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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최우선 현안은 외환시장 질서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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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손영식(아르헨티나)

 

 

“2주 살 돈으로 5개월 살게 됐다”

 

아르헨티나 서부 멘도사주(州)의 동명 주도 멘도사. 며칠 전 멘도사는 안데스를 넘은 칠레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겨울 끝자락, 안데스에 내린 폭설로 봉쇄됐던 국경 도로 통행이 재개되자 칠레인들이 줄지어 밀려든 것이다. 이민국 출입기록 통계에 따르면, 멘도사를 방문한 칠레인은 최소 1만 7,000여 명이었다. 

 

 

   

우루과이에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차선에 긴 자동차 행렬이 늘어져 있다.

텅 비어 있는 반대편 차선과 대조적이다. 

(출처: 인포바에)

 

 

인구 200만의 멘도사는 아르헨티나 4대 도시 중 하나로, 지리적으론 칠레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다. 인접국 간 자유로운 이동은 남미에서 매우 흔한 일이지만 멘도사를 찾는 칠레인 대부분은 특별한 목적을 갖고 국경을 넘는다. 

 

바로 ‘원정 쇼핑’이다. 그렇다고 대단히 특별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를 찾는 건 아니다. 멘도사에서 쇼핑을 마치고 칠레로 돌아가는 칠레 주민의 가방에는 장기 보관이 가능한 기초식품이나 생필품이 가득하다. 칠레 쇼핑객이 워낙 많다 보니 도소매를 겸하고 있는 멘도사의 한 할인마트는 시간대를 정해두고 칠레 쇼핑객에겐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재고가 부족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칠레 주민들은 왜 멀리 아르헨티나까지 넘어와 장을 보고 돌아가는 것일까. 짐작하겠지만, 이유는 저렴한 물가 때문이다. 

 

 

  

우루과이 소비자가 아르헨티나 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출처: 클라린)

 

 

조금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지난 4월 중남미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이 있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에 게시된 해당 영상에서 칠레의 한 청년은 마른국수 등 식품이 가득한 카트를 보여주며, “칠레에선 2주 치 장보기에 쓸 돈으로 아르헨티나에선 5개월 치 장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벌써 아르헨티나에서 여섯 번째 장보기를 한다는 청년은, 왕복 500km를 6시간 동안 운전해야 하지만 가성비로 보면 남는 장사라며 흐뭇해했다. 청년이 아르헨티나에서 쓴 돈은 미화 150달러 정도였다.

 

 

인접국 경제 피해도 막심 

 

아르헨티나 동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루과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국을 연결하는 국경 도로를 보면, 아르헨티나에서 우루과이로 넘어가는 차로는 텅 비어 있는 반면 우루과이에서 아르헨티나로 넘어오는 차로엔 긴 자동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이 원정 쇼핑에 나선 쇼핑객이다. 저렴하게 자동차 휘발유를 가득 채우려는 사람부터 비싼 의약품을 싸게 사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국경을 넘는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딱 하나, 역시 저렴한 물가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우루과이 주민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해는 2014년으로, 연인원 185만 명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188만 명을 넘어서, 일찌감치 기록 경신이 확정됐다. 

 

우루과이 소비자가 우르르 아르헨티나로 몰려오다 보니 폐해도 적지 않다고 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접경지역의 폐업한 우루과이 상점은 이미 170곳을 넘어섰고, 2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됐다고 한다. 우루과이 접경 도시 살토의 시장은, “우루과이의 전체 실업률은 8.5%인데, 우리 도시 실업률은 (아르헨티나 때문에) 14%로 뛰었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렇듯 우루과이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우루과이 정부는 무관세로 반입할 수 있는 물량을 15일 기준 1인당 5kg으로 제한했다. 구매 가격이나 개수가 아닌, 무게로 반입 물량의 제한을 둔 점이 눈에 띈다. 

 

최근에는 성형이나 미용 시술을 받거나, 질병 치료를 위해 아르헨티나를 찾는 우루과이 주민도 많다고 한다. 숙박과 이동 서비스, 수술이나 시술을 포함한 의료관광 패키지상품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수요가 충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가상승률 아찔한데 쇼핑천국?

 

아르헨티나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아르헨티나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12.4% 상승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1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높았다. 물가는 현기증 나게 오르는데, 인접국에선 저렴한 물가 때문에 원정 쇼핑객이 몰려들고 있으니, 무언가 이상하다. 속사정을 모르면 고개를 갸우뚱할 법도 하다. 

