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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자동차 시장 동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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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최지윤(스페인)
스페인 보험회사협회 UNESPA의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에는 총 3,300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있다. 스페인 정부와 지방 정부는 팬데믹 이후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도심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디젤 자동차의 인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친환경 트렌드’와 함께 스페인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 브랜드’의 약진이다. 아래에 제시된 2022년 스페인 자동차 판매량 표를 보면, 1~3위가 모두 아시아 브랜드이다. 2022년 스페인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4% 감소한 813,396대를 기록했지만, 아시아 브랜드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 브랜드별 연간 자동차 판매량 순위 (스페인) (출처: autobild.es)
유력 일간지 ABC에 따르면, 5년 전인 2018년 스페인 내 자동차 총매출의 68%가 유럽 브랜드였으나 현재 60%로 줄었다. 반면, 한국과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은 20%에서 28%로 증가했다. 과거에는 닛산과 마츠다 같은 일본 브랜드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기아, 현대, 도요타가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자동차는 이미 스페인 시장에서 소비자의 두터운 지지를 받아 꾸준히 많은 자동차를 판매해 왔다. 이에 질세라 한국 자동차 브랜드는 보수적인 스페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한국 브랜드의 품질과 서비스를 신뢰하는 소비자가 서서히 증가했고, 스페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2022년에 기아는 전년 대비 10.7% 증가한 63,345대의 자동차를 판매했고, 현대는 3.5% 증가한 59,503대를 판매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한국 SUV가 스페인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투싼은 2022년에 스페인에서 21,985대가 판매되어 베스트셀링카(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로 선정되었다. 기아 스포티지는 2022년에 15,261대로 9위를 기록했으며, 언론사 ABC가 주관하는 ‘2023년 올해의 자동차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스페인 유력 언론에 보도된 한국 자동차에 대한 기사. ‘2022년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 현대 투싼’(왼쪽), ‘올해의 차로 선정된 기아 스포티지’(오른쪽). (출처: elespanol.com, motor.elpais.com)
한국 자동차는 어떻게 스페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일까? 기아는 2004년부터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을 후원해 왔다. 그래서 ‘기아’라면 나달을 떠올릴 정도로 스페인 내에서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후 기아와 현대는 각각 7년과 5년의 보증 기간을 내세워 스페인 시장을 공략했으며, 소비자들은 이에 반응했다. 그 결과, 한국 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이미지를 굳히게 되었고, 고객에게 큰 신뢰감을 주게 되었다. 더불어, 스페인 정부는 최근 친환경 자동차 구매를 적극 권장하고 있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에 주력하는 기아, 현대의 판매량도 함께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올해(1~6월) 마드리드 주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27,309대와 전기차 15,895대가 새로 등록되었으며, 이는 전국 시장의 46.8%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여전히 유럽 평균에 비해 친환경 자동차 이용 비율은 낮지만, 날이 갈수록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전문가들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친환경 자동차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도심 곳곳에는 물론 아파트 주차장에도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고 있다.
스페인 내에서도 특히 마드리드는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해소하고자 도심 차량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 교통국(DGT)은 각 차량의 오염 배출 수준에 따라 환경 배지(스티커)를 배부하고, 운전자는 차량 앞 유리에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교통국은 차량을 ‘0, Eco, C, B, 배지 없음’의 다섯 가지 종류로 나눈다. 파란색 바탕의 ‘0’ 스티커는 탄소배출 제로라는 뜻으로,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가 이를 획득할 수 있다. 녹색과 파란색의 ‘Eco’ 배지는 천연가스가 사용되거나 하이브리드 자동차(HEV)가 받을 수 있다.
스페인 교통국에서 배부하는 환경 라벨. (출처: itv.com.es)
‘C’는 녹색 스티커로, 2006년 1월 이후 등록된 휘발유 자동차이거나 2014년 1월 이후 등록된 디젤 자동차에 부여된다. 휘발유 자동차의 경우, 유럽연합 배출가스 기준인 Euro 4, 5, 6을 준수해야 하며, 디젤 자동차는 Euro 6을 준수해야 한다. 노란색 ‘B’ 등급은 Euro 3에 해당하는 휘발유 차량과 Euro 4, 5에 해당하는 디젤 차량에 부착된다. 또한, 이는 2000년 이후 등록된 휘발유 차량과 2006년 1월 이후 등록된 디젤 차량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2000년 이전의 휘발유 차량과 2006년 이전의 디젤 차량은 도심 내 대기오염을 유발한다고 여겨져 환경 스티커를 아예 받지 못한다.
