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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다 반려견 수가 많은 스페인의 반려동물 시장 현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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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최지윤(스페인)
팬데믹 이후 찾아온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스페인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반려동물 시장’이다. FEDIAF(유럽 반려동물식품협회)의 2022년도 자료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9천만 가구가 적어도 한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이는 전체 가구 중 46%에 달한다. 유럽인들은 반려동물로 고양이와 개를 가장 많이 선호하고 있다. 유럽 내 반려묘의 수는 1억 2,700만 마리, 반려견의 수는 1억 400만 마리다.
스페인 반려동물식품 제조협회(ANFAAC)의 데이터에 따르면, 스페인에는 3천만 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있다. 그중, 스페인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반려동물은 개로, 930만 마리의 반려견이 존재한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반려견의 수는 무려 38%나 증가했다. 스페인에는 930만 마리의 반려견이 있는 데에 반해, 15세 미만의 인구가 약 700만 명 있다. 즉, 반려견의 수가 어린이 수보다 많은 것이다. 마드리드에는 3세 미만의 유아보다 반려견이 세 배 더 많다고 보도한 현지 언론도 있을 정도다.
고용 불안정,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저임금 등의 문제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은 변화하고 있다. 결혼해서 자녀를 갖는 전통적인 현상에서 벗어난 1인 가구, 딩크족, 성소수자 등 우리 사회에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증가하게 되었고, 한국에는 펫팸족(Pet+Family)이 생겼다. 스페인에서도 개(Perro)와 자녀(Hijos)를 합친 페르이호스(Perrhijos), 고양이(Gato)와 자녀(Hijos)를 합친 가띠호스(Gathijos)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를 자녀처럼 애지중지하면서 키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많은 스페인 사람은 개,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있고,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그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반려동물의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때 급격히 증가했다. 팬데믹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사람들은 반려동물 입양을 통해 심리적, 정서적으로 큰 위안을 얻었다. 스페인 내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반려동물을 통한 정서적, 건강상 이점을 알리는 자료와 기사가 보도되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페인에는 930만 마리의 반려견이 있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개 말고도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 개(930만 마리) 다음으로 물고기(700만 마리), 고양이(580만 마리), 조류(500만 마리)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스페인 반려동물식품 산업의 매출액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22년의 매출액은 약 17억 유로(한화 약 2조 원)로, 2021년(14억 9천만 유로, 한화 약 2조 1,176억 원)보다 14.4% 증가했다. 원자, 에너지, 운송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 반려견 음식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Dogfy Diet. (출처: Dogfy Diet 공식 홈페이지)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면서 반려견의 먹거리에도 관심을 두는 인구가 부쩍 증가했다. 내가 섭취하는 음식만큼 반려견의 음식에도 더욱 신경 쓰는 것이다. 2023년 스페인 최고의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다름 아닌 반려견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Dogfy Diet이다. 견종, 크기, 취향에 따라 반려견의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이다. 제공되는 모든 음식은 수의사가 반려견의 건강과 영양 상태를 고려한 것으로,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다.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이 스타트업은 매일 30톤의 반려견 음식을 제조하고 있는데, 이는 5만 5천 마리의 반려견에 할당된 양이다. 2023년의 매출은 2천5백만 유로(한화 약 355억 원)로, 2024년 매출은 5천만 유로(한화 약 710억 원)로 예상되며 본격적으로 반려견 음식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내에서는 EU(유럽연합)의 모든 식품 안전 및 지속 가능한 생산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안전한 반려동물식품 생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의 소비자단체(OCU)는 반려동물에게 할애하는 비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반려동물을 키우며 드는 비용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페인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연평균 약 1,200유로(한화 약 170만 원), 반려묘의 경우에는 약 945유로(한화 약 134만 원)가 든다. 반려동물식품을 비롯해 반려동물용품, 보험, 미용 등 과거보다 다양한 분야가 성장했고, 인플레이션과 함께 지출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반려동물용품 체인은 키워코(Kiwoko)다. 2007년 모든 반려동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된 키워코는 2023년 기준, 전국에 150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마드리드 벨라스케스 지역에는 1,400㎡가 넘는 큰 매장을 열어 광범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드리드 중심부 벨라스케스 지역에 오픈한 반려동물용품 Kiwoko 매장. (출처: Vidademadrid.com)
스페인 내 반려동물용품 수요가 최근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삼성을 예로 들면, 한국 시장에서는 펫 특화 가전이라고 하여 공기청정기,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청소기 등 더욱 세분된 제품 라인을 내놓고 있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지능개발 운동 장난감, 스마트 자동 급식기, 펫 푸드 등 다양한 펫 추천 상품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삼성 스페인은 반려동물의 털을 효과적으로 흡입하는 청소기 라인만 판매 중이다.
