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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세계 경제 불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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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도 대대적인 인력감축 진행, 고용시장 불안 가중 - 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이유리(독일)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불황이다. 금리가 올랐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경기 불황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절망적인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가계와 기업들은 버티기 전략으로 이 경제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제로금리’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금리 정책을 펴던 독일도 현재는 4~5%까지 금리가 상승하였으니, 부동산 시장도, 스타트업 투자 업계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게 찬 바람이 쌩쌩 분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비용 절감’을 선택했다. 요즘 유독 독일 기업들과 독일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인력 감축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독일은 노동자 보호법이 아주 강력한 나라로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는 퇴직시킬 수 없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 6개월의 프로베자이트(수습기간)을 거치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해고하기가 어렵다. 반드시 증명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해고가 가능하다. 우리가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사의 “You are fired(당신은 해고야)” 선언에 개인물품을 정리한 박스를 들고 나가는 직원의 모습은 독일에서는 그야말로 ‘영화’ 속의 일이었다. 하지만,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 또한 독일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지인과의 모임에서 글로벌이커머스 기업에 근무하는 지인으로부터 옆 부서 전체가 정리해고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팀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체를 본사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해,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팀원이 모두 퇴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의 퇴직 통보는 꽤 괜찮은 조건의 퇴직 패키지를 제시하기는 하지만, 갑작스런 동료의 정리해고 소식은 사내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기엔 충분했을 것이다.
밀키트를 만드는 우리 회사는 얼마 전에 ‘ODA’라는 온라인 슈퍼마켓에 제품을 입점시켰다. 새로운 채널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결과에 팀 모두가 기뻐했고 자축했다. ODA는 온라인으로 식음료/생필품을 주문하면 한국의 새벽 배송 서비스처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ODA는 노르웨이 회사인데, 독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베를린에 처음으로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우리 회사 밀키트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에서는 업계 1~2위를 차지하는 큰 회사인 데다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도 제공하는 서비스나 가격 등 경쟁 업체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제품 입점 계약 후 제품 개선 및 공급 물량 확인 등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그런데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ODA는 이번 달 말까지만 서비스를 운영하고 독일 사업 전체를 철수하기로 했다는 통보를 전해왔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신제품 발매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사업 철수라니, 팀원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 독일 사업 전체 철수라는 의미는 베를린에 신축한 물류 창고 및 배달 차량 등 모든 재화의 계약 종료, 정리를 의미한다. 또한 독일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모든 임직원 고용 종료를 뜻한다. 실제로 우리와 소통하던 담당자도 짧은 이메일 몇 통으로 급하게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독일 내 서비스를 1년도 채 채우지 못한 채 ODA가 감당해야 하는 철수 비용은 어마어마하겠지만, 올해 말과 내년까지 경기 불황이 지속된다는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용 절감 차원의 사업 철수 결정이었을 터였다. 그야말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기 침체의 현실을 여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구분할 것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까?’ 즉, ‘어떻게 비용을 줄일까?’ 를 고민하는 시기이다. 기업 차원에서 비용 절감을 고려할 때 ‘인력감축’을 피해 갈 수 없는 만큼 고용시장은 늘 요동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회사가 인력감축을 해 나갈 것이지만 채용은 그만큼 줄어들어 고용시장의 경쟁도 가중되는 암담한 상황이 예측된다. 다행히 독일은 실업급여나 생활보조금과 같은 사회복지 제도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 퇴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방어기제가 되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침체가 장기화한다면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독일에 진출하려고 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독일 내 상황을 이해하고 보다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오랫동안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독일 업체들의 성향을 이해하고, 조급해하기보다 계약 조건 등을 다양하게 제시해 시장진출을 도모하는 기지가 필요할 것이다. 처음 계약 관계를 맺을 때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것처럼 꼼꼼히 따지는 독일 회사들도 한번 계약을 맺고 신뢰를 쌓으면, 파트너십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언젠가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독일 시장 진출을 도모했으면 한다. 기업과 가계, 정부라는 사회의 톱니바퀴 모든 구석에 내려앉은 경기 침체의 무게를, 많은 기업이 그리고 개인들이 유연한 태도로 잘 버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