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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에서 위안화로: 러시아 국제통화 선호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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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최근원(러시아)
러시아 연방 중앙은행은 최근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면서 미국 달러를 2순위로 내리고 중국 위안화를 1순위로 바꾸었다. 이는 러시아 금융 시스템에서 오랜 기간 유지된 달러의 지배적인 위치가 바뀌었다는 중요한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러시아에서 사용되는 많은 달러가 위안화로 얼마나 대체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러시아 연방 중앙은행 홈페이지에 USD(달러)가 CNY(위안)보다 아래인 2순위에 소개되어 있다 (출처: 러시아 연방 중앙은행 홈페이지)
사실 러시아 국민에게 위안화는 아직 중요한 통화는 아니다. 일반 대중은 위안화를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확보하는데 큰 관심이 없으며 여전히 위험성이 높은 통화 또는 미지의 세계 통화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비즈니스 세계는 조금 다른데, 통계를 보면 모스크바 거래소에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현물 거래량은 18조 3천억 루블(한화 약 277조 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배 많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해외 송금의 약 70%가 위안화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로 중국, 홍콩 및 싱가포르와의 업무에서 사용된다. 국내 기업 또한 미국 제재 우회 용도로 해외 지사 또는 협력사, 은행을 통해 위안화로 러시아와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정부도 위안화로 전환하는 데 큰 노력을 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단 2023년 국가 해외 지원프로그램 대부분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계산해 발표하여 그 비중이 60%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가 예산에도 위안화가 언급되는데, 재무부는 1월 13일부터 위안화를 사고팔면서 유가 변동에 대한 예산 의존도를 줄이고 있으며, 러시아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계속 증가하여 수출에서는 25%, 수입에서는 34%까지 상승했다. 이에 비해 루블이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9%와 30%이며, 현지에서 일명 ‘악성 통화’로 불리는 달러와 유로를 합친 비중은 수출 33%, 수입 35%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현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위안화를 러시아에서 환전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으며, 언론에서도 루블 가치가 떨어지거나 올라갈 때 달러나 유로를 주로 언급하며 위안화를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위안화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에 의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미국 달러가 전 세계 결제 통화의 절반 이상임을 봤을 때, 위안화가 러시아 현지인에게 "새로운 달러"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경제학부의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인 올렉 부클레미셰프는 "위안화는 국내(중국 내)와 해외(러시아 외), 이 두 가지 시장으로 분명히 구분되어 있으며, 은행 계좌 운영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유통 및 환전에 어려움이 있다"며 러시아에서 정착하기 힘든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대중들이 위안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또 위안화가 국제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 중국 정치인과 당 관계자들이 언제든지 환율 및 기타 통화 매개 변수를 결정하는 데 언제든지 간섭 할 수 있다는 것은 다수가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환율을 예측할 수 없는 요소는 위안화를 국제통화, 특히 러시아 내의 달러나 유로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은 소련이 붕괴한 이후 수많은 금융공황을 겪어 왔다. 이에 따라 은행 계좌에 저금하는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달러는 '베개 아래에 숨겨둘 수 있는 굳건한 통화'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러시아 주요 은행에서 제안하는 위안화 적금 프로그램 (출처: 러시아 은행 검색 포털 Banki.ru)
현지 주요 은행 중 스베르 은행 (서방 제재 대상), VTB (서방 제재 대상), MKB (서방 제재 대상) 등 주요 은행이 적금 이자 0.01%에서 3.52%를 제안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달러 적금 프로그램은 아예 없거나 주요 은행은 2022년 여름부터 보관료 개념의 마이너스 이자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은 위안화 적금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다.
위안화는 사실 B2C 수출, 우회 수출입,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최고의 결제 수단임은 확실하다. 예를 들어 중국에 석유를 판매하고 중국에서 정유소 장비를 수입해 왔다면 위안화로 거래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달러 대신 위안화로 현금을 보유한 개인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간다면 그곳에서 위안화를 현금으로 직접 결제도 어려울 뿐만이 아니라 환전하는데도 마땅치 않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 있어 보편성과 유동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22년보다 달러 대비 17%의 가치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위안화를 ‘안정적인’ 환율로 보기에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많은 러시아 경제학자는 연방 중앙은행의 국제 보유 외환 중 위안화가 20%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전 세계 그 어느 곳도 위안화가 20%를 넘어가는 나라가 없다는 해석이다. 러시아 경제를 위안화로 세팅하고 유도하는 건 비정상적으로 강제적이고 비생산적인 행위라고 비판한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흑심’이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위안화 의존도를 증가시켜 경제적으로 점령할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따라서 러시아가 현재 겪고 있는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필요 이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필요 이상으로 러시아 곳곳에 간접적으로 간섭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위안화를 선택한 큰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로서 중국은 주요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1~2분기 양국 무역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6% 증가한 1조 1,145억 4,000만 달러(한화 약 1,536조 원)로 증가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달러 환율 변동성과 거의 동일하게 움직였던 것을 보면 달러로 인지해도 된다는 생각이 주도적이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무역 및 국제 수지와 관련된 리스크 지수도 상당히 상승한 점, 부실 채권 증가,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등 다양한 이유로 위안화가 글로벌 통화 시장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 러시아는 이에 대한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중국마저도 국제 무역 거래의 약 25%에서만 위안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서방 제재가 확대되면서 달러와 유로로 이루어진 보유 외환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연방 중앙은행은 이미 2014년부터 여러 차례 외환 보유고를 재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고가 현재 서방의 제재에 맞서 버틴다고 하거나 오히려 타격이 미비하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점은 현재의 위안화는 러시아의 임시적인 대안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지속해서 채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러시아 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