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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에 무감각한 일본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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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정민욱(일본)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경기 부양을 위하여 단기금리는 마이너스로 하고 장기금리는 0%로 하는 초저금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예상치를 웃도는 물가 상승이 있자 일본은행은 기존의 정책에서 다소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21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을 2%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 하에 시장 장기금리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변동 폭을 기존의 0%에서 ±0.25%로 늘렸다. 이어서 지난 2022년 12월에도 추가로 ±0.5%로 늘렸고 지난 7월에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까지 상승하는 것을 용인하였다. 사실상 일본은행이 이렇게 장기금리를 인상한 것인데, 거기에 이어 조만간 단기금리도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로 인하여 물가 상승이 억제되면 좋지만,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그 대가는 다름 아닌 대출 이자의 증가이다.

 

단기금리를 인상하여 물가 상승을 억제하면 모든 일본인에게 득이 되지만 이들 중 단기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일본인에게는 실이 되기도 한다. 단기금리가 상승한 만큼 갚아야 하는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많은 이자를 오랫동안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수많은 일본인에게 가장 큰 실이 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상치 못한 더 큰 문제가 있다. 일본인은 현재 단기금리의 상승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기금리가 상승할 경우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일본인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또 이에 대한 대처방법은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금리에 무지한 일본인

 

“금리가 크게 오를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어떻게 될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한 30대 일본 가장이 최근 일본 공영방송 NHK에 출현하여 한 말이다. 이 남성은 3년 전에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도쿄도의 한 중고 맨션을 샀다. 이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일본인은 금리에 무지하다. 그래서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고정금리보다 낮은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일본인이 많은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인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들이 처하였던 경제 환경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인은 그동안 어떠한 경제 환경에 처하였기에 이토록 금리에 무감각하게 되었는가?

 

우선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일본의 거품경제 시기에는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그 이상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였기에 일본인은 금리의 변동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 다음 1991년 거품이 붕괴된 이후 잃어버린 30년 동안에는 일본은행이 단기금리를 0%로 하는 저금리정책을 계속해서 취하였기 때문에 역시 일본인은 금리의 변동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금리를 잘 모르게 된 상황에서 일본인이 마주한 새로운 경제적 환경이란 다름 아닌 거품이 붕괴한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였던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다.

 

 

일본인이 고정금리 대신 변동금리를 선택하게 된 이유

 

2008년 미국 발(發) 금융위기와 2011년 동(東) 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가신 후인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주택 가격은 일제히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맨션 가격의 급등인데, 4인 이상의 가구가 살 수 있는 단독주택보다 한 집 당 적게는 1인 많게는 4인 가구가 살 수 있는 맨션에 대한 일본인의 선호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한 지난 2008년부터 2022년까지의 일본의 주택 가격 지수. 

초록색 선이 맨션이고 파란색 선이 단독주택. 

(출처: 일본 국토교통성)

 

 

주택 가격이 상승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공급의 측면에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자원에 대한 국제적 수요의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산(産) 자원 공급의 감소, 일본은행의 초저금리정책으로 인한 해외로의 자금 유출과 이로 인한 엔화 가치의 하락과 자원 수입 가격의 상승 때문에 이루어진 자원 가격의 상승을 들 수 있다. 자원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건설자재비도 상승하여 공급량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건설 인력의 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주택 가격의 상승에 일조하였다. 그리고 공급량 자체가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하였다는 점도 있다.

 

다음으로 수요의 측면에서는 역시 일본은행의 초저금리정책을 들 수 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적은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주택에 대한 국내 수요를 증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할 경우 일본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그렇게 되면 일본 주택에 대한 외국인 수요도 증가시키게 된다. 정리하자면, 건설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그리고 국내외 수요의 증가가 주택 가격을 상승시켰고 여기에 주택 가격이 너무 많이 상승하면 주택을 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다시 국내 수요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일본 도쿄도 중심부(23구)에 있는 한 맨션의 모습. 