환경 스티커를 받지 못한 차량은 마드리드 M-30 순환도로 내 저공해 구역(ZBE)에 진입할 수 없으며, 위반 시 벌금이 부과된다. 다른 환경 스티커가 부착된 차량의 경우, ZBE 구역 진입이 자유롭다. 마드리드 도심 중 몇몇 구역은 이보다 더 심하게 규제되고 있는데, 이를 특별 보호 저공해 구역(ZBEDEP)이라고 부른다. C, B 등급 차량은 이 구역에 진입할 수 있으나 반드시 주차장에 한 번 주차한 후에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Eco와 0 스티커 부착 차량은 특별 보호 저배출 구역에서 가장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를 모르고 타지역 주민이나 외국인의 경우에는 차를 끌고 마드리드 도심에 진입했다가 벌금을 내게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마드리드 센트로 지역의 경계는 웹페이지를 통해서 알 수 있고, 센트로 진입 전 커다란 안내판과 함께 출입하는 모든 차량을 감시하는 CCTV가 설치되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마드리드는 스페인 교통국에서 배부한 환경 배지(스티커)를 기반으로 실제 통행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내년 1월부터 환경 스티커가 없는 차량은 마드리드 전체 지역에 진입이 금지될 예정이라고 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 힘쓰는 마드리드시는 친환경 자동차를 구매하는 시민에게 파격적인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의회는 전기차 구매 촉진을 위해 예산을 책정하기 시작했으며, 현지 언론은 지금까지 8천여 대가 넘는 자동차가 해당 혜택을 받아 정책이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드리드 시민은 배출가스 제로(0) 라벨이 붙은 차량 구매 시 최대 6,000유로, Eco 라벨 차량의 경우 3,000유로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환경 스티커가 없는 차량을 폐기하는 경우, 2,500유로의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모빌리티 열풍이 불면서 친환경 자동차 구매뿐만 아니라 차량 공유 서비스(카셰어링)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간지 엘파이스에 따르면, 마드리드는 세계 차량 공유 서비스 도시 순위에서 10점 만점에 6.4점을 얻어 파리, 런던, 싱가포르, 멜버른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고, 도로 규제가 엄격한 마드리드 도심을 다니는 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어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기아의 카셰어링 서비스 위블(Wible). (출처: wible.es)
스페인에는 6개의 차량 공유 회사가 운영되고 있는데, 기아는 2018년부터 스페인 글로벌 석유 및 가스 회사인 렙솔(Repsol)과 함께 카셰어링 위블(Wible)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30만 명의 사용자가 플랫폼에 등록했고, 올해 상반기 순영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기아의 니로 모델이 서비스에 이용되고 있고, 이용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위블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 사용이 편리하고 차량 내부가 청결했으며 언제나 근처에 많은 차량이 있어서 마드리드 시내 어디서든 이용하기 편리했다.
카셰어링 위블(Wible) 차량 니로의 내부. (출처: 최지윤)
위에서 언급한 스페인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와 더불어 현지 운전 문화에 대해 아는 것도 해외시장개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는 2007년부터 한국에 하이패스를 보급하였고, 16년이 지난 지금 하이패스 이용률 90%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고속도로 자동결제 시스템(Via-T)을 이용하는 운전자의 수가 적다. 톨게이트에서 자동결제 시스템 창구로 들어가는 차를 거의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동결제 시스템의 장점에 대한 기사를 언론에서 주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사용량이 적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스페인의 Via-T 역시 단말기를 차량에 부착하여 사용하는데, 이를 설치하면 스페인뿐만 아니라 포르투갈과 프랑스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일부 주차장에서도 번거롭게 주차비를 정산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Via-T를 사용하면 통행료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운전자가 많은 편이다.
주목해야 할 스페인의 또 다른 운전 문화는 ‘블랙박스(EDR)’이다. 초상권, 사생활 침해에 매우 민감한 스페인에서는 블랙박스를 사용하는 차가 거의 없다. 길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교통사고 발생 시, 잘잘못을 따지는 일련의 기준이 있으나 주차 시 차 긁힘, 훼손 등의 일이 있을 때는 속수무책이었다. 단순히 보험사에 보상을 신청하는 것 외에는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2022년 7월부터 새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에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블랙박스는 사고 전 30초와 사고 후 5초 동안의 데이터를 기록한다. 갑작스러운 유럽연합의 발표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대비해 EU는 모든 정보는 익명으로 처리하고, 사고의 원인 분석과 안정성 향상에만 데이터가 사용되도록 한다고 전했다.
기존 사용 중인 차량은 블랙박스 설치 의무가 없다. 그러나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쉽게 파악하고 안전한 운전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인지하게 되면 블랙박스 사용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이미 블랙박스가 상용화되어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의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어 수출에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고속도로 자동결제 시스템의 경우에도 스페인 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의 하이패스 기기 관련 업체들의 진출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친환경 모빌리티가 급부상하면서 미래에도 관련 업종이 유망할 것이고, 전기차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전기차 충전기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관련 기술, 제품, 노하우를 지닌 한국 기업이 이 흐름에 합류하여 스페인 시장에 진출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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