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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1인 가구_싱글라이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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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이주영(독일)
호텔 마마 Hotel Mama. 영화 제목이 아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하지 못해 부모와 함께 살며, ‘아이 방’이라 불리는 자신의 방에서 계속 생활하는 청년이나 이런 청년이 사는 집을 비꼬아 부르는 독일식 표현이다. ‘엄마가 다 해결해 준다’라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이 완비된 주거 공간이라는 뜻이 있다. 이 용어는 90년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같은 제목의 드라마 시리즈가 방영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와 유사한 말로는 ‘네스트호커 Nesthocker’가 있다. 호텔 마마는 부모가 만들어 놓은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의미의 신조어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독일의 분위기는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중요시하며 개성과 자유로운 선택을 우선한다. 그러나 부모의 집에서 계속 생활하는 젊은 세대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 전문교육 기관인 ‘아우스빌둥 Ausbildung’이나 일반 대학에 진학하면서, 성장하며 생활했던 도시나 지역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사하면서 ‘독립’을 선언하는 것은 이제 독일에서는 더 이상 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성인이 되는 18세에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사를 계획하는 청년들도 있다. 하지만 이전 세대와는 달리 20대 초반의 젊은 세대가 독립하지 않는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기성세대는 여전히 대부분의 가사 업무를 여성, 즉 엄마가 주로 담당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은 직접 요리나 세탁을 하지도 않고, 월세를 내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을 호텔 마마라고 부르며, 많은 청년들이 이런 혜택을 누리며 독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독일 북서부의 퀼른이나 뒤셀도르프, 그리고 본 등의 도시가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2021년, 이 지역의 청년(15~24세) 남녀 69.6%가 부모님 집에 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하면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또한 청년 남성의 비율(73.1%)이 청년 여성(65.8%)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성인 여성의 평균 독립 나이는 23세, 남성은 24.5세로 나타났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이 같은 현상은, 높아진 월세와 생활비의 영향도 있다.
이러한 경향에도 불구하고 독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40%에 이른다.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독일의 이 통계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1인 가구 증가의 이유는 다양하다. 성인이 되면 독립한다는 기본적인 인식 아래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자녀의 독립 이후, 2인 가구로 생활하던 부부가 이혼하거나 사별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독립한 청년이 사회생활 유지와 경력 관리를 위해 결혼 시기를 늦추거나, 자녀를 가지지 않는 등의 이유도 1인 가구의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미혼 남녀가 결혼하거나 동거하더라도 자녀를 필수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는 추세도 주목할 만하다. 자녀가 없는 부부 가구의 비율은, 1976년에는 33%에 불과하였으나 2022년에는 39%로 증가했다. 평균 결혼 연령을 보면, 여성의 경우 평균 결혼 연령이 약 32.3세, 남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약 34.8세이다. (2021년 기준) 학업이나 경력 관리, 그리고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미혼으로 사는 연령대의 추세를 살펴볼 수 있다.
