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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저출산에 대처하는 방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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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이주영(독일)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문제에 대한 키워드를 검색하면 저출산, 인구절벽, 인구재앙 같은 단어와 쉽게 마주한다. ‘한 해 출생아 수 25만 명 선 붕괴’라거나, ‘출생률 저하로 대한민국 소멸’이라는 다양한 시나리오와 자극적인 제목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면 세상이 금방이라도 없어질 것 같은 초조함이 엄습한다.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저출산 추세와 이에 따라 맞물려 발생하는 문제, 즉 경제 인구 감소, 세수 부족, 노령 인구 증가는 OECD 회원국 다수가 골몰하고 있는 국가 문제이자 정책적 과제이다.
(출처: Median age by country, CIA World Factbook 2016 est.)
위에 제시된 지도는 각국의 평균 연령 분포이다. 세계의 중위 연령(Median Age)은 2016년에 발표된 CIA World Factbook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가장 낮게는 14세에서 20세의 인구층과 가장 높게는 45세 이상의 인구층을 구분하여 각 나라의 나이 분포를 지도화했다. 붉은색에 가까워질수록 고령인구의 수가 높아지고, 파란색을 띨수록 평균 연령이 30세 이하로 젊은 층이 많아진다. 이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륙별 차이이다. 북미와 유럽에는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고, 아프리카와 남미는 반대의 경향성을 보인다. 아프리카 대륙의 니제르, 말리, 우간다, 앙골라는 평균 연령이 15세로 보고된다. 세부 통계를 살펴보면, 독일과 이탈리아의 중위 연령은 각각 44.9세와 47.7세로 고령화 사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의 경우엔 일본이 중위 연령 49.1세로 심각한 고령화 사회이고, 그 뒤를 한국과 홍콩이 잇고 있다. 이렇게 살펴볼 때, 저출산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콩을 비롯해 이웃한 일본, 멀리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 등 선진국도 이미 당면한 위기 상황이다.
(출처: fancycrave1)
독일은 낮은 출산율 문제를 우리보다 훨씬 일찍 인식하고 지난 수십 년간 그 해결책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왔다. 2013년에 최저치의 출산율이 하향세에서 돌아선 것은 시험적이나마 실질적인 육아 지원이 실효를 거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2022년 출산율은 전년도인 2021년에 비해 감소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신생아 수는 738,819명이며 이는 일 년 전에 비해 7% 떨어진 수치이다. 전년도에 비해 약 56,700명이 줄어든 2022년 신생아 수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을 지적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유례없는 전염병 대한 염려, 병원 방문의 제한이나 의료 시설 이용의 불편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독일의 낮은 출산율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앞서 살펴본 높은 평균 연령 지표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듯이 독일은 중위 연령 44.9세로 고령화 사회에 속하기 때문이다.
1950-2002년의 독일 신생아 수 변화 추이 (출처: Statista)
출산율의 변화 추이와 비례하여 상승하는 것은 여성의 출산 연령이다. 이점을 곡해하여 저출산의 문제를 여성만의 책임으로 돌리고, 여성의 경제 참여와 사회적 지위 향상에 대해서 폄하하는 목소리는 무시해도 마땅할 것이다. 출산이 여성 혼자만의 ‘책임’이 아닌 이상, 그것에 대한 선택과 책임은 남녀가 나눠 가져야 한다. 가족정책 연구가인 Martin Bujard는 독일 주요 언론사와의 인터뷰 중 독일의 저출산 상황에 대해서 “일과 가정이 얼마나 잘 양립할 수 있느냐”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하고, “성평등 정책과 동시에 보육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충분하고 지속적일수록 출산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근무시간과 휴가 일수와 같은 조건이 부모로서 가정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직장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이 고용시장에서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법적인 뒷받침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업무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은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자녀의 양육은 출산과 함께 시작된다. 즉, 가정생활을 중심으로 일과 원활한 순환 고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약속된 육아 시간, 즉 보장된 업무 시간이 합의되어야 한다.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보육시설에 맡긴 아이를 매일 제시간에 데려와 저녁상을 마주하는 것이 ‘사치스러운 일’이 아니어야 한다. 아이와 놀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절대 시간’의 부족은,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을 가로막는 걸림돌이기 되기 때문이다.
