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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끝나지 않는 전쟁 속 K-Brand의 위기와 기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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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전명수(러시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러시아 경제는 2.1% 역신장했는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우려할 정도의 최악의 성적표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서방의 전면적인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수많은 품목에 대한 교역이 제한 및 차단되면서 경제적 상황은 경고등이 켜졌다. 국가 경제의 근간인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 하락 및 수출 감소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정부령을 즉시 발동하며 악화할 수 있는 국가 경제 위기를 선제적으로 방어했다. 러시아 정부가 조치한 여러 가지 정책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는 두 가지가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중요 수입 물자 관세 면세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경제제재 압력이 더해지는 국면에서 러시아 경제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통관 대폭 간소화 ▲관세 면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관세 면세 주요 품목> ● 특정 유형의 채소 및 곡물 완제품 ● 유아식 첨가제 : 유청, 효소, 비타민, 증점제 등 ● 제약용 상품: 유기농 화합물, 의약품 등 ● 특정 유형의 직물 금속 제품 : 일부 압연제품, 합금 등 ● 건축 자재 생산원료 : 분필, 점토, 시멘트 첨가제 ● 항공 운송용 예비 부품 : 엔진, 레이더 장비 등 ◆ 병행수입 합법화
지난해 3월 러시아 정부는 특정 품목에 대한 병행수입까지 허가했다. 병행수입이란 독점 수입권을 소유한 공식 수입상이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같은 상표의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래전부터 러시아는 상표권에 대한 법령이 아주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그런 이유로 통관절차가 그 어느 시장보다 복잡한 곳이기도 했는데, 그랬던 러시아가 병행수입을 허가한 것은 실로 특단의 조처를 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자칫 야기될 수 있는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조처로 안정적인 상품 공급을 우선으로 생각했고 이것이 병행수입을 허가인 핵심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 병행수입 허가 주요 브랜드> ● 가구 및 IT : IKEA, HASBRO, MATTEL, LOGITECH, NINTENDO ● 자동차 오일: SHELL, HELIX, RIMULA ● 가전: ZANUSSI, WAHL ● 화장품(향수) : KERASTASE, YVES SAINT LAURENT, LANCOME, REDKEN, GIORGIO ARMANI ◆ 글로벌 기업, 러 시장 탈 행렬에 따른 시장 재편 가속화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하나둘 철수하고 있다. 애플,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등은 일찌감치 러시아 시장을 철수했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그 공백을 중국, 인도, 터키, 중남미 기업이 메우면서 시장구조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판세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 서방 주도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 교역에서 800여 개 품목을 전략물자 수출입이라는 시행령을 고시하고 사실상 러시아로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개전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이미 러시아의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기도 했거니와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당시의 교훈이 한몫하기도 했다. 모라토리엄이란 국제적으로 한 나라가 외채이자 지급 불능 상황이 되면서 일시적으로 채무의 지급정지 선언을 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우리 기업들은 신속한 철수로 인해 결과적으로 사업성 유지에 실패했다는 뼈아픈 교훈이 남은 것이다. 단기간의 손해를 감수할지라도 현지에 구축해 온 비즈니스 기회를 지속해 유지해 나아가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종전의 조짐이 쉽게 보이지 않으면서 한국의 메이저 기업들은 사업을 축소 또는 철수했고, 그동안 쌓았던 국민 브랜드라는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 가전 시장 글로벌 브랜드가 러시아 시장을 속속 철수하며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중국, 튀르키예 브랜드들은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러시아 시장조사기관 인포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서방국의 가전 브랜드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대대적으로 철수했다. 한국의 삼성, LG 또한 현지 생산을 중단했다. 반면 중국 브랜드인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은 서방 기업이 떠나는 틈을 타 러시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러시아 자국 메이커들도 자체 신상품을 내보내며 시장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다.
TV 시장에서 삼성, LG의 점유율은 62%에서 20%로 하락했다. 이에 반해 하이센스, 샤오미, TCL 등의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12%에서 36%로 2배가량 상승했다. 냉장고 또한 러시아 자국의 비루자, 벨라루스의 애틀란트가 선전하며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렸다. 한러 수교 30년 역사 동안 러시아 국민 브랜드 타이틀을 오랜 시간 유지해 온 한국 가전 브랜드의 명성은 사정없이 추락하고 있다. ♣ 스마트폰 시장 사실 삼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는 러시아 시장에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철벽같이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의 1위 자리는 33%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 샤오미가 차지했다. 삼성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은 40%에서 17.6%로 하락한 반면에 샤오미, 리얼미, 테크노 등의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대폭 상승한 것이다. 최근 중국 가전 브랜드들은 할부 대출 판매 등의 다채로운 판촉 행사를 직접 진행하며 러시아 B2C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러시아를 떠난 삼성의 챔피언 벨트를 넘보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 식품 시장 다행스럽게 한국 식품 브랜드는 러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서방이 대러 제재를 시행하고 외국 기업들이 속속 러시아 시장을 철수하는 가운데 한국 식품기업들이 선전을 펼치고 있다.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기업은 초코파이와 도시락 인스턴트 라면을 현지 생산하고 있는 오리온과 팔도이다. 오리온의 올해 1분기 러시아 매출은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1% 증가한 3,610만 달러(한화 약 466억 원)이다. 러시아 제재 국면이 무색할 정도로 큰 폭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인스턴트 라면 도시락으로 러시아 전역에 알려진 팔도의 경우, 지난해 10월 스페인 식품기업인 GB 푸드의 러시아 법인을 사들이며 오히려 사세를 확장했다. 팔도 러시아 법인인 도시락 루스의 2022년 순이익은 2021년 대비 170%, 매출 또한 70%가량 늘어나며 선전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수출통제를 한층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는 한국의 러시아 수출통제 품목 확대 방안에 매우 실망했다고 공식 논평한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지난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때 뼈저린 경험을 했었다. 시장을 떠난 자가 다시 시장으로 입성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동참해야 하는 바는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들의 해외 현지 자리 잡기에 대한 노력과 비용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헤아려야 하는 것 아닐까.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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