(출처: Kampus Production)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와 맞물려 독일에서도 지난 70여 년 동안 가구 형태에 변화가 두드러진다. 전형적인 가구 형태로 인식되었던 3세대 가구는 거의 사라졌고 1인 가구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70년 동안 1인 가구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다음 통계 자료는 1950년과 2022년 사이의 가구당 구성원 수를 기준으로 4인 가구, 3인 가구, 2인 가구의 비율이 그동안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1950년에는 2인 가구와 3인 가구가 전체의 50%에 달해 주된 가족 형태였던 것에 비해, 2022년에는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거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에는 한 사람만 사는 가구가 약 1,670만 가구에 달했는데 이는 연방 공화국 전체 4,090만 가구의 약 4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더욱 짧은 기간, 즉 2000년과 2020년 사이의 변화 형태를 비교해도 1인 가구의 증가세는 눈에 띄는데, 1인 가구 수는 8.5%가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가구당 평균 가족 수는 2.0명으로 감소했다. 독일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15년 이내에 전체 가구의 절반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구당 구성원 수 (1950년과 2022년) (출처: Destatis)
지방분권화에도 불구하고 각 연방주의 주도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집중된 것이 특징이다. 수도인 베를린뿐만 아니라 뮌헨이나 함부르크, 브레멘, 퀼른, 라이프치히 등 연방주의 주도에 1인 가구가 집중되어 있다. 붉은색으로 갈수록 1인 가구의 집중도가 높은 것을 보여주는 이 최근 보고는 도시 외곽의 다가구 분포와 대조적으로 수도에 독신가구가 밀집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출처: Gfk 2023)
이처럼 도시에 집중된 1인 가구는 1976년 이후 집계된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배경에 큰 차이를 보인다. 즉 1976년에는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사별한 경우에 한정되었고, 약 3분의 1이 미혼이었다. 이혼하거나 별거하는 경우는 각각 11%와 5%에 불과했다. 즉 배우자가 사망하면 자연스럽게 1인 가구로 남게 되는 것이 당시의 주된 흐름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미혼인 1인 가구가 그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어서 25%가량이 사별한 경우고, 19%가 이혼으로 혼자 살고 있었다. 즉, 부모에게서 독립한 이후 결혼하지 않은 독신자의 증가가 1인 가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Irina Iriser)
아래 데이터에서는 1960년부터 2022년까지의 이혼율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독일의 이혼율 (1960-2022년) (출처: Statista 2023)
사실혼을 인정하는 독일에서는 매년 약 40만 쌍이 결혼하지만, 연간 약 14만 쌍이 이혼해 통계적으로 이혼율이 33%에 달한다. 2022년 독일의 결혼 이혼율은 약 35.15%로 집계되었다. (이 이혼율은 같은 기간의 결혼 건수와 이혼 건수를 수적으로 비교한 것에 한정되어 있음.) 결혼 유지 기간은 평균 15.1년으로 집계됐는데, 여성의 이혼 나이는 45~50세 사이에 집중되어 있고, 다음으로 40~45세, 그리고 50~55세가 뒤를 이었다. 독일 남성의 평균 이혼 나이는 46.6세, 여성은 44.4세이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성년까지 양육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해진 의무이고, 자식이 노년에 접어든 부모를 부양하는 것 역시 도리로 여겨지는 것은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독립된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각자 생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우리와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이런 간극은 유럽 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가족 중심의 문화가 지배적인 남유럽과 동유럽에서는 자녀들의 독립 시기가 독일보다 훨씬 늦다. 크로아티아의 평균 독립 나이는 33.4세로 유럽에서 가장 높았고, 슬로바키아가 30.8세, 그리스가 30.7세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북유럽 국가의 젊은이들은 독일보다 일찍 부모에게서 독립해 개인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의 경우 평균 21.3세, 스웨덴의 경우 21.4세, 덴마크의 경우 21.7세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훨씬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까닭에 더 이른 시기에 독립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출처: 이주영)
독일 청년들이 독립한 후 거주하는 곳은 대개 대학 학생 기숙사이거나 베게WG이다. 그중 베게는 청년이 부모의 집을 나와 제일 먼저 접하는 거주 형태로 꼽힌다. 이것은 본게마인샤프트 Wohngemeinschaft의 약자로, 그 단어 자체가 공동 거주를 의미하며 일종의 셰어하우스이다. 이를테면 방이 3개이면 각각의 방을 3인이 이용하고, 주방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주거 형태이다. 그런 까닭에 월세 부담이 비교적 덜하고,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곳인 셈이다. 나아가 혼자가 아닌 공동으로 생활하는 덕분에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낯선 도시에서도 고립되지 않고, 비슷한 연령대와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누구에게나 생활공간의 이동이나 변화는 큰 도전이다. 도시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독일 정부는 1인 주거 공간을 확충하기 위한 주택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청년이 두려움 없이 ‘둥지’를 떠날 수 있게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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