. 그들이 언 손을 녹이느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글루바인(Glühwein) 잔이다. 우리에게 좀 생소한 이것은 레드 와인에 계피와 팔각(Star Anise) 등의 여러 향신료를 넣어 끊인 것으로 따끈하게 데워져 서빙 된다.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이 와인의 온기 때문이기도 하고 반가운 사람과의 만남 때문이기도 하고, 이곳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와인이지만 와인잔이 아니라 크리스마스과 관련된 것으로 장식된 머그컵에 담아 마시는 글루바인은 달기도 하지만 와인 자체의 향과 향신료의 독특함이 어우러져 술술 다음 잔을 부른다. 그러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한두 잔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면 어느새 추운 밤이 깊어 갈 뿐이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필수 아이템
먹거리와 마실 거리로 배가 든든해 졌다면 장바구니에 담아야 할 것이 있다. 12월 1일이 되기 전에 장만해야 하는 것이 어드벤트캘린더(Adventskalender)이고, 11월 말에 준비해야 하는 것이 어드벤트크란츠(Adventskranz)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마음이 달력과 네 개의 초를 통해 독일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이룬다. 어드벤트캘린더는 말 그대로 매일 아침 12월 1일부터 달력의 작은 크기의 창문을 열어 크리스마스가 오는 것을 헤아린다. 어린이는 보통 작은 초콜릿이 든 어드벤트캘린더를 부모에게 선물 받고 매일 아침 일어나 하나씩 날수를 헤아리고 초콜릿도 먹는다. 어드벤트크란츠는 12월 첫 주부터 한 개의 초를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매주 한 개씩의 초를 추가로 해서 크리스마스 주에는 모두 네 개의 초를 밝혀 세상을 비추는 존재의 탄생을 기뻐한다는 의미가 더해진다. 네 개의 초를 소나무 잎으로 감싸고 엮어서 만들어지는 어드벤트크란츠는 그 향이 거실에 퍼지고 장식적인 효과도 있어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매주 촛불을 켜고 매일 그 달력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12월이 시작되기 전에 사람들의 마음은 이것들을 마련하는 준비로 분주하다.
글루바인 (출처: MOs810)
니코라우스에게 선물 받길 고대하는 아이들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믿음으로 받고 싶은 선물을 위시리스트에 적은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호호호‘하고 웃는 이 산타클로스를 독일에서는 니코라우스(Nikolaus)라고 부르는데 12월 6일은 니코라우스의 날(Nikolaustag)이기도 하다. 공휴일이 아니라 만우절같이 모두가 알고 있는, 약속한 날 같은 것인데, 전날 밤 신발을 말끔히 닦아 놓는 아이의 신발 안에 사탕이나 초콜릿을 담아 주는 풍습이 있다. 12월 24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는 눈으로 더럽혀진 장화나 신발을 닦는 수고의 대가로 달달한 초콜릿을 선물 받는다.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나 가족과 연인과 한자리에 모여, “사랑“이라는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고마움과 감사함 그리고 그 애정이 담긴 선물을 포장하고 크거나 작거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해 준비한 선물을 그 아래를 놓아두며 겨울 밤이 깊어 간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23일을 끝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닫고, 이튿날 상점도 문을 닫고 집집마다 초를 밝혀 가족을 기다리는 24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약 3일간 메리 크리스마스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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