(출처: 미쓰비시UFJ 홈페이지)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인은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것인가? 당연히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것이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단기금리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장기금리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그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이 이자가 적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일본은행이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까지 상승하는 것을 용인한 이후 해당 금리는 계속해서 올라 10월 20일 기준 0.845%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013년 7월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일본의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를 인상하였다. 일본의 3대 대형은행 중 하나인 미쓰비시UFJ는 10월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10년)를 전달보다 0.06%포인트 인상한 연 0.94%에 내놓았다. 나머지 대형은행들도 마찬가지로 10월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10년)를 올렸다. 미쓰이스미토모는 전달보다 0.05%포인트 인상한 연 1.14%에 내놓았고 미즈호는 전달보다 0.1%포인트 인상한 연 1.45%에 내놓았다.

 

이에 반하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일본은행이 단기금리에 있어서 마이너스금리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탓에 오르지 않고 있다.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들 사이의 금리 인하 경쟁으로 인하여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SBI신세이 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를 연 0.29%까지 내렸다. 이 금리로 5,259만 엔(약 4억 7,400만 원)을 빌렸을 경우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매달 상환금액은 12만 5,206엔(약 113만 원)인데, 5,000만 엔(약 4억 5,000만 원)의 가격대인 주택의 평균 월세가 13만 엔(약 117만 원)임을 고려하였을 때 이는 월세보다도 저렴한 금액이다. 같은 집에 월세를 내고 사는 것보다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구매하는 것이 득이 되는 것이다.

 

 

SBI신세이 은행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

(출처: SBI신세이 홈페이지 캡처)

 

 

일본인이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변동금리(원리금균등분할상환)의 경우 매달 상환금액의 증가폭을 25% 이하로 하고 5년에 한 번씩만 대출금리를 조정한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5년에 한 번씩 대출금리를 조정하여 상환금액이 오를 수 있지만 그 증가폭이 25%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5년 사이에 누적된 변동금리의 인상으로 인한 상환금액의 상승분도 대출의 막바지에 가서는 모두 다 갚아야 한다. 따라서 변동금리가 보통 고정금리보다 낮음을 고려하였을 때 상환 기간만큼은 돈이 적게 들기에 오랜 기간 동안 임금 상승이 없다시피 하였던 일본인의 입장에서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일본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주택담보대출자 중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 4월 기준으로는 72.3%를 기록하였다.

 

 

단기금리의 인상 가능성과 잠재적 위험

 

과연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인상할 것인가? 일본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물가가 계속해서 예상치를 웃돈다는 전제하에, 임금이 인상되면 단기금리의 인상에 따른 충격이 덜하기에 내년 노동조합 춘투(春鬪·춘계 임금 인상 공동투쟁) 때 임금이 인상되면 단기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상환기간은 길게는 35년이기에 그 사이에 언젠가는 변동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변동금리가 상승할 때쯤이면 고정금리는 더욱 상승하여 있을 것이기에 고정금리로 옮겨가는 것도 힘들다. 또한, 보통 주택 가격의 상승에 시간차를 두고 월세도 오르기에 월세로 옮겨가는 것도 힘들다. 다시 말하면,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일본인에게는 현재 변동금리의 상승에 대처할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물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본의 변동금리(원리금균등분할상환) 형 주택담보대출은 5년에 한 번 그것도 상한선을 두고 대출금리가 인상되기에 해당 상환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변동금리가 상승하여도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있으면 주택 가격의 100%를 받을 수 있고 따라서 일본 근로자 세대(世帶)의 약 절반 가까이가 가지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은 일본인이 많다는 것은 이로 인하여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대출금 미상환으로 줄 파산이 일어날 수 있는 일본 경제의 위험 요인이 분명하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에 따라 양국 사이의 경제적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러한 잠재적 위험은 알아 두는 것이 유익하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