(출처: edsavi30)
독일의 정규직 평균 근무시간은 지난 20여 년간 오히려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22년에 보고된 독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독일인 연간 평균 근무시간은 1,588시간이다. OECD data에서 살펴볼 수 있는 통계에서도 2020년 독일은 통계에 나온 국가 중 가장 적은 근무시간인 1,341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연간 평균 노동시간인 연간 1,716시간과 비교해도 독일의 업무시간은 짧다. 임시직의 근무시간 등 근무시간 평균치는 다른 요인들이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독일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근무시간이 짧은 나라의 위치를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다. 즉,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픽업하고, 방과 후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제반적인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반편, 한국인의 근무시간은 1,908시간으로, 장시간 일하는 그룹인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의 중남미 국가와 맞먹는다. OECD 36개국 중 가장 노동 시간이 긴 나라에 속한다. 어쩌면 아이를 낳기도 전에 누려본 적이 없는, 저녁의 여유 시간이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유발하는 것은 아닐까.
2001-2022년 독일 정규직 평균 연간 근무시간 (출처: Statista)
(출처: OECD data)
대체출산율(Replacement Fertility Rate)인 2.1명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뜻한다. 이는 한 쌍의 남녀가 부모인 그들을 대체할 자녀 2명을 출생해야 한다고 보고, 이에 추가해 사고와 질병 등의 요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 소요를 고려해 0.1명을 더 출생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개념이다. 독일 역시 인구 규모의 현상 유지를 위한 2.1명의 출생률을 바탕으로 여러 가족정책을 내놓는다. 통계자료는 1950년부터 지금까지 출산율의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출처: Statistisches Bundesamt, 2019)
구동독 지역의 신생아 출생률에 대한 도표는 출산에 심리적 요인이 얼마나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냉전이 종식되고 흡수 통일된 구동독 지역의 출생률은 통일 직후 급속히 감소했다. 갑작스러운 체계의 변화와 경제 체제의 변화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국가 국민으로 살아온 구 동독인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독일 내 평균 자녀수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 자료는, 구동독 지역과 구서독 지역의 현재까지 평균 출산 자녀수를 비교했다. 특히 이 자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1을 밑도는 평균 출생률을 통해 구동독 지역의 불안한 상황을 명확히 보여준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동독은 통일 후 약 5년간 평균 출산율이 급감했다. 당시가 1990년대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 급감한 수치는 충격에 가깝다. 1989년, 오랫동안 폐쇄되어 있던 국경의 개방은 여러 가지 가능성과 함께 가족계획은 일단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경제와 정치 체제는 경험한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격변 속의 불안정한 상황이 출산에 즉각적인 영향을 발휘했다. 이러한 불안 요소가 해소되는 데는 약 20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즉, 2007~2008년도에서야 구동독 지역에서의 평균 출산율이 상승세로 회복되었다.
(출처: Pexels)
2023년 1월부터 독일의 육아 보조금은 자녀 1인 기준 250유로로 인상되었다. 219유로였던 지난해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독일인 국적자는 출생하는 달부터 최소 만 18세까지 매월 부모의 통장으로 킨더겔트(Kindergeld)라는 보조금 지원을 지급받는다. 이는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가 낸 세금을 양육비로 돌려준다는 개념이다. 어린이라는 뜻의 ‘킨더(Kinder)’와 돈을 뜻하는 ‘겔트(Geld)’가 조합된 이 이름은 자녀 양육에 필요한 실질적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독일 어린이는 모두 이 육아 지원금의 수혜자이며, 심지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몇 년 소폭 상승한 금액을 지원받는다. 명목상의 지원이 아니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인 셈이다.
육아 보조금이 인상되었음을 알리는 독일 정부 홈페이지 문구 (출처: Bundesregierung)
저출산율 문제에 대한 논쟁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뜨거웠다. 분명한 사실은 출산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헌신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인 출산이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주요한 역할임을 감안할 때, 그 출산 이후에 파생되는 육아가 개인 혼자 짊어지는 부담이 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의 시행만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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