 

비밀은 페소-달러 환율에 있다. 페소화 물가는 줄기차게 오르고 있지만, 페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환율 상승) 달러 물가가 저렴해진 것이다. 미화 기준, 5년 전 아르헨티나 물가는 우루과이보다 17%가량 저렴한 정도였지만, 지금은 144%로 그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우루과이 쇼핑객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아르헨티나 유력 일간지 나시온의 경제면 홈페이지.

상단에 여러 종의 환율이 안내되고 있다.

(출처: 일간지 나시온 화면 캡처)

 

 

안타깝게도 아르헨티나의 외환시장 질서는 무너진 지 오래다. 지금 아르헨티나에는 15종 페소-달러 환율이 존재한다. 여느 나라처럼 은행이나 환전소마다 약간의 시세 차이가 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암달러’, ‘공식 환율’, ‘증권 환율’ 등 페소-달러 환율의 종류가 15개라는 뜻이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정부가 졸속으로 만들어 낸 환율도 여럿이고, 외환 정책 실기의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환율도 여럿이다. 

 

전자의 일례를 꼽자면 ‘신용카드 환율’과 ‘카타르 환율’을 들 수 있다. ‘신용카드 환율’이란 신용카드로 달러 결제를 한 후 페소화로 카드 대금을 입금할 때 적용되는 환율을 일컫는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300달러 이하일 때 적용되는 이 환율은 ‘공식 환율+특별세(30%)+예납 소득세(45%)’로 계산한다. 환전에 세금이 붙는 것인데, 미리 내는 소득세만 나중에 정산(공제)할 수 있다. 지금의 페소-달러 공식 환율은 매매 기준으로 357페소 정도다. 여기에 세금을 더해 신용카드 환율을 계산하면 620페소를 넘어간다. 

 

신용카드 달러 결제액이 300달러를 넘어갈 경우, 초과액에 ‘카타르 환율’이 적용된다. ‘카타르 환율’은 ‘신용카드 환율’에 예납 개인재산세(5%)를 더해야 한다. 현시점에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642페소 정도가 나온다. ‘카타르 환율’이라는 별칭이 붙은 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정부가 이 환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금고가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월드컵 직관을 위해 카타르로 날아가는 축구 팬들의 신용카드 달러 결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이 환율을 만들어 냈다. 

 

공식 환율에 세금이 얼마나 덜 붙고 더 붙는 차이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갑에서 페소화를 덜 꺼내거나 더 꺼내야 하는 국민으로선 각각 다른 환율로 여기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각각 ‘신용카드 환율’, ‘카타르 환율’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이다. 

 

후자의 예, 즉 외환 정책 실패의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만들어진 환율로는 증권 환율이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인당 월 200달러로 개인의 미화 공식 환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나마 사회복지프로그램 수급자 등은 제외돼 공식 환전의 기회가 아예 없다. 증권 환율은 이런 규제를 피하고자 시장이 만들어 낸 환율이다. 환전 규제가 심하다 보니, 국내와 해외 모두 거래가 가능한 주식이나 채권을 국내에서 페소화로 사들인 후 이를 해외시장에 되팔아 달러로 간접 환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런 거래에 적용되는 환율을 증권 환율이라고 한다. 지금의 증권 환율은 704페소 정도다. 

 

 

환율 난립의 원인

 

국민의 실생활에 가장 익숙하고 기준이 되는 환율을 꼽으라면 단연 암달러다. 환전 기록이 남지 않는 암달러는, 언제나 존재했던 환율이지만 공식 환율과의 차이가 지금처럼 벌어졌던 전례는 적어도 최근 40년 내 찾기 힘들다. 지금의 암달러는 725페소로, 공식 환율 357페소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왜 이렇게 격차가 벌어진 것일까? 

 

아르헨티나의 페소-달러 공식 환율은 흔히 물가안정을 위한 ‘닻’으로 불린다. 수입 물가의 영향력이 큰 탓에 공식 환율을 잡아두어야 물가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그 때문에 중앙은행은 필사적으로 공식 환율 상승을 억제해 왔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그러나 암시장에선 수급 원칙에 따라 페소화의 가치가 결정된다. 통화량 증가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암시장에서 페소화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공식 환율이 중앙은행의 조작으로 왜곡된 환율이라면, 암달러는 비교적 정직한 환율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티나에 공식 환율 평가절하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완강히 거부해 왔다. 환율 일원화 또한 IMF의 지속적인 요구였으나 현 정부는 이행하지 못했고, 결국 환율 난립 속에 임기를 마치게 됐다.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대권을 잡든 외환시장 질서 확립, 즉 환율 일원화는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