삼성 스페인에서 판매 중인 펫 특화 청소기. (출처: 삼성 스페인)
스페인 아마존(Amazon)에서 반려동물용품 판매량 순위를 보면, 반려견 배변 봉투(1위), 사료, 훈련 패드, 털 제거 브러시, 침대 등이 상위권에 있다. 그 외 샤오미에서 출시한 자동 급식기는 23위에, 고양이 급수기는 30위에 올랐다. 스페인 반려견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스페인 반려견의 특징이 있다. 개 주인들은 반려견이 집 밖에서 배변하도록 훈련을 시킨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산책 시에 배변하기 때문에 주인은 배변 봉투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스페인 아마존(Amazon)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반려동물용품 순위 Top 10. (출처: amazon.es)
한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반려동물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펫 가전제품, 펫테크(Pet Tech)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편의성과 안전성,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제품들이 시장에 많이 출시되었고,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이런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반려동물 음식 자동 급식기, 드라이 룸과 같은 제품도 여전히 대중적이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는 있으나 스페인에서는 그 다양성이 부족하다. 반려동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새로운 관련 아이디어 제품이 등장하고 있어서 이를 스페인 시장에 수출하는 것은 신선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 식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료부터 반려동물 영양제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국내 기업의 진출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반려견 패션용품도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옷을 입은 몇몇 소형견을 볼 수 있으나, 길에서 산책 중인 대부분의 반려견은 옷을 입고 있지 않다. 그러나 펫팸족이 증가하는 스페인에서 반려견 의류 시장은 스페인 유명 브랜드의 주도로 조금씩 성장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스페인 국민 브랜드 자라(ZARA)의 창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는 개’라고 말하며, 반려견 컬렉션을 출시했다. 추운 겨울에 입을 수 있는 코트와 우비도 있었다. 또 다른 스페인 의류 브랜드 빔바이롤라(Bimba y Lola)는 반려견 의류를 비롯해 목걸이, 목줄, 물그릇이 포함된 컬렉션을 선보였다.
스페인 의류 브랜드 빔바이롤라(Bimba y Lola)의 반려견 컬렉션. (출처: bimbaylola.com)
반려동물의 수가 증가하면서 장례 절차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반려동물 보험, 사설 장례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위치한 말라가에는 올해 말 스페인 최초의 공공 반려동물 공동묘지가 개장될 예정이다. 말라가는 안달루시아 내 반려동물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35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등록되어 있다. 시민들은 170~250유로(한화 약 24만~35만 원)의 가격으로 반려동물을 화장하거나 매장할 수 있다. 이미 스페인에 유사한 시설이 네 군데 있었으나 공공 공동묘지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의 이송, 송별식, 납골당 임대 등이다.
지난 9월, 스페인 정부는 동물 복지법을 발표했다. 이 동물 복지법을 통해 집에서 키울 수 없는 반려동물의 종류를 명확하게 분류했다. 독이 있는 파충류, 거북이를 제외한 성체의 체중이 2kg을 초과하는 파충류, 영장류, 5kg이 넘는 야생 포유류 등이다. 또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반려견이 제3자에게 끼칠 수 있는 손해를 보장하는 민사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보험 상품은 신체 상해 및 물질적 손해가 모두 보장되나, 금액은 보험 회사와 견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반려견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보장되는 진료 항목에 차이를 둔 상품도 생기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경우에도 보험 상품을 통해 일정 부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2022년 스페인 반려동물 산업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 가구의 40%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는 5만 5천여 명이며, 스페인은 유럽 내 다섯 번째로 큰 시장이 되었다. 전 세계 반려동물 산업은 2026년까지 연평균 5%씩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만큼, 스페인의 반려동물 산업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의 웰빙, 먹거리, 패션 등 관련 업종의 성장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반려동물 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었다. 유럽연합의 식품 규정을 모두 충족하는 반려동물 먹거리, 영양제 등의 수출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시장은 유럽, 미주 쪽에서 먼저 커졌으나 한국에서도 펫팸족의 등장으로 반려동물 관련 용품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반려동물용품을 해외에서 수입했다면, 이제는 역수출할 시기임이 틀림없다. 펫팸족과 반려동물의 편의를 고려한 다양하고 가성비 좋은 한국 제품을 유럽에 수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으로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일시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용품의 해외 시장 진출은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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